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세잔(Paul Cézanne)
(1839년~1906년 / 프랑스)
1880년에 그려진 이 작품은 1952년 열린 경매에서 놀라운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세 개의 수평면으로 나누어진 그림의 단순한 구조 및 그 위로 흩어진 빛의 효과는 세잔의 정물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3개의 평면으로 나누어진 그림의 단순한 구조와 흩어진 빛의 효과는 세잔 정물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미술평론가 미쉘 후그(Michel Hoog)는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세잔이 후기에는 거의 그리지 않았던 정물화로서, 그의 가장 평화로운 시기와 그의 예술의 본질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세잔은 상자 위에 몇 개의 사과와 그릇을 올려두었을 뿐이다. 푸른 빛을 띠는 섬세한 색채, 소박한 물체 주변의 빈 공간을 이용한 배치의 단순함은 보갱(Baugin)이나 수르바란(Zurbaran)의 그림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섬세한 꽃무늬가 그려진 청회색의 벽 앞에 나무 상자를 높고, 그 위에 사과 및 다른 사물들을 배치하여 그린 7점의 정물화들 중 하나이다. 매혹적이면서도 엄숙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 7점의 작품들 중에서도 이 그림인 가장 단순하고,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구성하는 세 개의 주요 수평면인 나무 상자의 앞면, 상자의 윗면, 그리고 뒤쪽의 벽은 화면을 균등하게 분할하고 있다. 여러 개의 사과들은 그 색과 모양을 고려하여 완벽한 형태로 배치되어 있는데, 단 한 개의 붉은 사과만이 상자가 만들어 놓은 평행선에서 삐져 나와 있다. 이는 전체적으로 단조로울 수 있는 분위기에 반전을 주며, 상당한 리듬감을 부여하고 있다. 이 사과와 더불어 화면 우측에 반만 그려져 있는 접시는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나무 상자의 중앙에 그려진 철제 잠금 장치와 더불어 작품의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 요소이다. 이렇듯 약간의 미묘한 변화가 없었다면, 이 작품은 완벽하게 정지되어 있는 차갑고도 심심한 구성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