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003 --- 자연은 다투면서 적자 생존한다
물은 한 차례 흘러가면 흔적만 남는다. 지난번 큰물에 둑까지 불안했다. 떠내려가던 쓰레기가 나무둥치나 가지에 흉측스럽게 걸려있다. 여기는 움푹 파이고 저기는 모래가 쓸려와 두툼하게 쌓였다. 바람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상처만 남았다. 큰바람이 지나가며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둥치째 넘어졌다. 웃자란 풀들이 납작 쓰러졌다가 비스듬히 일어서고 있다. 사람은 없고 발길만 남았다. 잔디밭이나 시퍼런 풀밭 사이로 지나다니며 짓밟아 뽀얗게 사잇길이 생겼다. 풀이 무성해지면서 텅 빈 것 같아 허전하던 냇가도 가득 들어차 나름대로 풀숲을 이루고 벌레며 새들이 모여들어 바빠지는 일상이다. 인간사도 갈수록 너나없이 영악스러워져 자신을 드러내려 하며 목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기도 한다. 남은 믿을 수 없고 오로지 자신만이 확실한 사람이라 한다. 밖으로 쭉쭉 내뻗지를 못하고 자꾸 안으로 움츠러드는 것 같아 답답하다. 물론 사람마다 능력이나 개성이 달라 일률적일 수는 없다. 신용을 바탕으로 서로 존중하여야 한다. 당장은 좋아 보인다. 그러나 사람의 깊은 속을 다 들여다볼 수 없어 양심을 믿다 신용이 무너지면 뒤통수 맞은 꼴이 된다. 네가 어찌 나에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항변한다. 어쩌면 계획적으로 접근하여 악용했는지 모른다. 무서운 세상을 만들고 보여주는 것 같다. 잡풀밭에 잔디를 가꾸며 한동안 철저하게 보호받아 잔디밭이 번들번들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도 잠시인 듯 시간이 흐를수록 무관심해지자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잡풀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렇게 뿌리가 뒤엉키고 빈틈없어 다른 것은 얼씬 못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무슨 조화로 그렇게 강하지 싶던 잔디가 맥을 못 추고 죽었는지 쫓겨났는지 슬금슬금 꼬리를 감추고 사라지며 다시 잡풀밭이 되었다. 자연에서는 강한 것도 필요 이상으로 보호를 받게 되면 생존력이 약해지고 약한 것은 이리저리 시달리다 오히려 끈질겨지고 생명력이 강해져 살아남는다. 저희끼리 다투면서 적자 생존한다. |
첫댓글 1000회넘으셨네요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