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청출어람이 행복이다.
유옹 송창재
어젯밤,
아니 그날 거의 새벽이었을 거다.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이 시간에 아무리 술꾼이라해도 전화할 사람은 없는데? 하고 열어보니 역시 모르는 번호다.
받지 않았다.
이어서 또 울려서 혹시나 하고 받았다.
옛날 제자였다.
"야, 임마! 지금이 몇신데 어디서 뭐하다 전화하고 그래! 안 자냐?"
"선생님, 선생님은 잠이 적으셔서 지금 안 주무실 것 같아서요.
선생님, 대답해 주실 일이 있으셔서요!"
“야, 임마 나도 이제는 영감이야.”
"뭔데?
내가 옛날에 너한테 잘못한 것이 있냐?"
"아니, 그게 아니고, 선생님이 저희들 보고 짝꿍을 고를 때는 외양의 미추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고, 정서가 맞아 소통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죠?"
"얌마, 나는 영어,수학선생이었고,
너는 영어, 수학도 못한 놈이 그런 것은 잘 기억한다!"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 말씀데로 미추에 관계없이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한 분을 사귀는데..
어제는 저보고, 저를 지금껏 한번도 남자로 생각해 본적도 없고, 한번도 보고 싶어한 적도 없다고 해서,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일박이일로 고민했는데, 오늘..아니네
어제 저녁에 밥 먹자고 하니, 지금도 제 앞에 앉아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야, 내가 그걸 해석할 줄 알면 지금껏 총각으로 늙었겄냐?
니 앞에 계시는 분께 여쭈어 봐라.
해석좀 해 주시라고!"
"네, 그랬더니 의역하지 말고, 그대로 직역을 하라고만 하니!?"
"야, 내가 잘 모르는 고급스럽고, 난해한 수사법이라..
난 직역도 어려워서 못 하겠다."
"역시 저는 선생님 제자 맞군요.
저도 도저히 해석이 안 되어서 전화드렸어요."
"고맙다. 나는 절대로 니 결혼식 주례 안 서도 되겠다. ㅎㅎ"
"선생님, 해석되시면 제게 알려주세요!
다시 주무세요!"
새벽녁에 나같은 또라이 제자녀석을 만났다.
청출어람!
그렇게 가르쳤는데,
저 녀석은 절대로 나를 벗어나기는 어렵겠다.
내가 잘못 가르쳤나?
이제는 선생 절대로 안 해야겠다.
새벽 잠 깨우는 녀석들 많아서!
청출어람!
지금은 아이가 둘이란다.
확실히 내가 잘 가르친 보람이 있다.
청출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