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홍수와 산사태 사고를 보며 다시 생각해보는 히말라야 여행 안전
최근 네팔과 티베트 국경지역에서 발생한 대홍수와 산사태 사고를 접하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는 카일라스산 순례를 위해 이동하던 인도인 순례객들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카일라스산은 여러 종교에서 성스러운 산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매년 수많은 순례객들이 네팔을 거쳐 티베트로 들어가 카일라스산을 찾습니다.
저 역시 히말라야 지역을 오랫동안 오가면서 네팔과 티베트 국경지역을 여러 차례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고를 단순히 “이번에 유난히 큰 비가 내려 발생한 특별한 사고”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기의 티베트~네팔 국경도로는 원래 위험한 길입니다
티베트와 네팔을 연결하는 국경지역은 지형 자체가 매우 험준합니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 사이로 도로가 나 있고, 산비탈을 깎아 만든 좁은 도로를 따라 이동해야 하는 구간도 많습니다.
건기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길도 있지만, 우기가 시작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비가 계속 내리면 산 위의 토사와 바위가 빗물을 머금으면서 지반이 약해집니다.
그 결과 크고 작은 산사태가 발생하고, 산 위에 있던 바위가 갑자기 도로로 떨어지는 낙석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보이면 피할 수라도 있지만, 산 위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낙석은 차량 안에서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산악지역에서는 한 곳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도로를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곡의 물길을 바꾸거나 토석류와 급류를 만들어 아래쪽 도로까지 순식간에 위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직도 티베트~네팔 국경 상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 이후에도 인터넷이나 여행사를 찾아보면 티베트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국경 여행상품들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상품이나 모든 시기에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행사에서 판매하니까 안전하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여행사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여행을 떠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여행자 본인입니다.
특히 우기인 4~10월 전후에는 티베트~네팔 국경을 통과하는 산악도로의 상황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저라면 우기에 티베트와 네팔 국경을 넘는 일정은 가능하면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굳이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에 그 길을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가는 것이 좋을까?
개인적으로 티베트~네팔 국경을 통과하는 여행을 계획한다면 11월부터 3월 사이의 건조한 계절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겨울에는 고산지역의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눈과 결빙, 도로 통제 등의 변수가 있기 때문에 겨울철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출발 전 현지 기상과 도로 상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적은 11~3월을 선택하는 것이 산사태와 낙석 위험을 피하는 측면에서는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경지역을 통과하는 일정이라면 단순히 “몇 월에 갈 수 있다”가 아니라 “그 시기에 그 길을 가는 것이 안전한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갈 수 있다”와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다릅니다
히말라야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지금도 다른 사람들이 다 가는데요?”
맞습니다.
우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와 네팔을 오갑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아무 사고 없이 지나갔다고 해서 그 길이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산사태와 낙석은 확률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산악도로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뒤 구조대를 부르고 차량을 돌리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히말라야에서는 조금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갈 수 있으면 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할 때 가는 것.
저는 이것이 히말라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은 목적지보다 안전이 먼저입니다
여행 일정은 언제든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 못 가면 내년에 갈 수도 있고, 올해 못 가면 내후년에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카일라스산 순례나 티베트 여행처럼 오랜 시간 준비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 떠나는 여행일수록 일정은 무조건 강행하기보다는 현지 상황에 따라 과감하게 변경할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히말라야는 우리가 정복하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가 잠시 허락을 받아 들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맑은 날에는 평온하고 아름답던 산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히말라야를 오래 다닌 사람으로서 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히말라야에서는 자연을 이기려고 하지 마십시오.”
조금 늦게 가도 되고, 조금 돌아가도 되고, 때로는 여행 자체를 포기해도 됩니다.
그것이 결국 가장 현명한 여행입니다.
히말야여행동호회 회원 여러분께
이번 사고를 보면서 우리 회원님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혹시 앞으로 티베트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여행이나 카일라스산 순례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단순히 여행사의 상품 설명만 보고 결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특히 우기에는 가능하면 피하시고,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면 11월~3월 사이처럼 강수량이 적은 시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 시기에도 눈과 결빙 등 다른 위험요소가 있을 수 있으므로 출발 전 현지 기상과 도로 상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여행사에서 “출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내가 지금 꼭 가야 하는가?”를 한 번 더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여행은 조금 늦게 가도 됩니다.
목적지는 언제든 다시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안전과 생명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히말라야에서는
“갈 수 있다”는 것과 “지금 가도 안전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번 사고가 많은 분들에게 우기의 히말라야 여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을 잃은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히말라야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안전할 때 다시 만나러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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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감사합니다~
자연을 화나게 하는게 사람들인것.같습니다 빙하가 더이상 녹지않도록 노력해야할것 같고 뉴스보면서 가슴이 먹먹합니다
망자들의 평온함을 기도중에 기억해 봄니다~~
카일라스산 순례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때가 오면 꼭 실현될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