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값 1만원 훌쩍” 집냉족 늘고… ‘런치플레이션’에 도시락 점심
[물가 비상]
물가 고공행진에 가정-직장 신풍속
최근 ‘승진 턱‘으로 팀원들에게 평양냉면을 산 박모 씨(36)는 주말 대형마트에서 가정간편식(HMR) 냉면을 여러 팩 쓸어 담았다. 식당 냉면 한 그릇(1만6000원) 가격으로 2인분짜리 물냉면 5팩을 살 수 있었다. 그는 “지갑사정이 안 좋아져 냉면집으로 갔는데 웬만한 삼겹살 집보다 비싸게 나와 놀랐다”며 “냉면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직접 끓여먹겠다”고 했다.
천정부지로 오른 외식물가로 서울지역 식당의 냉면 가격이 평균 1만 원을 돌파하면서 집에서 간편식 냉면을 즐기는 ‘집냉족’들이 늘고 있다. 점심값이 급등하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부담에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컵라면과 편의점 도시락 판매 역시 급증하고 있다.
○ 냉면-치킨 등 여름별미-야식값 천정부지
12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냉면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자체브랜드(PB) 제품의 경우 냉면과 비빔국수, 메밀국수(소바) 매출이 모두 40% 안팎으로 뛰었다. 국내 간편식 냉면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도 지난달 냉면 매출이 1년 전보다 16% 올랐다. 냉면시장을 양분하는 풀무원도 지난달 생면(냉장면+상온면) 매출이 20% 올랐다.
때 이른 무더위로 냉면 수요가 늘기도 했지만 식자재값 인상으로 외식물가가 상승한 영향이 컸다. 서울의 냉면 평균 가격은 1만269원으로 1년 전(9346원)보다 10%, 5년 전(7962원)보다 29% 올랐다. 지난달 가격을 2000원 올린 우래옥을 비롯해 을밀대 봉피양 등 유명 평양냉면 한 그릇 가격은 1만3000∼1만6000원 선. 냉면 주원료인 메밀(수입)과 곁들여먹는 무 도매가는 각각 평년 대비 58%, 33% 올랐다.
‘대표 야식’인 치킨은 지난달 가격이 지난해 12월에 비해 6.6% 올랐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39개 외식품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식 물가지수는 올 들어 4.2%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4%)을 웃돌았다. 자장면(6.3%), 떡볶이(6.0%), 칼국수(5.8%), 짬뽕(5.6%), 김밥(5.5%)이 5% 이상 올랐다.
치킨업계는 닭고기, 식용유 등 가격 상승으로 최근 가격을 마리당 1000∼2000원씩 올렸지만, 서비스로 주던 단무지나 콜라 사이즈업에 추가요금(500∼1000원)을 부과하는 식으로 가격을 사실상 추가 인상하기도 한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많이 쓰는 10호 닭고기 평균 납품가는 지난달 3518원으로 17.9% 인상된 영향이 크다.
여름 과일인 수박 가격도 오름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수박 도매가격이 kg당 2300∼2500원으로 1년 전(1900원)보다 최대 32% 비싸질 것으로 전망했다. 농촌 인력 부족으로 재배면적이 줄고 큰 일교차로 출하량이 감소했다.
○ ‘런치플레이션’에 편의점 컵라면-도시락 매출도 쑥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런치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8000원 넘게 드는 점심값을 아끼려는 이들로 컵라면 판매량이 대폭 늘었다. 농심과 삼양식품의 5월 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5%, 7% 증가했는데 이 중 컵라면이 각각 19%, 15%씩 올라 봉지라면(각각 13%, 1%)보다 상승폭이 컸다.
편의점 도시락 수요도 늘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달 오피스가에 위치한 점포에서 판매된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1% 올랐고 삼각김밥(28.0%), 줄김밥(23.7%) 등도 급증했다.
신동진 기자, 세종=김형민 기자
OECD 38개국 4월 물가 9.2% 껑충… 34년만에 최고
[물가 비상]
우크라 전쟁으로 곡물-유가 급등 탓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우려 커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9.2% 올라 약 34년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특히 식료품 물가는 같은 기간 11.5%나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국제유가, 곡물가격 등이 치솟는 가운데 경제성장은 둔화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12일 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로 1988년 9월(9.3%)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치였다. OECD가 집계한 회원국의 물가상승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올해 2월 7.8%에서 3월 8.8%로 올랐고,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급등이 이어지며 4월 9%대로 올라섰다. 이 중 4월 식료품 물가는 11.5% 올라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원국별로는 터키가 4월 70.0%의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이 밖에 에스토니아(18.9%), 리투아니아(16.8%). 체코(14.2%) 등 9개국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한국은 4.8%로, 일본과 스위스(각 2.5%), 이스라엘(4.0%) 다음으로 낮았다.
세계 주요국들의 물가는 당분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OECD는 이달 8일(현지 시간)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8.8%로 제시해 1988년 9.8% 이후 34년 만에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올해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3.0%로, 직전 전망보다 1.5%포인트 낮췄다.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성장률은 떨어지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세종=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