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People-내게 있어 참 소중한, 쑥떡의 향기
나는 떡을 좋아한다.
시루떡도 좋아하고, 콩떡도 좋아하고, 인절미도 좋아하고, 찹쌀떡도 좋아하고, 송편도 좋아하고, 백설기도 좋아하고, 가래떡도 좋아하고, 개떡 술떡에 장떡까지 좋아한다.
떡을 좋아한다고 해서 떡치기까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입에 집어넣는 그 떡을 좋아할 뿐이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내는 내게 ‘떡보’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더 좋아하는 떡, 곧 쑥떡이다.
향긋한 봄 향기가 담겨 있어서이다.
그 쑥떡 이야기 하나 한다.
「떡 값 500,000원 쑥 값 250,000원, 합계 750,000원, 배송료 40,000원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10시 50분 출발, 도착예정 12시 50분입니다. 사과 박스 4개 배 박스 1개, 총 5박스입니다.」
2015년 4월 28일 화요일 오전 10시 50분쯤의 일로, 내 고향땅 문경 읍내 중앙떡방앗간에서 내게 보내온 문자메시지 내용이 그랬다.
떡 값은 쌀 한 가마니 값에 그 쌀로 쑥 떡을 빚는 방앗간 수공을 보탠 것이고, 쑥 값은 그 사흘 전인 같은 달 25일 토요일 오전에, 우리들 ‘햇비농원’ 앞길을 지나가던 그곳 교촌 내 또래 두 여인에게 부탁해서, 해발 1,111m의 백두대간 주흘산 자락에 자리 잡은 우리 텃밭 주변에서 뜯게 한, 큰 포대로 다섯 포대의 쑥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 둘을 합해서 정해진 떡 값이 곧 750,000원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섯 상자에 담았는데, 문경터미널에서 오전 10시 50분에 출발하는 고속버스에 실어 보낼 것이며, 낮 12시 50분이면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언뜻 느낌에 큰돈 같이 느껴질 수 있고, 쓰기 아깝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으나, 내게 있어서는 큰돈이 아니었고, 또 하나 아깝지 않았다.
이 손 저 손 그 쑥 떡을 빚어내는 과정에 드는 수고를 알기 때문이고, 그렇게 빚은 쑥 떡으로 인해 이어질 감동을 알기 때문이었다.
곧장 그 돈을 온라인 입금했다.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 회계를 맡고 있는 아내가, 혹 돈 걱정을 할까싶어서, 내 개인 통장에서 돈을 뺐다.
감동은 떡집에서부터였다.
「감사 감사, 여러모로 감사. 기원섭 감사」
떡 값을 송금하고 난 뒤에, 문경 중앙떡방앗간 여주인에게 곧장 그렇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답도 역시 곧장 왔다.
그 내용이 이랬다.
「저도 감사합니다. 좋은 선물 되세요~~」
방앗간 여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이는 내용이었다.
감동이 있었으니, 떡 주문자인 내가 부담해야 할 40,000원의 배송비를 대신 부담해주기까지 한 것이었다.
그때쯤 내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큰 포대 다섯 포대의 쑥을 뜯어서, 그 쑥을 씻고 삶고 해서 방앗간으로 전해준 내 또래 여인의 전화였다.
“우예 그래 마이 조여. 고마워여.”
한 포대에 30,000원씩 받는 것인데, 50,000원씩 해서 250,000원을 준 것이 그리도 고맙다고 했다.
감동은 그렇게 잇고 이어진 것이었다.
감동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영동고속도로에 중부고속도로를 2시간에 걸쳐 달려, 서울에까지 몰고 왔다.
내가 직접 동서울터미널로 나가서 도착하는 고속버스를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가, 낮 1시쯤에 도착하는 버스에서 직접 인계받았다.
한 상자 한 상자 다섯 상자 모두가 무겁기 짝이 없었다.
마구잡이로 들다가 자칫 허리라도 삐끗할까싶어서 조심조심 안아들어 차 트렁크에 실었다.
일단 상자 하나를 뜯어봤다.
1되씩 담은 떡 봉지가 10개가 들어 있었다.
다섯 상자 모두 50개인 셈이었다.
우선 한 봉지를 뜯어봤다.
말랑말랑한 쑥떡에 노란 콩가루까지 한 봉지 따로 들어 있었다.
솔솔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향긋한 쑥 냄새에 고소함까지 더했으니, 입맛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쑥떡 한 쪽을 집어 콩가루에 앞뒤로 잘 묻혀서 입에 집어넣었다.
그 맛, 저절로 눈이 감기고 있었다.
내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내 가슴에도 감동의 물결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쑥떡을 차 트렁크에 싣고 달렸다.
우리 사무소 분소가 있는 서울 노원에도 갔고, 경기 부천에도 갔다.
그곳에서 일하는 우리 직원들에게도 나눠주고 분소에서 거래하는 금융기관에도 나눠주게 할 요량에서였다.
그 길목 길목에서 문득 문득 친구 생각도 났다.
그 쑥떡을 나 혼자 먹기에는 너무 아까워서였다.
그래서 한 봉지 쑥떡을 건네주게 된 친구가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용균이 친구고 창현이 친구고 대식이 친구고 그랬다.
그렇게 서울과 경기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서초동 우리 사무소로 돌아올 때쯤 해서, 내 핸드폰에 문자메시지가 수신되고 있었다.
그 쑥떡 봉지를 건네받은 우리 직원들이 보내는 것이었다.
그 내용, 이랬다.
「떡,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날씨도 더운데...감사합니다^^」
「대표님, 오늘 떡 주신 거, 부서 직원 분들이 감사하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원선이랑 저도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대표님~ 떡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직원들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한 마디씩들 하네요. ㅎ 고생스럽게 먼 길 다니시면서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날씨 더웠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조금 시원하네요~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다들 감동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직원들 자신들만 감동하는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우리 직원들로부터 건네받은 거래처 직원들도 감동했다는 것이었다.
먹고 그냥 있지를 않고, 감사의 뜻을 전할 줄 아는 그 마음이, 나로서는 더 고마운 일이었고, 또 감동이었다.
그렇게 감동으로 점철된 하루 일상이 끝났다.
그런데 감동의 순간은 또 있었다.
“한 봉지 여유 없어요?”
아내의 그 말이 이날의 마지막 감동이 있게 한 단초였다.
“강국씨 생각이 나서요.”
아내의 뜻이 무엇인지 내 단박에 알았다.
오랜 세월, 독신으로 사는 그 처지를 생각한 것이겠거니 했다.
그렇게 해서 저녁에 서초동 우리 사무실로 강국이 그 친구가 왔다.
부득부득 그 친구가 저녁 값을 냈다.
쑥떡 한 봉지를 들고 멀어져 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봤다.
아련해질 때까지 한참을 봤다.
그 친구의 가슴에 담긴 감동이 그 뒷모습에 한 폭 풍경화로 그려져 있었다.
2015년 4월 29일 오후 2시가 막 넘어가는 지금 이 순간, 내 핸드폰으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한 통 수신 됐다.
창현이 친구가 보낸 것이다.
그 내용, 이렇다.
「4월 강동회 모임. 2015. 4. 29. 오늘 수요일 저녁 7시 엉터리 생고기집. 1. 미국 이병일 친구 초청 2. 여행준비금 10만원 지참 요망.」
만사 제켜놓고 내 오늘 그 자리에 발걸음 할 작정이다.
모이는 친구들에게 쑥떡 맛 좀 보게 해주고 싶어서다.
특히 오랜만에 고국 한국 땅을 찾은 이병일 친구에게는, 그 쑥떡 한 조각이 귀한 선물의 의미로 가슴이 담길 것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치른 떡 값은 750,000원이었다.
그 떡이 값을 한 것은 그 떡 값 정도가 아니다.
수십 배, 수백 배, 수천 배가 족히 넘는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감동이 잇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감동 중에 하이라이트는 다음의 한 통 문자메시지였다.
「국장님~~~봄 향기 가득한 쑥떡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__^ 고맙습니다~~~~」
재단법인 행복세상에서 온갖 핵심 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송나리 실장이 내게 보내준 것이었다.
‘봄 향기 가득한 쑥떡’이라고 했다.
천리만리, 그 쑥떡의 향기가 퍼져갈 것이라고 믿으며, 내 이렇게 답장 메시지를 보냈다.
「어찌 이리 예쁜 글로 고마움을 표하나요. 내가 도리어 감동 감동 감동.」
첫댓글 배풀려고하는 마음...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대단하네...지성이면 감천이라~
깊은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켜 앞으로도 많은 좋은일이 일어나기를~~~~
이런 정성과 노고가 있었던 쑥떡이라서 그런지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내도 원서비 정성에 감탄하고 전해준 맛있는 그 쑥떡 맛에 감사 하는 말 전해 달라고 하더이다
고마워... 배려하는 그 마음이 너무 보기 좋더구먼유
세상 제일 바쁜 양반이 Story있는 쑥떡을 인천까지 보내주어
주방식구들과 나누어 먹었고,
내 몫도 따로 놔두고,
딸 몫도,
아들집에 갈때 준다고 아들 며느리 손녀 몫까지 싸놓았드라고...
정성 감사하고, 잘 먹었습니다~!!
쌀 한가마니로 만드는 쑥떡을 주문한다기에 걱정했었는데...역시 대단해여 배려하고 베풀곳이 그렇게도 많아 서
맛나게 잘 소비할수 있다는 저력이 있다는것 참으로 놀랍고 축하를 한다네...고향의 쑥떡 고향 문경의 향기가 고소한 콩가루 맛이랑 감으로 느끼면서 침만 꼴까닥 삼켜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