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네에 멋진 정원을 구비한 저택이 있었다지요. 그 저택에는 오랫동안 심고 키운 아름답고 예쁜 꽃과 나무들이 가득했다고 해요. 동네 어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하루종일 꽃밭에서 놀면서 꽃의 귀중함과 자연의 멋짐을 체험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저택의 관리인이라면서 험상궂은 할아버지가 등장했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자신의 가족외에는 정원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욕설로 찾아온 사람들을 쫓더니 급기야 동네 경찰까지 부르는 험악함을 드러냈습니다. 어른들은 쉴 곳을 잃었고 아이들은 그들의 순수한 꿈을 펼칠 놀이터를 빼앗겨 버렸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즐겨 빨간 모자를 착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할아버지는 빨간 모자의 할아버지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빨간 모자 할아버지는 결국 정원주변에 높은 단장을 세웠습니다. 감히 외부에서 자신의 집 정원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지요. 몇해가 지나가자 그 큰 울타리 안에는 계절이 멈춰버렸습니다. 담장이 너무 높아 계절이 드나들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제 높은 담 안의 정원은 세월이 중단됐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꽃도 피지않고 새의 노래소리도 사라졌습니다. 높은 담과 잡초만 우거진 정원과 저택만 옛모습 그대로 간직한 채로 말입니다.
미국의 새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그 대통령은 빨간 모자를 착용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 빨간 모자에는 큼직하게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MAGA 즉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글 말입니다. 건국한지 249년된 미국은 사실상 지금 세계에서 그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초강력국가입니다. 그야말로 넘사벽 아닙니까. 그런데 조금 성에 안찼던 모양입니다. 트럼프 할아버지가 태어난 1946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감히 세계 무대에서 명함도 못내밀던 중국이란 동북아시아 촌동네 나라가 지금 미국을 넘보는 그런 상황이되자 드디어 빨간 모자 할아버지가 재등장한 것입니다. 같은 할아버지지만 조금 유약한 듯 한 바이든 할아버지와 해리스 아주머니의 약점을 누르고 천조국 미국의 강력한 슈퍼맨 트럼프 할아버지가 등장한 것 아닙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후 처음 행한 것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것이랍니다. 전직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자 처음으로 행한 것이 파리협약에 재가입한 것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보입니다.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들이 취임후 처음 행한 일속에서 일종의 코미디같은 느낌과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를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예고한 대로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력한 추방이 이어질 것입니다. 연방군인들을 대거 동원한다는 예측도 가능합니다. 대선 패배후 2021년 1월 6일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미국 국회의사당 무장점거사태로 구속된 세력들을 대거 풀어준다는 계획도 선 듯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색채는 빨간색입니다. MAGA족들의 모자 바로 그것입니다. 빨간색은 긴급을 요하는 장소에 채택됩니다. 주로 소방서 등입니다. 긴급상황을 의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세계가 모두 긴급한 상황처럼 보이는 모양입니다. 하긴 그럴수도 있습니다. 2016년 정치 아웃사이더가 졸지에 미국 대통령이 됐었으니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문제가 있어보이고 처단해야 할 대상으로 판단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빨간 색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띕니다. 트럼프 그 자신이 튀는 것을 무척 즐기는 성향입니다. 뭔가 상대와는 달리 보이고 싶은 강력한 심리적 특이현상의 소유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빨간 모자를 쓰고 미국 국기를 흔드는 세력을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격적인 것을 즐깁니다. 뭔가 일반적인 것과 달라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입니다. 하지만 그의 진면목은 따로 있습니다. 트럼프는 전쟁을 싫어합니다. 비지니스맨 가운데 방산업체 사람들을 제외하면 전시보다는 평시를 더 선호하지 않겠습니까. 트럼프가 즐겨 읽는 서적에 넘버원은 바로 손자병법입니다. 그 속에서 그는 싸움을 하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멋진 승리라는 생각을 깊게 가진 사람입니다. 부동산 사업자가 흥정에 능숙하지 싸움에 능하겠습니까.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가 부동산업자들의 기본적이 개념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러우전쟁도 중동전쟁도 조기에 마무리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리는 것이 대중국 경쟁입니다.
트럼프 취임자는 중국과도 그다지 무력적 전쟁을 하려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위협용입니다. 중국이 알아서 기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물론 모른척 버틸 경우 마지못해 관세 전쟁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침공하기 전에 미국이 중국을 선제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트럼프 취임자는 북한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고 싶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악의 축 가운데 한 축을 이루는 북한의 김정은을 잘 요리할 묘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북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트럼프만이 간직한 최후의 한 방일 것입니다. 그래야 그가 마지막으로 움켜질 노벨평화상도 가능할테니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해 그다지 뚜렷한 개념속에 사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가 태어난 1946년 그리고 그 이후 학창시절을 보낸 그 시절 그 이후에도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감정 이런 것은 트럼프에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사는냐가 그의 연구대상입니다. 그는 독재국가의 리더들에 대해서도 대단히 리버럴한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흰 고양이면 어떻고 검은 고양이면 어떠냐는 흑묘백묘 사상에 심취해 있습니다. 그에게는 과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과만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고 굳게 믿는 심리소유자입니다. 얼마후 북한 김정은과 만나 반갑게 악수하며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의 빨간 모자 세력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미국은 2025년 1월 20일 이후 새로운 길을 걸을 것입니다. 한국에게는 힘든 것이 상당할 것입니다. 하긴 한국의 생활에서 그다지 편했던 시간이 있었나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과는 애증의 세월 연속이었습니다. 한국 보수들이 숭상하는 박정희 정권도 미국 정권과는 상당한 거리가 존재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핵무기개발과 관련해 엄청난 갈등도 존재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등으로 혈맹이란 단어로 표현되지만 미국은 미국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나라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미국의 대통령과 한국의 대통령이 추구하는 이익이 비슷하면 우호적일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 비우호적인 상태가 된다는 것외에는 없습니다. 그것이 지금 한국과 미국이 가진 숙명적인 관계입니다.
미국은 빨간 모자 할아버지가 꾀하는 높은 담 정원속 저택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의견이 많습니다. 물론 불법체류하면서 마약을 하고 미국의 문화를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집단을 추방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합니다. 하지만 뭔가 빨간 모자 할아버지와 그 가족만 잘 살겠다고 하면서 추진하는 일들이 높은 담 외톨이 정원과 주택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구를 살리자는 파리 기후협약에서 취임하자 마자 탈퇴하는 모습속에 빨간 모자 할아버지의 나홀로 정원과 저택이 연상되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만은 아닐 것입니다.
2025년 1월 2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