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베터] 이진희 대표님의 글 옮깁니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798355700220208&id=100001373873607
가칭 [발달장애인 맞춤형 근로지원인]제도
감사하고도 시의적절하게 장애인부모연대가 중심이 되어 노동부에 발달장애인 맞춤형 근로지원인제도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고용공단에서 문의가 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근로지원인'은 처음 들어보는 명칭이라서 고용공단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장애인이 수행하는 직무중 핵심업무를 제외한 부수적인 업무를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처리하는 서비스"로서 노동자 본인에게 지원되는 제도입니다.
핵심업무를 본인이 직접 수행해야한다는 전제가 많이 강조되고 있었습니다.
핵심업무와 부수업무 구분 자체가 발달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구조와 맞지 않습니다.
제도를 바꾸거나 새로 만들지 않으면 이 제도로는 말단현장에서 지원이 이루어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당공무원들이 지원 의사결정을 못한다는 의미).
장애인고용공단에는 베어베터에서 비장애인들과 발달장애인이 결합해서 일하는 방식을 참고하여 발달장애인 맞춤형 근로지원인제도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드렸습니다.
베어베터의 일하는 모습을 한번 보자면
우리회사에서는 한마디로 직무전문가가 장애사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인적 관리도 합니다.
직무는 핵심업무와 부수업무를 구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사원들이 할 수 있는 일과 전문가들의 지원으로 완성되는 일,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일 등으로 구분된다고 하겠습니다. 장애사원들이 하는 일은 단순하고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직무를 재설계하거나, 일을 쉽게 만들어주는 도구나 장비를 추가하거나 하는 작업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전문가 또는 직무관리자는 담당업무를 하면서 전반적인 품질관리, 작업관리를 하게 되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장애사원들과 함께 일하며 장애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를 1차적으로 관리하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현재의 ‘근로지원인’의 역할과는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발달장애를 이해하는 직무관리자가 되려면 많은 교육과 현장 경험이 누적되어야 합니다. 공단에서 발달장애 맞춤형 근로지원인제도를 준비하신다면, 양성교육에 가장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이야기하지만 “발달장애이해, 기업조직이해, 직무이해” 3박자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몇시간, 며칠의 교육 만으로 발달장애직무관리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현장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 하는 경험이 양성교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베어베터에서도 발달장애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입사하는 비장애인들이 안정적인 관리자가 되려면 1년은 걸린다고 봅니다.(지금도 매일 새로운 이슈들이 생기고 있어요…)
베어베터에서는 신규 비장애 입사자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서 발달장애이해교육을 하고, 각 사업별로 관리자매뉴얼과 사원직무매뉴얼을 정리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본자료일 뿐이고 진짜는 현장에서 사원들과 직접 부딪혀 일하면서 축적됩니다.
매일매일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들을 만나고 해결해가면서 발달장애인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게됩니다.
그렇게 200명이 넘는 사원들과 6년간 겪은 대표적인 사례를 인력관리사례집으로 갈무리해놓았습니다. 직무관리자들이 발달장애사원들의 돌발행동에 당황하지 않고 이를 길잡이 삼아서 이슈를 사전 예방하거나 조기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필요하다면 이런 자료들이 잘 쓰이면 좋겠습니다. 이미 공단에서 진행하신 직무지원인 교육에 저희 직원들이 강사로 참여하면서 이런 부분을 일부 공유한 적이 있고, 저희 직원들이 이직해갔던 회사들에도 같은 자료들을 공유해드렸습니다.(혹시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말씀드리지만 일반 공개는 못합니다. 생생한 사례들 떄문에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렇게 ‘발달장애인 맞춤형 근로지원인제도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는 세 가지 입니다.
첫째, 베어베터의 고용모델이 복제 가능하게 되는 열쇠는 바로 발달장애이해관리자의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연계고용을 활용하는 표준사업장이건 발달장애인을 직접고용하는 사업장이건 발달장애인의 고용 지속 기간을 좌우하는 것이 발달장애이해환경이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 제도는 조금더 중증인 발달장애인들에게 일반고용의 기회를 넓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베어베터는 지금 혼자 출퇴근할수 있는 사람들이 지원합니다. 이 제도가 뒷받침해준다면 독립성 면에서 다소 덜 준비되었거나, 돌발행동이 조금 있더라도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셋째, 곧 장애인의무고용 이행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꼭 필요한 제도가 될 것입니다. 발달장애는 전체 장애인구의 8.7%에 불과하지만, 30세 미만의 장애인구에서는 61%가 넘습니다. 노동가능한 장애인구 중에서 쉽게 고용가능한 경증장애인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기업들이 지금까지 의무고용을 해결하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어렵게 되었는데, 기업이 고용하기 힘들어하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발달장애를 잘 몰라서 관리하기 어려워서 고용을 못했던 기업들이라면 이보다 좋은 지원제도가 없습니다. 저는 기업 내에 발달장애관리자를 양성하는 교육을 해야한다고 장애인고용공단에 촉구해왔는데, 그와함께 발달장애인 맞춤형 근로지원인 제도가 잘 준비된다면 기업의 의무고용이행 환경의 변화에도 적절히 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인부모연대의 요구가 감사하고 또 시의적절하다는 것은 바로 이 세번째 이유 때문입니다.
정말 잘 준비되면 발달장애인고용에 획기적이고 실질적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