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소리>는 한 소녀의 기구한 삶을 통해 중국 연변 한인의 역사와 한을 감동적 글과 한국적 그림으로 묘사하고 있다. 구한말 가난 때문에 중국인 집에 팔려온 주인공 옥희가 갖은 고생 끝에 엄마를 찾기 위해 한인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떠난다는 줄거리다. 글쓴이는 연변에서 활동하는 조선족 2세 작가 리혜선(40) 씨. 그림은 뉴욕에서 활동중인 동갑내기 부부화가 이담·김근희(37) 씨가 그렸다. 이씨 부부는 이 원화로 `96 볼로냐 아동도서전시회에서 `80인의 아티스트`로 뽑혔다. ─한겨레신문, 1996. 4. 17.
“아픈 역사지만 어린이 교육 자료” ─일제 때 만주 유랑민 딸이 겪는 수난사
그림이야기 <폭죽소리>(길벗어린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한 번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보기 드문 좋은 책이다. 이 책이 96볼로냐 도서전 픽션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우수작이라는 딱지가 붙어서가 아니다. 첫째는 이것이 번역한 책이 아니고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린 사람이 모두 우리 동포인 까닭이고, 둘째는 이 책이 지난 날 우리 겨레가 살아온 역사를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어서 훌륭한 겨레 교육의 자료가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고, 셋째는 글과 그림이 잘 어울려 아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일제시대에 우리 농민들이 땅을 잃고 왜놈들에게 쫓겨 먹고 살 길을 찾아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만주땅으로 갔을 때, 그 부모를 따라간 한 여자아이가 받게 되는 온갖 끔찍한 수난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이 아이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목숨과 같이 여기는 씨앗─조 '한 되에 청인(중국인) 부잣집에 팔려 가 종이 되어 온갖 학대를 받는다.
그때는 중국인들도 가난하게 살았지만, 더러는 땅을 많이 가지고 종을 부리면서 살기도 했기에 우리 유랑인들 가운데는 그 낯선 땅에 가서도 자식을 팔아서 목숨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어 그 참담한 삶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러한 우리 동포들의 온갖 기막힌 역사는 여러 소설가들의 작품에서 어느 정도 다루기는 했지만, 어린 아이들이 겪은 이야기로, 아이들이 바로 읽거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되어 나온 작품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이 점에서도 민족 교육의 중심이 되는 자리에 있어야 할 우리 아동문학이 제 노릇을 하지 못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이가 그 엄청난 고난의 수렁에서 벗어나 부모와 같은 겨레가 모여있는 곳으로 탈출하는 희망을 보인다. 그래서 눈물겨운 감동과 동화다운 기쁨을 안겨준다. ─한국일보 아동문학가 이오덕, 1996. 8. 9.
그림책을 고를 때 어떤 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좋을까?
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 책,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책, 아이들의 삶이 담겨 있는 책, 교훈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인가를 눈여겨 보자. 여기에 하나를 더해 우리의 정서가 담긴 그림책인가를 살펴보면 어떨까.
<폭죽소리>는 조선시대가 끝날 무렵, 고향을 버리고 만주로 살길을 찾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종자 씨 한 됫박에 중국인 집에 팔려간 열살 남짓한 소녀 옥희는 주인 집 병든 할머니 수발에다 식모살이로 힘들게 살아간다. 계속되는 안주인과 쌍둥이 딸의 구박에 마음까지 힘들지만 옥희는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마음은 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으나 한 번도 부모를 원망해 본 적이 없는 옥희는 어느 날 한복 입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 이야기를 전해듣고 무작정 그 곳을 향해 길을 떠난다.
그리고 세월은 쉼 없이 흐르고 흐른다. '쥐불놀이'를 하는 개간민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옥희가 살던 곳은 항상 황야를 태우는 연기로 자욱했다. 사람들은 연기가 많은 곳이라고 그 곳을 앤지(燃集)'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글자만 바꾸어 '얜지(延吉)'라고 부른다. 가슴 찡한 옥희 이야기와 무거운 느낌의 그림에 암울했던 옌볜의 역사가 담겨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문학 비평가 폴 아잘은 <책, 어린이, 어른>이란 책에서 ""어린 시절에 처음 읽은 책과 처음 본 그림에 의해서 자기 나라의 지난 역사와 전통의 훌륭함을 알고 강한 조국애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책과 그림의 추억은 가슴 깊은 곳에 차고 들어 일생 동안 간직하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 그림책이 넘쳐나고, 아이들이 접하는 첫 그림책이 외국 작품인 경우가 훨씬 많은 현실에서 한 번쯤 새겨 들어야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 동아일보, 조현애(부산대 사회교육원 '어린이 독서지도 과정' 강사) (2001년 12월 1일)
너무 가난해서 중국 사람에게 팔려간 조선족 소녀의 슬픈 운명을 그린 이야기다. 자신이 왜 낯선 곳에 와 있는지도 모르는 채 어느 중국 가정의 하녀가 된 옥희는 친구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고, 옷차림까지 달라서 무시당하기도 하지만 꿋꿋하게 생활해 나간다. 연변에 사는 동포 작가 리혜선이 울면서 썼다는 가슴 아픈 우리 민족의 이야기이다. --- 아이북랜드 도서선정팀 ( 2001-06-29 )
조선족의 뿌리를 찾아서
그림책이 예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공감할 수 있는 그림과 이야기가 어우러진다면 그 주제와 소재는 무한히 넓어진다. 중국땅 연변에 살고 있는 조선족 이야기를 찾아 과거 속으로 여행한 『폭죽소리』(길벗어린이)는 잊고 있는 우리 역사의 한 켠을 잔잔하면서 큰 울림으로 전하고 있다.
옥희는 중국인 가정에 팔려온 조선 계집아이. 말도 다르고 풍습과 옷생김새도 다른 곳에서 온갖 고생을 다 겪지만 마음은 늘 엄마의 따뜻한 품을 그린다. 결국 옥희는 자그만 땅이 늘 연기로 자욱한 한인 화전민들이 모여사는 곳을 찾아 떠난다. 연기가 많은 곳이라 ‘앤지’(연길)로 부르게 된 이 곳에 조선족은 자치주를 세우고 한복을 입고 자기 말을 하면서 떳떳하게 살아간다. ‘연변’이다.
서울의 환상을 쫓는 사람들과 서울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해진 오늘날의 연변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폭죽소리』는 피눈물의 한을 황톳빛 벌판에 묻으며 살아온 한인들의 역사를 우리의 정서가 듬뿍 밴 20여 장의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 출판저널, 김지원 기자 (1996년 4월 20일)
한 TV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그들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학대하는 모습을 볼 때는 마음은 무겁지만 무얼 어떻게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가족을 그리는 그들의 마음을 대하고, 어려움 속에 있으면서도 자신은 잘 있다고 거짓말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코끝이 찡해지며, 그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졌다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사실 바로 한 세기 전만 해도 우리 민족 역시 살 길을 찾아 만주로, 연해주로 하와이와 멕시코로 떠났갔으며, 1960년대에는 광부나 간호사가 되어 독일로, 70·80년대에는 중동으로 가지 않았던가. 지난날 타국에서 삶의 뿌리를 내려야 했던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풀어낸 책 '폭죽소리'는 담담하면서도 울림이 크다. 옥희의 부모는 일제 시대에 살 길을 찾아 만주로 이주한다. 그러나 여전히 살기가 막막했던 부모는 다음해 씨앗으로 쓸 곡식 한 됫박에 딸을 중국인 집에 팔고 만다. 주인집에서는 옥희라는 이름이 있는데도 말라빠진 아이라는 뜻의 '써우즈'라고 부르며, 옥희를 노예처럼 부린다. 노망난 할머니 시중과 빨래에 가축 돌보기까지 잠시도 놀리지 않고 혹사시킨다. 그러나 고된 종노릇보다 옥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우리말을 못하는 것, 중국인들의 멸시를 받는 마음고생이었다. 옥희가 입은 치마저고리를 보고 주인집 쌍둥이 딸들은 '저고리는 너무 짧고, 치마는 가슴부터 내려오는 것이 너무 이상하고, 옷고름은 애가 말을 안 들어서 아버지가 염소처럼 끌고 다니려고 달아놓았다'고 한다. 자기네와 다른 것에 대한 첫 느낌인 것이다. 요즘처럼 매스컴과 교통이 발달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많이 접하는 시대에도 다른 문화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열등감과 우월감이라는 양극단을 달리는데, 하물며 한 세기 전에는 어떠했겠는가. 강아지와 염소에게나 얘기를 하던 옥희는 마침내 옆집 소년 밍밍과 친해지고 설날 밤, 중국인들의 폭죽소리가 요란할때 옥희는 밍밍과 쌍둥이에게 조선의 설날 풍속인 '쥐불놀이'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그날 아이들은 같이 밭둑에 불을 지르며 신나게 논다. 언어와 풍속은 달라도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영역, 외국인 노동자의 가족상봉 프로그램이 던지는 잔잔한 감동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졌고 단지 현재 우리보다 조금 못사는 나라에서 왔을 뿐이지, 결코 차별할 대상이 아니다.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웃으로 어울리는 것, 마음을 조금만 열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 한국일보 강은슬(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강사)(2003년 4월 24일)
얼마 전 그림책과 관련된 기쁜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이호백 글·그림)가 '뉴욕타임스'에서 선정한 올해의 우수 그림책 10권 가운데 한 권으로 뽑힌 것이다. 지난 해 11월,같은 출판사의 '노란 우산'(류재수 그림,신동일 작곡)의 수상에 이은 두 번째 수상이라는 점에 놀랐다. 무엇보다 그동안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만 고집해 온 출판사의 노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뻤다. 출판사로 거듭나기 전,기획집단 시절부터 이어져온 오래된 관심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폭죽소리'가 말해주듯. 이 책은 조선시대가 끝날 무렵,고향을 버리고 만주로 살길을 찾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종자 한 됫박에 중국인 집에 팔려간 열 살 남짓한 소녀 옥희는 주인 집의 병든 할머니 수발에다 식모 일로 힘들게 살아간다.
계속되는 안주인과 쌍둥이 딸의 구박에 마음까지 힘들지만 옥희는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마음은 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으나 한 번도 부모를 원망해 본 적이 없는 옥희는 어느 날 한복 입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이야기를 전해듣고 무작정 그곳을 향해 길을 떠난다.
그리고 세월은 쉼 없이 흐르고 흐른다. '쥐불놀이'를 하는 개간민들이 물밀듯이 쓸어들어 옥희가 살던 곳은 항상 황야를 태우는 연기로 자욱했다. 사람들은 연기가 많은 곳이라고 그곳을 '옌지(煙集)'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글자만 바꾸어 '옌지(延吉)'라고 부른다.
물감과 왁스,다시 유화작업이란 3단계 공정을 거쳐 드러난 끈적끈적한 질감과 적갈색의 어두운 그림에 가슴 찡한 옥희 이야기와 암울했던 옌볜의 역사가 스며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문학 비평가 폴 아잘은 '책,어린이,어른'에서 '어린 시절에 처음 읽은 책과 처음 본 그림에 의해서 자기 나라의 지난 역사와 전통의 훌륭함을 알고 강한 조국애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책과 그림의 추억은 가슴 깊은 곳에 차고 들어 일생 동안 간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밝혀 놓은 이호백(책이 만들어질 당시 기획자로 참여함)씨의 기획의도 또한 다르지 않다. 우리 것에 대한 해석이 다양해지고,그것을 담아내는 출판사가 더 많아져야겠다. 길벗어린이/7천500원. 조현애·부산대 사회교육원 강사 --- 부산일보 (2003년 12월 1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