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 石囊踰首我心當(돌주머니를 내 머리 뒤로 던지는 것이 내 마음에 합당합니다.)
古, 有一宰相之女, 年及二八, 請婚°簇出.
옛날에, 한 재상의 딸이 있었는데, 나이 16세에 이르러, 청혼이 잇달았다.
[簇出(족출)]; 대가 솟아오르듯이 떼를 지어 연달아 생겨남,
或云: “文章當代第一.” 或云: “武術°絶倫, 能於馬上, 射落飛鳥.” 或云: “池下良田, °數十頃.” 不可一一°枚擧也.
어떤이는, “문장이 당대 제일이다.” 하며, 혹은, “무술이 매우 뛰어나서, 말 위에서, 나는 새를 쏘아 떨어뜨릴 수 있다.” 하고, 혹은, “못 밑에 좋은 논이 수십 정이라.” 하여, 하나하나 낱낱이 들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絶倫(절륜)]; 남보다 월등하게 뛰어남,
[數十頃(수십경)]; 논이 아주 많음을 표현한 것, [枚擧(매거)]; 낱낱이 들어서 말함,
結緣於宰相之家, 而欲°藉勢者, 正如門前成市. 數萬之衆, 誰知鳥之°雌雄?
재상의 집과 인연을 맺어, 행세하려는 자들이 마치 문 앞에 장터를 이룬 것 같았다. 그 많은 놈들 가운데 어느 놈이 진실하고, 어느 놈이 허튼 놈인지를 알겠는가?
[藉勢(자세)]; 자기나 남의 세력을 빙자하여 행세하려 함,
[雌雄(자웅)]; 암수, 강약, 우열,
宰相之隣家, 有朴總角者, 地賤家貧, 獨有老母, 無强近之親族, °無以請婚, 一朝, 往於宰相之家, 直前°突入曰: “°大監主, 試思之.
재상의 이웃에, 박씨 성을 가진 총각이 있었으니, 지위는 천하고 집은 가난한데다, 늙은 홀어미만 있고, 가까이 힘 있는 친족도 없어, 청혼할 수도 없었으나, 어느 날 아침에, 재상의 집으로 가서 바로 앞에 뛰어 들어 말하기를, “대감님은 잘 생각하십시오.
[無以(무이)]; ∼할 수 없음, [突入(돌입)]; 뛰어듦, [大監主(대감주)]; 대감님
文章武術, 雖曰絶倫, 不如人品之°信實, 富有°四海, 非吾物何? °都是°虛像 何以託子女之將來乎?”
문장과 무술이 비록 뛰어나다 하지만, 인품이 신실함과 같지 못하고, 천하의 재물이 모두 자기 것이라 하지만, 그것이 대감의 것도 아닌데, 무엇이겠습니까? 도대체 거짓된 모습에 어찌 자녀의 장래를 맡기려 하십니까?“ 하니,
[信實(신실)]; 믿음성이 있고 진실함, [四海(사해)]; 온 천하,
[都是(도시)]; 도대체, 전혀, [虛像(허상)]; 실제와는 다른 평가,
宰相曰: “汝之信實者何, 汝之°矜持者何?” 總角答曰: “吾有一物而已, 與我平生信實, 不離左右, 雖漆黑夜中, 卽命卽對, 不以°三公換.”
재상이 말하기를, “너의 신실이란 것이 무엇이며, 너의 긍지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니, 총각이 대답하기를, “나에게는 한 물건이 있을 따름이니, 나와 더불어 평생 미덥고 진실하여 좌우를 떠나지 않으며, 비록 칠흑 같은 밤중이라도 명령하는 즉시 대답하나니, 삼정승과도 바꾸지 않겠습니다.” 하니,
[矜持(긍지)]; 자신의 능력을 믿음으로써 가지는 자랑,
[三公(삼공)]; 조선시대의 삼정승,
宰相曰: “°厥物°云何? 使我一見可也.” 總角應聲卽出厥物, 頭大莖長剛勁之象, 可謂天下一品也.
재상이 말하기를, “그 물건이 무엇이고? 나에게 한 번 보여봐라.” 하니, 총각이 대감의 말에 따라 즉시 그 물건을 내놓으니 대가리가 크고, 줄기가 길며, 굳세고 굳센 모양이 가히 천하일품이라.
[厥物(궐물)]; 그 물건, [云何(운하)]; 무엇이라 하는가?
總角誇於宰相之前曰: “在秦°張良椎, 在漢°蘇武節, 一擊可破天子頭, °異城不變初心之節, 豈不曰丈夫哉? 石囊懸於腎頭, 一揮之則踰我首也.”
총각이 재상 앞에서 자랑하여 말하기를, “이 속에 진나라 장량의 철추가 있고, 한나라 소무의 절개가 있어, 일격에 천자(진시황)의 머리를 깨부슬 수 있습니다. 타국에서 처음 가진 마음의 절개를 변하지 않으니, 어찌 장부라 하지 않겠습니까? 돌주머니를 양물 대가리에 매달아 한번 휘두르면 내 머리 뒤로 넘깁니다.” 하였다.
[張良(장량)]; 진시황을 철추로 때려죽이려 했던 장사,
[蘇武(소무)]; 한나라 무제 때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 인질로 잡혔으나 끝까지 절개를 지킨 충신,
[異城(이성)]; 다른 나라,
宰相°欽羨°不已, 不知女意, 問於女, 其女引硯而卽題一絶曰:
재상이 부럽기 짝이 없지만 딸의 뜻을 알지 못하여 딸에게 물으니, 그 딸이 벼루를 당겨 절구 한 수로 읊어 가로되,
[欽羨(흠선)]; 사모하고 부러워 함, [不已(불이)]; 그치지 못함,
“文章活潑多勞苦, °射御才能戰死亡. 池下有田逢水損, 石囊踰首我心當.”
“문장이 활발한 것은 노고만 많고, 활쏘기와 말타기에 재능이 있는 것은 싸움에서 죽을 것이라. 못 밑에 논이 있으면 물난리 만나 손해를 볼 것이니, 돌주머니를 머리 넘어 던지는 것이 내 마음에 합당합니다.” 했다.
[射御(사어)]; 활 쏘기와 말 타기,
野史氏曰: 古, 有如斯之事實, 秦°嫪毐者也, 壯陽, 可以擧梧桐車輪, 行數步故, 聞於始皇母后, 潛入宦侍, 爲始皇母之所重, 封°長信侯. 實賴腎之壯勁故也, 謂之°長腎侯, 可也. (嫪-사모할 노, 毐-음란할 애)
평론가는 말하기를, “옛날에 이와 같은 사실이 있으니 진나라의 노애라는 자라. 양물의 굳셈이 오동나무 수레바퀴를 매달아 몇 걸음을 걸을 수 있었던 까닭에 시황모후가 소문을 듣고 몰래 내시로 들이니, 시황모후의 소중한 사람이 되어 장신후(오랫동안 믿는 제후)로 봉해졌더라. 그러나 사실은 양물의 굳세고 단단함에 힘입은 때문이니, 장신후(양물이 긴 제후)라 일컬음이 옳을 것이다.
[如斯(여사)]; 이와 같음,
[嫪毐(노애)]; 양물의 장대함으로 소문나 진시황의 어머니에게 총애를 받았다.
[長信侯(장신후)]; 진시황 모후가 노애에게 내린 봉작으로 오래 믿는 제후라는 뜻, [長腎侯(장신후)]; 노애의 양물이 긴 제후라고 조롱한 것,
朴總角之的中者, 一則壯陽之故也, 二則心志無外飾, 三則°勇往邁進之氣像, 可合於°聘父大監故也.
박 총각이 적중한 것은 첫째는 양물이 굳셈 때문이요, 둘째는 마음에 품은 의지가 밖으로 꾸밈이 없음이요, 셋째는 거리낌 없이 용감하게 나아가는 기상이 대감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勇往邁進(용왕매진)]; 거리낌 없이 용감하게 나아감, [聘父(빙부)]; 장인,
處女之事, 言之則, 實如°平周公主者, 無念富貴, 可以勤勉努力, 期於成功者, 賢而有慧識者也.
처녀의 일로 말한다면 참으로 평강공주와 같은 사람으로서 부귀에 아무 생각 없음이요, 근면 노력하여 성공을 기약하는 사람으로 어질면서 슬기와 분별이 있는 사람이로다.”
[平周公主(평주공주)]; 고구려 25대 평원왕의 딸, 바보 온달에게 시집간 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