뇌를 말끔히 청소해 주는 진공 청소기.
페눔브라(Penumbra)라고 불리는 이 초소형 기기는 뇌 혈관을 막는 이물질을 빨아들여 뇌졸중의 위험을 완벽히 제거하는 혁신적인 발명품이다.
뇌졸중은 심장병과 함께 단일 질환으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병이다. 한국에서도 뇌졸중이 가장 주요한 사망요인이며, 미국에서는 3번째로 주요한 사망요인이다.
미국의 경우 매년 70만명이 뇌졸중에 걸리고, 15만명 이상이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뇌졸중은 치료되더라도 많은 경우 남은 인생 동안 심각한 장애에 시달리게 된다.
대부분의 뇌졸중은 뇌세포에 공급되는 혈관이 막혀 발생한다. 그 결과 뇌세포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고, 세포가 대량으로 죽어가는 것.
이 경우, 혈관의 막힌 부분을 뚫어 주는 TPA(Tissue plasminogen activator)라는 약을 정맥에 투여하게 되는데, 최초 뇌졸중이 발발한 후 3시간 내에 투여되지 않으면 영구적인 뇌손상을 입거나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이 TPA를 투여 받는 뇌졸중 환자는 5%도 채 되질 않는다. 대개 제시간에 치료를 받으러 오지 못하기 때문. 게다가 TPA를 투여 받은 환자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치유되는 경우는 30% 정도에 그친다. 대개 혈관을 막고 있는 응고물이 너무 크거나 단단하기 때문이다.
뇌 혈관을 시원하게 뚫어드립니다
페눔브라는 바로 이런 상황에 절실한 치료 도구다. 페눔브라는 뇌졸중 발발 8시간 후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TPA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
페눔브라는 사타구니의 대정맥에 작은 튜브를 삽입, 이 튜브가 뇌의 막힌 혈관 부위까지 올라가도록 밀어 넣는다. 그리곤, 마치 진공 청소기처럼, 혈관을 막고 있는 응고물을 하나씩 빨아서 없어 버린다.
이미 이 기구는 미국 내 여러 병원에서 125명에 달하는 급성 뇌졸중 환자에게 테스트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TPA 투여 후에도 전신 마비 증상을 앓고 있던 45세 남자에게 페눔브라 치료를 적용한 결과 그 다음날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이 기기는 이미 FDA의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부작용은 거의 없고 치료율이 4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뇌 혈관 응고를 뚫어주는 건 페눔브라만의 전매 특허가 아니다. 이미 스크류 모양의 초소형 케이블이나, 초음파를 이용한 기구로 혈액 응고를 제거하는데 성공한 사례가 있으며 현재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혈관의 응고를 뚫는 것만이 혈관 질환 치료의 능사는 아니라고 경고한다. 꽉 막혔던 혈관이 갑자기 뚫리면서, 마치 댐이 터지듯 엄청나게 많은 피가 '범람'하면 혈관이 파열돼(뇌출혈) 치명상을 입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치료를 할 때에는 굉장한 조심성과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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