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러-우크라 충돌이 살벌해졌다. 지난 연말의 포격· 공습 공방전이 해를 넘기면서 인명 피해도 수월찮게 많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러시아측의 일방적인 대규모 공습이다. 우크라이나는 국경을 접한 러시아 본토인 벨고로드와 러시아군 점령지인 도네츠크주(州) 도네츠크시(市)에 대해 다연장 로켓(MLRS) 공격으로 응수하는 정도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러시아는 1일 밤~2일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와 하르코프(하르키우) 등을 겨냥해 자폭용 드론과 순항및 탄도 미사일, (폭격기에서 발사하는) 공대지 미사일 등을 각각 수십기를 동원, 민간 기반 시설및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 사망자를 포함해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키예프와 수도권 일부 지역에는 정전됐다.
러시아군의 공습에 의한 우크라이나 피해 상황/텔레그램 캡처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은 러시아가 쏜 미사일 99발 중 극초음속미사일 '킨잘' 10기와 Kh101 등 순항미사일 59기, 칼리브르 미사일 3기 등 모두 72발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27발은 목표물을 때렸다는 말이다.
스트라나.ua는 전략 폭격기에서 발사된 일부 구형 순항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인 이스칸데르및 S-400 12기, (방공망을 잡는) Kh-31P 미사일 4기 등이 격추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보복 공격은 접경 지대인 벨고로드로 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2일 벨고로드 상공에서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등에서 발사된 집속탄 형태의 '올하' 로켓 총 17발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사망자 1명에 부상자 4명이다.
러시아의 새해 공습에서 주목되는 것은, 공격이 거의 키예프와 하르코프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공습 및 피해 상황에 대한 일반인들의 촬영 금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는 많은 영상·사진이 올라왔다. 창고와 건물, 공장, 가스관, 자동차 등 무언가가 불타고, 연기가 심하게 치솟아오르는 게 대부분이다.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건물 뒤로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다/사진출처:영상 캡처
하르코프 당국은 "약 40채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며 "표적 중 하나가 산업시설"이라고 밝혔다. 스트라나.ua는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으로 판단하면, 목표물에 대한 타격감은 확실히 강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러시아의 이번 공격 목표는 "민간 및 주요 인프라, 산업 및 군사 시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미사일 공격은 전선에는 전략적 의미가 없었다"며 "파괴된 주거용 건물은 러시아를 패배시키려는 우크라이나인의 열망을 강화할 뿐"이라며 주장했다. 스트라나.ua는 "군부와 달리 대통령실은 민간 부문 피해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키예프와 그 교외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사 산업 단지와 서방에서 제공된 미사일, 탄약 등 무기 저장 장소, 군항공기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목표가 된 산업단지에서는 미사일과 드론 생산, 무기 및 군사 장비 수리 등을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타격 목표에는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 시스템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격추되지 않은 러시아 미사일 Kh-31P는 레이더망 파괴에 맞춰져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수법도 한결 정교해졌다. 러시아군은 2일 샤히드 드론 약 15대를 키예프로 날린 뒤, Kh-101, Kh555, Kh-55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미그(Mig)-31K 전폭기에서는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 10기가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사진출처:유튜브
이 매체는 러시아군이 샤히드 드론과 순항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방어 기지 위치를 파악하는 '미끼'로 사용한 뒤, 더 빠르고 정확한 '킨잘'을 발사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개발한 대공 방어망 '사냥법'이다.
잘루즈니 총참모장은 "'킨잘'을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로 모두 격추했다"며 "만약 미사일이 목표물을 타격했다면, 그 결과는 재앙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칸데르M, S-300, S-400과 같은 탄도미사일은 단 한 발도 격추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의 공습은 이제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방어' 기조에 맞춰 타격 목표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트라나.ua는 "우크라이나의 새해 기본 전략은 방어와 군전력 축적, 무기 생산, 경제 회복"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 영공이 보호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이 전략을 무산시키기 위해 새해 첫날부터 대규모 미사일 공격에 나서고, 무엇보다 방공 시스템 무력화에 초첨을 맞출 게 분명하다.
관건은 러시아의 '창'과 우크라이나의 '방패' 전력이다. 러시아의 공격용 미사일과 우크라이나의 대공방어 미사일 숫자가 승패를 가늠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미국의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캡처
스트라나.ua는 "최근 며칠간 급격히 증가한 러시아군의 미사일·드론 공습에 우크라이나의 보강된 방공망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아예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러시아의 모든 공격을 격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어쩔 수 없이 보호해야 할 시설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추가 군사 지원 지연으로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결국,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과 미국의 패트리어트 방공시스템의 싸움으로 요약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