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17. 부산 해운대구.
참빗살나무는 화살나무가 속한 노박덩굴과의 식물로서 잎이 마주나기 합니다.(표준국어대사전에 어긋난다고 되어 있어서 우리말샘에 가입하여 수정 의견 제출하고 왔심더. ^^;;) 사철나무, 화살나무, 회잎나무 등이 노박덩굴과에 속하는데 대개 꽃이 4수성(꽃잎이 네 갈래)이며 따라서 꽃잎 사이에 있는 수술도 네 개입니다. 아래 사진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꽃잎 넷,수술 넷. 4수성 꽃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가운데 초록빛 암술이 수술보다 짧게 솟았네요. 위 사진은 수술이 터지기 직전이라 둥글게 부풀었고 아래는 수술이 터져서 꽃가루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참빗살나무의 유래를 찾아보면 거의 다 '참빗'의 빗살을 만들었기에 그런 이름이 븥었다고들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빗을 만드는 인간문화재 장인들의 말을 들어보면(유튜브에 많습니다.) 참빗의 빗살은 대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아래 유튜브 동영상 링크)
물론 참빗살나무를 도장용으로 썼다는 말이 있고, 활의 재료로 썼다는 기록도 있으니 단단하면서도 휘어짐을 견디는 탄성도 좋은 목재임은 분명한 듯합니다. 하지만 참빗의 재료로는 부적합합니다. 왜냐하면 아시다시피 대나무를 제외한 모든 나무들은 다소간의 휘어짐이나 비틀림이 있기 때문에 오래오래 곧은 채로 유지되면서 벌어진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장마 같은 습기 많은 환경이 되면 아무리 장인이 공들여 불로 곧게 펴두었더라도 빗살이 휘어지거나 비틀리기 때문입니다. 예전 집들을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될 겁니다. 처음 지을 때 반듯했던 기둥이나 들보도 세월이 지나면서 뒤틀리고 갈라지기 마련이니까요.
참빗은 머리카락 하나하나를 훑어내릴 정도로 촘촘한 빗살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대나무가 아닌 다른 나무로 빗살을 만든다면 참빗으로서의 효능은 금세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일반 목재로는 참빗의 빗살 두께인 0.4mm 두께로 가공하기도 힘들뿐더러 그 두께로 가공한다고 하더라도 머리카락의 힘을 견디며 훑어내리는 힘을 견딜 수도 없습니다. 휘어지겠죠. 오로지 처음부터 일직선으로만 갈라지는 속성을 지닌 대나무라야 오래오래 참빗으로서의 기능이 유지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위 장인도 '오로지 대나무로 만든 빗'이라고 하시는 것이겠지요.
일부에서는 빗살은 대나무로 만든다 쳐도, 빗살이 흩어지지 않게 가장자리에 넓적하게 대는 나무(참빗장은 '메기'라고 하시네요. 위 동영상)나 빗의 형태를 고정해 주기 위해 양쪽 등면에 아교로 붙이는 등대(위 동영상에 나온 말)는 참빗살나무로 만든 게 아닐까 의견을 내기도 하시네요. 그런데 모든 참빗을 봐도 또 위 동영상을 봐도 그것들 역시 대나무로 만듭니다.
따라서 참빗살나무의 유래가 참빗을 만들어서 그렇다는 내용은 잘못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겁니다. 그러면 유래가 뭐냐? 저도 아직 내놓을 만한 답이 없습니다. 혹시 '빗살나무'가 있다면 거기에 '참'이 붙었다고 설명하면 될 텐데, 아쉽게도 그런 나무가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