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대포항' 해산물 골목
걸쭉한 입담과 눈요기
이건 숫제 축제의 장터다.
시끌벅적 한판 거방지게 노는 광대패가 들어온 것 같다.
어두워지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장이 서고, 축제가 열린다.
휘황찬란한 불빛에 눈이 부시고, 길손들의 발걸음은 여유롭고 경쾌하다.
산 좋고 바다 좋은 강원도 속초의 대포항.
특히 설악의 깊고도 풍만한 몸매를 감상하기 전날에는,들뜬 마음과 먼 길의 여독을 풀기 위해 찾아드는 곳.
온갖 동해산 수산물이 넘쳐나고,상인들의 활기찬 호객소리가 정겨운 곳.
이 곳에서는 동해안 최대의 해산물골목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설악동 민박마을에 방을 정하고 대포항으로 향한다.
대포항 초입 주차장에는 전국각지의 번호판을 단 차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모든 이들의 얼굴은 미소로 밝고, 옷차림은 거리낌 없이 편하다.
연인들은 대포항 밤바다 위로 폭죽을 폭폭 쏘아대고,가족들은 삼삼오오 '뭘 먹을까' 먹거리 구경에 여념이 없다.
입구에 들어서자 구수한 튀김냄새가 진동을 한다.
튀김난전 10여개가 도열해 손님을 맞고 있다.
한 집에서는 이 놈을 먹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색색의 물을 들인 강원도 감자떡도 팔고 오징어순대도 판다.
주전부리하면서 천천히 구경하라는 뜻 일게다.
관광지다 보니 자칫하면 바가지 쓸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곧이어 이어지는 활어난전.
과연 동해답다.
부산에서 보기 힘든 해산물들이 가득가득하다.
직경 1m가 넘는 자연산 광어가 난전 수족관에 떡 버티고 있고,비단멍게(피멍게)가 빨간 몸매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오징어는 지천으로 늘려있고 대게,털게 등도 꽉꽉 들어찼다.
모두들 싱싱하여 '펄떡펄떡' 뛴다.
"잿방어 한 마리 드시면 대게 두 마리 끼워 드릴게. 7만원에 드세요."
대게를 서비스로 끼워주다니! 주객이 전도된 듯해 귀가 솔깃해진다.
"회 한 접시 드시면 오징어회가 이 빠질 때까지 공짜!"
"우리 집은 이가 날 때까지 공짜!"
어처구니 없는 호객소리에 배를 잡고 웃는다.
어쨌든 간에 그 놈의 호객소리 한번 호기로워 좋다.
곧이어 조개구이 난전.
조개모듬이나 새우,오징어 순대 등을 직접 구워 먹도록 되어 있다.
"한 접시 만 원! 아저씨 조개 먹구 가,많이 드릴게. 나하고 눈 한번 맞춰봐! 눈 한번 맞춰봐~ 아저씨이~."
조개구이 난전 아지매의 호객은 걸쭉하니 색깔이 있다.
호객 당한 아저씨는 얼굴 붉히고,주위 사람들은 모두 깔깔댄다.
아지매 호객에 녹아난 일행은 석쇠불판을 한 자리 차지한다.
가리비조개 큰 놈으로 7마리에 만 원.
부산으로 치자면 14마리가 되는 셈이다. (부산은 한 마리를 둘로 나누어 낸다.)
역시 생산지 부근은 싱싱하고 풍족하다.
가리비 통째 불판에 올린다.
불을 받으면서 하나 둘 가리비가 입을 벌린다.
구수하고 향긋한 가리비 냄새가 입을 다시게 한다.
다 익은 한 마리를 한 입 크게 먹는다.
큰 가리비 한 마리를 통째 먹다니…. 참으로 호사다.
부드러우면서도 살강살강 씹히는 특유의 육질에 입이 즐겁고도 즐겁다.
한 잔 술을 더하니 깊어가는 타지의 밤이 더더욱 아름답고 기껍다.
대포항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다.
이 곳에서는 잘못하면 바가지를 쓰기 쉽다.
따라서 난전에서 싸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해물들을 사먹는 것이 좋다.
이 곳에서는 걸쭉한 호객소리와 눈요기로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7~8시간 거리.
먼 거리라 더욱 여행의 묘미가 살아나는 곳.
특히 설악산의 매혹적인 자태를 훔쳐보는 것만으로도,긴 시간의 여행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속초여행이다.
지금 설악산은 신록이 푸르다.
계곡 물 소리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향기로운 요즘이다.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