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길림성 구태시 홍광촌 사람들이 모처럼 즐거운 마을 잔치를 서울에서 갖게 되었다. 조선족촌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동덕여자대학교 한중미래연구소(소장 김윤태)가 한국에 거주하는 홍광촌 중국동포들의 만남의 행사를 지난 6월 22일 동덕여대에서 가졌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를 위해 중국에서 온 홍광촌 촌장 조운희 씨는 인사말에서 “우리 마을 사람들이 언제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될까, 그게 가능할까요”라면서 “20년만에 처음으로 마을사람들이 다같이 모이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 감사하다”며 감개무량해 했다.
김윤태 소장에 의하면, 홍광촌은 1천여명 인구를 가진 조선족촌으로 그 중 5백여명이 한국에 와서 생활을 하고 있고, 250여명은 중국 연해지역으로 산개해 생활하고 있다. 현재 홍광촌에 머물고 있는 조선족은 200여명 정도로 대부분 노인과 아이들이라고 한다. 한중수교 이후 코리안드림과 농촌인구의 도시진출로 인해 조선족 마을의 인구이동 현상을 홍광촌이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게다가 홍광촌은 최근 마을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를 건설해 마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집거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중미래연구소는 제 1부에서는 “나의 한국생활을 말하다”는 주제로 한국생활을 하고 있는 홍광촌 부녀회장 김금자씨는 한국생활 체험기와 애로사항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고, 홍광촌에서 3살 때부터 20여년간 부모와 떨어져살면서도 한국에 유학을 와서 열심히 착실히 생활하고 있는 유학생 이문영(성균관대 석사3기)씨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가졌다.
김금자 부녀회장은 “한국에 와서 힘든 일을 하면서도 한국인과 임금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방문취업(H-2) 체류자격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재외동포(F-4) 체류변경을 하였지만 취업제한을 받게 됨으로서 중국동포들이 겪고 있다”며 사례를 들려주기도 하였다.
“재외동포(F-4)가 무한대로 좋은 줄로만 알았는데 F-4 자격으로 변하고 보니 일자리 선택의 어려움도 있고, 식당일을 못하게 되고, 또 일을 하다 단속에 걸려 100만원 벌금을 물게 되고, 재차 걸리면 강제추방이 된다” 며 “이로 인해 함께 일하고 있던 언니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결국 병원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부녀회장은 말한다.
F-4 체류자격자가 마음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동포들의 최대 바람임을 알 수 있었다.
한국 유학중인 이문영씨(성균관대 석사 3기)는 세 살 적 부모님이 한국에 나와 줄곧 할머니 밑에서 컸다. 이씨는 그의 성장기를 시기별로 이야기해주며 부모와 떨어져 자란 조선족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들려주어 관심을 끌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옆에 없다는 것을 별로 못느끼고 부모님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상태에서 자랐지만, 때로는 부모님과 함께 있는 친구들을 보면 왠지 부러웠고, “너는 다리밑에서 주워왔다. 부모님이 너를 버렸다”는 농담섞인 말들이 “이것이 사실로 믿어지게 될 때는 우울함도 느꼈다”고 이씨는 말한다. 부모님이 긴 세월동안 한국생활을 하면서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춘기때에는 힘든 일이 있어도 할머니가 힘들어할까봐 얘기 못하고 그냥 속으로 앓고, 방학때 잠깐 한국에 와서 일주일 가량 있으면서 부모님을 만나기도 하였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담보도 해야 되고 ‘부모님 만나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도 성실하게 자란 이문영씨는 중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한국에 유학을 왔다. 한국 유학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한국에서 좀더 공부하고 한국에서 같이 살자”는 것이 부모님의 말씀이었다. 현재 대학원 석사 3기, 대학 때보다 더 어려운 것은 영어수업의 어려움도 있지만 경제적 부담이다. 대학 때는 아르바이트 하며 제 용돈을 벌며 생활할 수 있지만, 대학원 때는 아르바이트할 시간을 낼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받아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이다. 그나마 이문영씨는 조교로 활동하며 제 용돈은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문영씨는 “한국생활을 하며 힘든 것은 한국학생들의 조선족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다는 것”이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씨는“조선족도 한민족으로 한글을 사용하고 한국말을 하는데 만나는 한국학생들마다 너는 외국인인데 어떻게 이렇게 한국어를 잘하냐, 어떻게 이렇게 한복을 잘 입냐? 이런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 세세히 설명을 해주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문영씨는 끝인사로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연단에서 내려왔다.
부녀회장과 이문영씨의 발언이 끝나고 동덕여대 풍물패 동아리가 펼치는 어울림 한마당이 펼쳐지고, 이어 관현악 연주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동덕여대 교직원 식당에서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준비한 점심식사를 하며, 홍광촌 주민들은 20년만에 만난 마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조운희 촌장은 “이를 계기로 마을사람들이 자주 만나고 다음에는 체육대회라도 가지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 김윤태 소장은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것은 조선족 동포들을 어떻게 하면 도와드릴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오늘 동포들이 이야기한 것, 설문조사한 것 등이 잘 취합되어 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