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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알론 / 김형출
초여름, 나는 씨앗을 달고 상토에서 부활했다 물을 가둘 적마다 가볍게 일어나는 수압처럼 못자리가 일어섰다 바람 잘 날 없는 나날 - 농가월령가를 옹알이며 땡볕 사이 바람 사이 양분 빨고 세월 엮어 농익고 여물어 가을이 왔다 자식농사 잘 지었다는 농부의 구릿빛 얼굴에 땀방울 수북하다
밥알의 고마움을 생각하면 손발은 금방 저려온다 흙밥 한술 뜨다가 밥알이 아리다 밥알의 주인인 나는, 생을 구걸하는 변명처럼 한 톨 씹는다 허기가 비어있다 꾸르륵 꾸르륵 밥상의 어머니 같은, 쫀득쫀득 쫄깃쫄깃 푸석푸석 으스러진 생의 씨앗 우주의 살점들, 복점 같은 밥알들 밥그릇 안에 가지런하다
농부의 온정을 살짝 으깨리라 보아라, 참을 수 없는 생명의 유지 알고 보면 밥심으로 차오르는 시의 내재율 같은 밥알 곤두서지 않게,
시집「낮달의 기원」2013년 문학의전당
김형출 시인
경남 함양 출생 육군3사관학교, 서울디지털대 문창과 졸업 《문학저널》시,《한맥문학》수필 등단.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 대한민국경제올림피아드 '경제신춘문예' 당선(대상) 파블로 네루다 기념문학상 논문(평론) 최우수상, 방촌문학상 본상, 석파문학상 본상 수상 시집『비틀거리는 그림자』,『달거리』 수필집『세상속에서 낚아올린 이야기』,『사색의 빈터』,『내 인생은 낡은 패션』 (주)엠제이엠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