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시 모음 6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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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월
신달자
때는 새벽
1월의 시간이여 걸어 오라
문 밖에 놓인 냉수 한 그릇에
발 담그고 들어오면
포옥 삶아 깨끗한
새 수건으로
네 발 씻어 주련다
자세는 무릎을 꿇고
이마엔
송글송글 땀방울도
환히 미소 지어리니
나의 두 손은 잠시
가슴에 묻은 채 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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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4월의 꽃
신달자
홀로 피는 꽃은 그저 꽃이지만
와르르 몰려
숨 넘어가듯
엉겨 피어 쌓는 저 사건 뭉치들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벚꽃 철쭉들
저 집합의 무리는
그저 꽃이 아니다
우루루 몰려 몰려
뜻 맞추어 무슨 결의라도 하듯이
그래 좋다 한마음으로 왁자히
필 때까지 피어보는
서럽고 억울한 4월의 혼령들
잠시 이승에 불러 모아
한번은 화끈하게
환생의 잔치를 베풀게 하는
신이 벌이는 4월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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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간절함
신달자
그 무엇 하나에 간절할 때는
등뼈에서 피리 소리가 난다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끝에
푸른 불꽃이 어른거린다
두 손과 손 사이에
깊은 동굴이 열리고
머리 위로
빛의 통로가 열리며
신의 소리가 내려온다
바위 속 견고한 침묵에
온기 피어오르며
자잘한 입들이 오물거리고
모든 사물들이 무겁게 허리를 굽히며
제 발등에 입을 맞춘다
엎드려도 서 있어도
몸의 형태는 스러지고 없다
오직 간절함 그 안으로 동이 터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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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나리꽃 피다
신달자
바람 부는 3월
진회색 개나리 가지들 속에서
노오란 머리 비집고 나오는
신생아들
순금의 애기 부처들이
지난해 못다 준 말씀을
세상에 와르르 쏟아내고 계시다
온 몸으로 순금의 등을 켜고
거리에 순금의 자비를 내리신다
화가 잔뜩 난 사람들 여기를 봐라
하늘의 선물로 내린 빛의 아기들
세상을 순화시키려고
거리마다 신생아실을 짓는다
절하라
거기가 어디든 모두 법당 안이다
아기부처들을 태운 황금열차가
세상의 거리를 달려간다
3월 설법으로
개나리꽃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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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겨울 연가
신달자
한번 더 용서하리라
겨울 이별은
땅 끝까지 떨려
설악산엔 이미
안개처럼 눈 덮히고
서울엔 영하로 떨어져
내 창의 울음 커지는 때
한번만 더 용서하리라
5시에 몰려오는 새벽 어둠은 차고
12월의 노을은 너무 적막해
몸 속의 뼈는
회초리로 모두 일어서서
심장을 내려치는
영웅적 고독을
나는 혼자서는 견딜 수가 없어
그대여 좀 더 따뜻한 날에
이별할지라도
지금은 혼자서는 결 딜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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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겨울 초대장
신달자
당신을 초대한다 오늘은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
이런 겨울 아침에 나는 물을 끓인다
당신을 위해서 어둠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내 힘이 비록 약하여 거듭 절망했지만
언젠가 어둠은 거두어지게 된다
밝고 빛나는 음악이 있는 곳에 당신을 초대한다
가장 안락한 의자와 따뜻한 차와
그리고 음악과 내가 있다
바로 당신은 다시 나아기를 바라며
어둠을 이기고 나온 나를 맨살로 품으리라
지금은 아침 눈이 내릴 것 같은 이 겨울 아침에
나는 초인종 소리를 듣는다 눈이 내린다
눈송이는 큰 벚꽃 잎처럼
춤추며 내린다
내 뜰 안에 가득히
당신과 나 사이에 가득히
온 누리에 가득히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
그리고 새롭게 창을 연다
함박눈이 내리는 식탁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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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공중전화를 보면 동전을 찾는다
신달자
공중전화를 보면
동전을 찾는다
그냥 무심히
그 앞을 지나갈 수가 없다.
해가 진다
어두워 오는 마음에
불을 켠 듯한 이름 하나 없을까
사각의 공중전화 박스 속에서
수첩을 뒤적이지만
가을 억새가 나부끼는
빈 들판에 나는 서 있고
이런 마음을 들켜도 좋을
편안한 이름하나 떠오르지 않는다.
공중전화를 보면
그래도 동전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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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구절초
신달자
무주구천동 오르는 계곡
구절초 한마당
가락으로 흐르고 있네요
하필이면 그 음절이
꼭 울 엄마 가슴 에던
그 곡조 같아서
나 바람 속에 취해 흥얼거리는
구절초 한 송이 꺾어
입술에 대니 그렇구나
울 엄마 낮술에 취해 있던
그 내음 그 노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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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귀
신달자
얘야 일어나라
어머니 말씀 하나 그대로 상하지 않고 담겨 있다
몇 천 번 꺼내 들어도
다시 그대로 더 싱싱해지는 말씀
왕창 무너지는 모진 강풍에도 끄떡없이
몸 안에 묻혀 있던 독
독이 또 하나의 독을 만들며
또 하나의 독이 다시 또 하나의 독으로 불어나
강풍을 밀어내던 목소리
얘야 일어나라
그 말씀 더 진하게 발효되어 온몸을 울리는
깊은 항아리
바람이 숱한 세월을 밀고
귓전을 칼바람으로 스쳐지나가지만
얘야 일어나라
볕살 좋은 곳에 오늘은 뚜껑 열어 두고
항아리마다 담긴 말씀을 푸욱 익히는
내 몸의 장독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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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리울 때는
신달자
모질게
욕이나 할까부다
네까짓 거 네까짓 거
얕보며 빈정대어 볼까부다
미치겠는 그리움에
독을 바르고
칼날같은 악담이나
퍼부어 볼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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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그리움
신달자
찾아낼 수 없구나
문닫힌 방안에
정히 빗은 내 머리를
헝클어 놓는 이는
뼈속 깊이깊이 잠든 바람도
이밤 깨어나
마른 가지를 흔들어 댄다
우주를 돌다돌다
내 살갗 밑에서 이는 바람
오늘밤 저 폭풍은
누구의 미친 그리움인가
아 누구인가
꽁꽁 묶어 감추었던
열길 그 속마음까지 열게하는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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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기도
신달자
아마 이런 마음일 것입니다.
잘 됐으면,
일이 잘 됐으면, 자녀들이 잘 됐으면,
내 앞으로의 일들이 잘 됐으면...
좋아 졌으면,
안 좋아졌던 모든 것이 다 좋아 졌으면,
내 신앙이 좋아졌으면, 우리 식구들의 믿음이 좋아졌으면,
우리 교회가 날마다 부흥함으로 좋아졌으면....
육신은 건강했으면,
아픈 몸이 건강했으면, 건강한 몸은 더 건강했으면,
심령에는 은혜가 넘쳤으면,
그리하여 감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는 것이 신나고 즐겁고 행복했으면..
한 마디로 `복 있는 자`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여러분과 저는 오늘 읽었던 본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복 있는 자`되어야 할 줄 믿습니다.
3절에 있는 말씀처럼,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는 역사가
일어나야 합니다.
무엇을 하든 헛되지 않고 하는 것에 열매가 맺혀야 합니다.
열심히 일했더니 수고의 대가가 있어야 합니다.
예배를 드렸더니 은혜가 있어야 합니다.
기도를 했더니 응답이 있어야 합니다.
또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해야 합니다.
은혜가 마르지 아니해야 합니다.
물질이 마르지 아니해야 합니다.
하는 일이 마르지 아니해야 합니다.
건강이 마르지 아니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복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줄 믿습니다.
즉 우리의 영, 육간이 날마다 강건함을 입는 자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날마다 진보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심령에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로 충만해야 합니다.
날마다 승리하며 이기는 자 되어야 합니다.
나누어주고 꾸어주고도 남는 물질의 복도 받아야 합니다.
사랑하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용납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싫어하고 멀리는 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하고 몰려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복 있는 자들이 다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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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기우는 해
신달자
너는 산을 넘고
나에겐 밤이 온다
너의 불붙는 옷자락에
내 피가 기울어 나는 더욱 캄캄해지고
더 캄캄해질수록 산을 넘는 너의 불꽃은 활활 탄다
캄캄해지는 것과 불붙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