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부터 시작된 나의 도시의 생활은
대구의 달성공원 근처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접하게 된 공원이란 곳은
좀 신기하기도 했고 참 가소롭기도 했다
천지가 공원과 같은 곳에서 살았던 내게
뒷동산보다 작은 풀숲의 이쪽 저쪽으로 경계를 치고 공원이라 부르며
나중에는 입장료라는 것을 만들어 챙기는 것을 보고
과연 도시는 눈 뜨고 코 베어 가는 곳이구나 싶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살았을 즈음에는
코끼리나 원숭이도 없었고 울도 담도 없는
공원이라기 보다는 친근한 동네 뒷산이었다
양반의 글소리보다는 풍악소리가 더 울려 퍼졌을 듯한 낡은 누각이나
모서리가 깨어지고 세월의 때가 묻어 있는 빛바랜 비석에
희미하니 음각된 몇줄의 글이 흘러가버린 세월을 돌아보게 할 뿐....
그러다 어느 날 남대문 같은 웅장한 대문이 들어서고
모양좋게 다듬어진 나무 몇그루 사이사이에 잔디가 심어지고
무서움 보다는 처량함을 더 자아내던 호랑이 부부를 들여 놓드니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것 같은... 듬성듬성 털이 빠져나간 원숭이 몇마리.....
깃털에 때가 꾀죄죄한 새 몇마리.. 흙탕물을 가두어 오리 몇마리 띄워
살아 있는 동물의 세계... 대구의 명소 달성공원이라 이름하여
각지의 관광객과 도시의 노인들과 유아들을 불러 모았었다
아들의 유치원 나들이를 마지막으로 근처에도 가 보지 않았으나
그 공원이 노인들의 성유희의 장소로 전락된 것처럼
우스개 소리로 희자 되는 것을 보면 씁쓰레하니 격세지감이 들기도 하고
지금도 가끔 어떻게 변했을까 공연한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달성공원을 인근해 있는 서문시장은
만 9천 2백 58㎡ 부지위에 자리잡고 있으며
크게 8개지구로 나뉘어 5200여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다.
여기에 1천여개에 이르는 노점상까지 가세해 대규모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없는 것이 없는 시장이라 경북 일대에서 큰장이라 불림에 손색이 없다
어느 해 일본의 지인이 대구를 방문해 우리 전통 방석을 사고 싶다 해서
백화점을 데려 갔드니 자기가 찾는 것이 없다며 애석해 하길래
행여 서문시장에 가면 있지 않을까 하고 데려 갔드니
마음에 드는 것이 너무 많아서 또 그 값이 너무 싸서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외국인들이 백화점보다 쇼핑을 더 즐기는 곳이 서문시장이다
하기사 저들 화폐가치로 천원이면 가르뎅 성인양말
열켤레를 살 수 있는 곳이니 어찌 즐겁지 않으리~~
낡은 전선줄이 번창해 가는 시장의 규모를 이기지 못하여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화재도 몇번이나 있었다
그 화재가 나고 나면 최신식 빌딩이 들어 서는데 4지구라 불리는 곳도 그 중의 하나다
서문시장 주차빌딩 1층에 조성된 [만남의광장]은 관광 안내는 물론
시장 이용객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스넥코너와 소아 놀이방을 설치하였는데,
비 오던 어느날 그 만남의 광장과 소아 놀이방에 빼곡히 모여 앉은 노인들......
"아줌마 여기서 노인들을 위한 무슨행사 있어요?"
그 노인들의 수가 하도 엄청나 궁금증을 지나치지 못하고
휴게실 옆 장사하는 아줌마에게 물었드니
"행사는 무슨..... 비가 오니 달성공원에도 못 있고 집에도 못가고 이쪽으로 모여 든게지....."
마뜩찮아 하는 말투에는 노인에 대한 공경심 따위는 찾아 볼 수가 없다
하기사 자신의 생존영역을 침범 당했다는 장사꾼의 피해의식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사람은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나 대다수
마치 돌부처처럼......눈을 감고 .....
미동도 없는 그 자세가 딱하기도 하고 좀 기이하기도 하다
"어쩌면 좋아..."
노인시대가 도래한 이 땅에 저러한 노인의 무리는 도시의 도처에 생겨 날 것이다
시골의 빈집들이 갈 곳 없는 도시 노인들의 대안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젊은이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살아야 하는 도시의 노인은 되고 싶지 않다
공연히 마음이 바빠진다 ~~~~
노후를 작은 마당에 매화 한그루 심어 고요하게 보내리라던
내 꿈은 언제 쯤이면 실행 가능할 것인가?...
무엇엔가 쫓기듯한 기분이 들면서도
아직도 부모로서의 책임에 연연해 하며 비켜가지 못하는 어리석음...............
첫댓글 추석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재래시장은 경기가 썰렁하고 백화점만 분빈다네요. 소외된 노인이 없고 띠뜻하고 온정이 넘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집도 명절같지가 않네요 서울있는 아들이 오면 그나마 추석 분위기가 날라는동.....혼자 살거나 몸이 불편해진 친구들이 놀러 와서 오래 머물다 가도 되는 시골집에서 사는 꿈을 키우며 삽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저도 시골에 장미 100그루 심어 담장에도 올리고 나무에도 올리는 덩쿨장미도 키우고 싶어하는게 꿈이었어요 50 대 중반에는 떠날줄 알았는데 어이타 아직도 준비조차 못하는지 애닯을 뿐이죠 시골 출신이라 꿈도 넓은 벌판을 노니는 꿈만꾸고 눈덮인 산에서 토끼잡던 중학교때의 모습만 꾸고 있지요 곧 가리라 가리라 하면서 살고 있어요
장미울타리가 이쁜 시골집......참으로 낭만적인 꿈이십니다 그런데 실상 시골집에 가보면 마당을 가로질러가는쥐를 본다던지 어디서 날아드는지도 모를 파리 모기.....꼭 낭만만적일수 만은 없지요..그래도 저는오늘도 꿈꿉니다 군불지핀 사랑채에서 오랜친구들과 수다로 밤지새우는 꿈을....추석날 고스톱해서 돈 많이 따세요
6.25동란으로 고향도 빼았긴 경우라 그런 낭만은 접은지 오래지만 그래도 아직도 쓸만한 디리로 지하철타고 대공원이다 고궁이다 카매라 매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동네노인정을 면하고 살지만 그래도 명절이 다가오니 옛생각이 납니다,,오늘도 배날매고 아내따라 경동시장을 다녀와 아내일 돕다보니 시간이 잘도 갑니다,,님들 꿈속에 나도 머물다 갑니다..
이 민큼 살아내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노부부기 다정히 손잡고 나드리 하는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제 꿈이 이루어지면 다정한 두분 초청하고 싶네요 ..제 카메라에 그 풍경 담아드리고 싶습니다
갈 곳 없는 도심의 노인들 문제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점점 고령화 사회로 변해가는데 말이에요. 경노당에서 푼돈 걸고 고스톱 치고 있는 노인네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서문시장에 가본지가 넘 오래 되었네요. 달성공원도 그렇구요....
대구 살면서도 잘 가지지 않는곳입니다 도시의 곳곳에 무리져 앉아 계시는노인들 보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그렇게 보낼수 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딱하다 싶습니다 혼자 남겨진 분들의 쓸쓸함을 어떻게 구제 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즐거운 추석 되십시요....
10년 후면 환자도 휠체어, 의사도 휠체어, 간호사도 휠체어, 병문안 오는 사람도 휠체어.... 문지방과 턱을 없애는 공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질 거랍니다. 한국은 이미 노인국가로 전락. 우리모두가 독자만 키운 바람에...
에구 그래도 저는 다리는튼실해요.....저 혼자 휠체어 사이 나비처럼 누비고 다닐랍니다 행복한 추석되세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