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가 전동화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미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 전기차 시대로 향하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다. 몇 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기차가 도로 위를 누비고 있다. 전기차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브랜드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자동차 세상을 좌지우지하던 기존 브랜드는 전동화 신차를 선보이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과연 내연기관 자동차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제일 큰 밥줄을 포기하는게 가능할까?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회사 수익에 가장 큰 기둥을 변화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 한순간에 포기하는 건‘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아닌 ‘폭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BMW도 이 문제에 깊이 고민했고, 결국 답을 찾았다. i 브랜드 런칭은 전동화를 위한 청사진이었다. 올해 3월 발표한 미래 기업 전략에 따르면 BMW는 2025년까지 미래 기술 연구 및 개발 비용에 300억유로(42조2400억)를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2023년까지 25종의 전동화 모델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여기서 전동화 모델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의미한다. 그런데 잠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서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모두가 전기차로 가는 마당에 왜 내연기관이 들어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미래 전략의 한 기둥을 차지했을까?
고객의 니즈를 헤아린 결과다. BMW의 엔진 기술은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매력적인 물건이다. 여전히 많은 팬이 BMW 실키식스 엔진 감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BMW의 뿌리는 항공기용 엔진 생산 공장에 두고 있다. BMW는 브랜드 헤리티지와 장기를 살려 내연기관 엔진을 유지하면서 친환경에 한 발짝 다가서고자 했다. 13년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라는 모토 아래 친환경 차를 위한 혁신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전동화 라인업 추가로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힌 건 두말할 필요 없다.
다양한 세그먼트의 모델을 세분화하는 ‘파워 오브 초이스’ 전략은 PHEV 라인업을 자신의 세단과 SUV에 녹여내고 있다.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더불어 친환경 운동에도 함께 힘을 싣겠다는 의지다. BMW의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도 이미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3·5·7시리즈를 비롯해 X3과X5에 이르는 베스트셀러 라인업에 플러그인 PHEV 모델을 더했다. 어떤 모델을 살지 결정했지만, BMW 특유의 다이내믹한 주행성능과 효율적인 주행환경을 모두 원하는 욕심쟁이라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제격이다.
잠깐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장점에 대해 알아보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단순히 내연기관 차에 전기모터 툭 올리면 완성되는 파워트레인이 아니다. 일단 전기 모터를 돌리기 위한 배터리가 추가로 필요하다. 무거운 부품을 배치하기 위한 새로운 공간 구성과 달라진 무게 배분도 생각해야 한다. BMW가 오랜 기간 지켜온 정체성 유지는 당연한 항목이다. 어려운 도전이지만 BMW는 훌륭한 결과로 답했다. 최근 BMW PHEV 라인업은 i8에서 사용하던 병렬식 구조 대신 직렬식 구조로 변경했다. 직렬식 구조의 장점은 모터가 변속기 내부에 위치해 공간 확보가 한층 유리해진다. 배터리도 더욱 아래로 내려 무게중심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더하고도 환상적인 50:50 무게 배분에 뒷바퀴굴림까지.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 차이 없이 다이내믹함을 유지했다.
D 세그먼트의 교과서로 불리는 3시리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330e를 통해 BMW PHEV 특징을 좀 더 살펴보자. 먼저 330e는 최고출력 113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와 12kWh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했다. 덕분에 무게는 늘었지만 3시리즈 특유의 민첩성을 잃지 않았다. 균형 있는 무게 배분과 뒷바퀴굴림 방식도 그대로다. 외모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티 내지 않는다. 운전석 도어 앞에 충전구 커버를 가리면 우리가 아는 3시리즈 모습과 똑같다.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일렉트릭 모드의 최대 주행가능거리 40km이고 최고시속은 140km다. 40km가 짧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배터리 컨트롤 모드를 활성화하면 엔진이 충분히 빠른 속도로 배터리를 채워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330e의 최고출력은 292마력에 이른다. M340i에 이어 3시리즈 라인업 중에서 두 번째로 강력하다. 스포츠 모드를 두 번 누르면 활성화되는 엑스트라 부스트는 최장 10초 동안 추가 41마력 쏟아낸다. 330e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더하면서 고유의 캐릭터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발전하고 효율성을 높인 결과다. 이는 BMW PHEV 라인업의 공통된 지향점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단순히 전기차 시대로 향하는 가교 역할로만 보는 이도 있다. 과연 그럴까?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의 색깔은 엄연히 다르다. 각각의 파워트레인으로 누릴 수 있는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이 두 가지를 한 몸에 담고 적절한 균형을 이뤄낸 결과가 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수요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PHEV는 과도기 산물이 아니라 이 시대가 낳은 해답이다. 시대 변화를 앞에서 망설이는 이를 저격하는 명중률 높은 사수다. BMW는 다양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레시피로 식탁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숟가락만 놓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