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시모음 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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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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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갈릴레아 바다
정지용
나의 가슴은
조그만 갈릴레아 바다
때없이 설레는 파도는
美한 풍경을 이룰 수 없도다.
예전에 門弟들은
잠자시는 주를 깨웠도다.
주를 다시 깨움으로
그들의 신덕은 복되도다.
돛폭은 다시 펴고
키는 방향을 찾았도다.
오늘도 나의 조그만 갈릴레아에서
주는 짐짓 잠자신 줄을 ―.
바람과 바다가 잠잠한 후에야
나의 탄식은 깨달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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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향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꾹이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 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한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이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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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곡마단
정지용
소개 터
눈 위에도
춥지 않은 바람
클라리오넷이 울고
북이 울고
천막이 후두둑거리고
기가 날고
야릇이도 설고 흥청스러운 밤
말이 달리다
불 테를 뚫고 넘고
말 위에
계집아이 뒤집고
물개
나팔 불고
그네 뛰는 게 아니라
까아만 공중 눈부신 땅재주!
감람 포기처럼 싱싱한
계집아이의 다리를 보았다
역기선수 팔짱 낀 채
외발 자전거 타고
탈의실에서 애기가 울었다
초록 리본 단발머리짜리가 드나들었다
원숭이
담배에 성냥을 켜고
방한모 밑 외투 안에서
나는 사십 년 전 처량한 아이가 되어
내 열 살보다
어른인
열여섯 살 난 딸 옆에 섰다
열 길 솟대가 계집아이 발바닥 위에 돈다
솟대 꼭두에 사내 어린아이가 거꾸로 섰다
거꾸로 선 아이 발 위에 접시가 돈다
솟대가 주춤 한다
접시가 뛴다 아슬 아슬
클라리오넷이 울고
북이 울고
가죽 잠바 입은 단장이
이욧! 이욧! 격려한다
방한모 밑 외투 안에서
위태 천만 나의 마흔아홉 해가
접시 따라 돈다 나는 박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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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성동(九城洞)
정지용
골작에는 흔히
유성(流星)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소란히 쌓이기도 하고,
꽃도
귀양 사는 곳,
절터 드랬는데
바람도 모이지 않고
산 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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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의 반
정지용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의 고문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
쪽빛 하늘에 흰꽃을 달은 고산 식물,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워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오로지 수그릴 뿐,
때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굽이굽이 돌아 나간 시름의 황혼 길 위
나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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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시 海峽
정지용
正午 가까운 海峽은
白黑痕跡이 的歷한 圓周!
마스트 끝에 붉은旗가 하늘 보다 곱다.
甘藍 포기 포기 솟아 오르듯 茂盛한 물이랑이여!
班馬같이 海狗 같이 어여쁜 섬들이 달려오건만
一一히 만저주지 않고 지나가다.
海峽이 물거울 쓰러지듯 휘뚝 하였다.
海峽은 업지러지지 않었다.
地球우로 기여가는것이
이다지도 호수운 것이냐!
외지곳 지날제 汽笛은 무서워서 운다.
당나귀처럼 悽凉하구나.
海峽의 七月해ㅅ살은
달빛 보담 시원타.
火筒옆 사닥다리에 나란히
濟州島사투리 하는이와 아주 친했다.
수물 한살 적 첫 航路에
戀愛보담 담배를 먼저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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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다알리아
정지용
가을볕 째앵하게
내려 쪼이는 잔디 밭.
함빡 피어난 다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다알리아.
시악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젖 가슴과 부끄럼성이
익을 대로 익었구나.
시악시야, 순하디 순하여다오
암사슴처럼 뛰어다녀 보아라
물오리 떠돌아다니는
흰 못물 같은 하늘 밑에
함빡 피어나온 다알리아
피다 못해 터져 나오는 다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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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말
정지용
말아, 다락같은 말아,
너는 점잔도 하다마는
너는 왜 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 편인 말아,
검정콩 푸렁콩을 주마.
이 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 데 달을 보며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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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바람
정지용
바람.
바람.
바람.
늬는 내 귀가 좋으냐?
늬는 내 코가 좋으냐?
늬는 내 손이 좋으냐?
내사 왼통 빨개졌네.
내사 아무치도 않다.
호호 칩어라 구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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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별똥
정지용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오.
별똥은 본 적이 없다
난 아직 다 자라지 않았다
별똥 떨어진 곳에 가보고 싶다
내 눈에도 보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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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봄
정지용
외ㅅ가마귀 울며 나른 알로
허울한 돌기둥 넷이 스고
이끼 흔적 푸르른데
황혼이 붉게 물든다
거북 등 솟아오른 다리
길기도 한 다리
바람이 수면에 옴기니
휘이 비껴 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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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비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바람.
앞서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山)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낱¹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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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산 너머 저쪽
정지용
산 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뻐꾸기 영우 에서
한나절 울음 운다.
산 너머 저쪽 에는
누가 사나?
철나무 치는 소리만
서로맞어 쩌르렁!
산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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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산소
정지용
서낭산ㅅ골 시오리 뒤로 두고
어린 누이 산소를 묻고 왔오.
해마다 봄ㅅ바람 불어들 오면,
나드리 간 집새 찾어 가라고
남먼히 피는 꽃을 심고 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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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산에서 온 새
정지용
새삼나무 싹이 튼 담우에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빨강모자 쓰고.
눈에 아름 아름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누이보고 지고.
따순 봄날 이른 아침부터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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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새빨간 기관차
정지용
으으릿 느으릿 한눈파는 겨를에
사랑이 수이 알어질가도 싶구나.
어린아이야,달려가자.
두뺨에 피여오른 어여쁜 불이
일즉 꺼져 버리면 어찌 하자니?
줄 달음질 쳐 가자.
바람은 휘잉. 휘잉.
만틀 자락에 몸이 떠오를 듯.
눈보라는 풀. 풀.
붕어새끼 꾀여내는 모이 같다.
어린아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새빨간 기관차처럼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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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석류
정지용
장미꽃처럼 곱게 피어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 때 밤은 마른 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 겨울 지난 석류열매를 쪼기어
홍보석 같은 알을 한 알 두 알 맛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 어린 녀릿녀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 해 시월 상ㅅ달, 우리 둘의
조그마한 이야기가 비롯될 때 익은 것이어니.
작은 아씨야, 가녀린 동무야, 남몰래 깃들인
네 가슴에 조름 조는 옥토끼가 한 쌍.
옛 못 속에 헤엄치는 흰 고기의 손가락, 손가락,
외롭게 가볍게 스스로 떠는 은실, 은실,
아아 석류알을 알알이 비추어 보며
신라천년의 푸른 하늘을 꿈꾸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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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슬픈 인상화
정지용
수박냄새 품어 오는
첫여름 저녁때.....
먼 해안 쪽
길옆 나무에 늘어 슨
전등.전등.
헤엄쳐 나온듯이 깜박어리고 빛나노나.
침울하게 울려 오는
축향의 기적 소리... 기적소리...
이국정조로 퍼득이는
세관의 깃 발.깃 발.
세멘트 깐 인도측으로 사폿사폿옮기는
하이얀 양장의 점경!
그는 흘러가는 실심한 풍경이여니..
부질없이랑쥬 껍질 씨비는 시름....
아아, 에시리. 황
그대는 상해로가는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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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옛 이야기 구절
정지용
집 떠나가 배운 노래를
집 찾아오는 밤
논둑길에서 불렀노라.
나가서도 고달프고
돌아와서도 고달펐노라.
열네 살부터 나가서 고달펐노라.
나가서 얻어 온 이야기를
닭이 울도록,
아버지께 이르노니-
기름불은 깜박이며 듣고,
어머니는 눈에 눈물을 고이신 대로 듣고
니치대든 어린 누이 안긴 대로 잠들며 듣고
웃방 문설주에는 그 사람이 서서 듣고,
큰 독 안에 실린 슬픈 물같이
속살대는 이 시고을 밤은
찾아온 동네 사람들처럼 돌아서서 듣고,
-그러나 이것이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어떤 시원찮은 사람들이
끝맺지 못하고 그대로 간 이야기어니
이 집 문고리나, 지붕이나,
늙으신 아버지의 착하디 착한 수염이나,
활처럼 휘어다 붙인 밤하늘이나
이것이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전하는 이야기 구절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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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오월 소식
정지용
오동나무 꽃으로 불 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곤거리는구나.
모처럼만에 날아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어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 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어,
하늘과 딱 닿은 푸른 물결 위에 솟은,
외딴 섬 로맨틱을 찾아갈까나.
일본 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가르치러 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 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오는 듯 머얼리 우는 오르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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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옥류동玉流洞
정지용
골에 하늘이
따로 트이고,
瀑布 소리 하잔히
봄우뢰를 울다.
날가지 겹겹히
모란꽃닙 포기이는듯.
자위 돌아 사폿 질ㅅ듯
위태로히 솟은 봉오리들.
골이 속 속 접히어 들어
이내(晴嵐)가 새포롬 서그러거리는 숫도림.
꽃가루 묻힌양 날러올라
나래 떠는 해.
보라빛 해ㅅ살이
幅지어 빗겨 걸치이매,
기슭에 藥草들의
소란한 呼吸 !
들새도 날러들지 않고
神秘가 한끗 저자 선 한낮.
물도 젖여지지 않어
흰돌 우에 따로 구르고,
닥어 스미는 향기에
길초마다 옷깃이 매워라.
귀또리도
흠식 한양
옴짓
아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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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유리창
정지용
1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 새처럼 날러갔구나 !
2
내어다 보니아주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앞 잣나무가 자꼬 커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이 가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 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小증기선처럼 흔들리는 창.
투명한 보랏빛 누뤼알
아,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뺌은 차라리 연정스레히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맞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머언 꽃 !
도회에는 고운 화재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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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저녁햇살
정지용
불 피어오르듯하는 술
한숨에 키여도 아아 배고파라.
수저븐 듯 놓인 유리컵
바쟉바쟉 씹는 대로 배고프리.
네 눈은 고만스런 혹 단초
네 입술은 서운한 가을철 수박 한점.
빨어도 빨어도 배고프리.
술집 창문에 붉은 저녁 햇살
연연하게 탄다, 아아 배고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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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조약돌
정지용
조약돌 도글도글.....
그는 나의 혼의 조각 이러뇨.
앓는 피에로의 설움과 첫길에
고달픈 청제비의 푸념겨운 지줄댐과,
꾀집어 아즉 붉어 오르는피에 맺혀,
비 날리는 이국 거리를 탄식하며 헤매노나.
조약돌 도글도글.....
그는 나의 혼의 조각 이러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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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춘설
정지용
문 열자 선뚝! 뚝 둣 둣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로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롭워라.
옹송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입이 오믈거리는,
꽃 피기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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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風浪夢 1
정지용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끝없는 우름 바다를 안으올때
葡萄빛 밤이 밀려 오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외딴 섬, 銀灰色 巨人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窓밖에는 참새떼 눈초리 무거웁고
窓안에는 시름겨워 턱을 고일때,
銀고리 같은 새벽달
붓그럼성 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외로운 조름, 風浪에 어리울때
앞 浦口에는 궂은비 자욱히 둘리고
行船배 북이 웁니다, 북이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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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피리
정지용
자네는 인어를 잡아
아씨를 삼을 수 있나?
달이 이리 창백한 밤엔
따뜻한 바다속에 여행도 하려니.
자네는 유리 같은 유령이 되여
뼈만 앙사하게 보일 수 있나?
달이 이리 창백한 밤엔
풍선을 잡어타고
花粉 날리는 하늘로 둥 둥 떠오르기도 하려니.
아모도 없는 나무 그늘 속에서
피리와 단둘이 이야기 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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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해바라기 씨
정지용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퉁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리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내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 마주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 시악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갔다가
소리를 꽥! 지르고 간 놈이∼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구리 고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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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호면
정지용
손바닥 울리는 소리
곱드랗게 건너간다
그 뒤로 흰게우가 미끄러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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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호수
정지용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 밖에.
오리 모가지는
호수를 감는다.
오리 모가지는
자꼬 간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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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