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김치를 담근 아내가 말했다.
고춧가루가 다 떨어졌다고.
그래서 고춧가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해마다 고향에 계시는 큰누님이 보내주셨는데, 올해는 고추가 흉작이라 보내주지 못하신단다.
남의 것을 사 보내주려고 해도 바빠 못하신다고 하신다.
그러면 우리가 사서라도 해야지.
아내가 분주히 고추를 사러 시장엘 다녔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에 널린 고추, 알싸한 냄새가 진동한다.
며칠 전, 아내는 시장에서 홍고추 30kg을 사왔다.
홍고추를 1관(3.75kg) 말리면 고춧가루가 1근(600g)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 아무리 많이 나와도 8근(2.4kg)이 안 된다.
또 산다고 한다.
아! 이 지독한 노동을 더 해야 한다고?
선풍기와 에어컨을 켜고 거실바닥에 말리고, 아침이면 옥상에 올려 널곤 했다.
아내가 했다는 것은 고작 널기만 하는 것이지, 옥상에 오르내리는 일은 내 차지다.
눈 뜨자마자 올리고 퇴근하면 다시 내려야 한다.
엊그제, 아내가 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집에 빨리가서 고추 들여놔!"
동네 못생긴 아줌마들과 뒷산으로 등산을 간 아내는 빗방울이 떨어진다고 고추를 걷어들이라고 한다.
어떡해!
말 안 들으면 밥도 얻어먹지 못 할 텐데...!!
부랴부랴 차를 몰고 허겁지겁 옥상으로 가서 걷어들였다.
그리고 사무실 나왔는데, 집에 도착한 아내 ㅡ
비가 올 것 같지 않으니 다시 옥상으로 올리자고 한다.
어떡해!!
다시 집으로 달려가 옥상으로 올리고 사무실 나왔지.
요즘처럼 뜨거운 태양 아래라면 하루 이틀이면 다 말릴 것 같았던 고추는 닷새쯤 되니 하나둘 마른 고추가 나온다.
어제, 카드긁었다는 삐리리 핸드폰 소리가 들린다.
20만 원이 지출됐다.
"이놈 여편네가 며칠 전 산 구두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다시 산 게 아닐까?"
"거기에 원피스까지 산 게 아닐까?"
나는 속으로 무엇을 산지 몰라 궁금하기만 했다.
퇴근 후, 집으로 들어선 나는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홍고추 ㅡ
40kg의 홍고추를 20만 원을 주고 샀다고 한다.
아! 이 여편네가 남편을 죽이려고 40kg을 더 산 것이다.
30kg도 아침저녁으로 오르내리며 진땀을 흘리건만....!!
하나님도 어찌 이리 무심하실까!
과연, 내가 이 고추 70kg을 다 말리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추를 들고 오르내리며, 그리고 고추를 널며 어머님 생각에 눈물이 나려한다.
아내와 두 식구 먹을 고춧가루도 이렇게 힘이 들건만...!!
우리 어머님은 7남매가 먹을 고춧가루를 만드시려고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까!
고추를 심고 가꾸시며, 따셔서 너시기까지 혼자 하셨으니 말이다.
자식들을 위해 거북등처럼 갈라터진 어머님의 손 ㅡ
"어머님! 사랑합니다!"
나는 평생 어머님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해 보지 못했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거북등 같은 손을 잡고 울면서 비로서 사랑한다는 말을 했었다.
고추를 만진 탓인가?
이 글을 쓰면서도 어머님 생각에 눈물이 흐른다.
첫댓글 좋은 감동의 글을 올려 주신님 잘 읽고 보고 갑니다갠찮아요^^>>
오님 대한 심부름을 직장에서 려 오시는 것 고소한 냄세가 물씬
멋진
고추가루 많이 싸두고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면
상하지 아니하니
보아 부부금실이 깨처럼
풍겨 옵니다
올만에 서경방 글 잼나는 생할 에피소드 글
올려 주시여 감솨 합니다
낮 시간 날씨가 여전히 더우니
건강 관리 잘하시고
화요일 되어서면 합니다
어머님 언제불러도 정겨운 이름이며 그리운 이름이지요
잔잔한 감동의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