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신비로운도성 2권
- 아그레다의 예수의 마리아 수녀
29장 마리아, 성전 관례를 완전하게 지키다.
(앞부분은 부분 발췌하여 올립니다. 기회가 되면 별도의 게시물로 올리겠습니다.)
"네가 육신의 옷을 입고 이승에서 순례하는 동안 복된 동정녀 마리아가 너의 기쁨의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 너는 마음과 생각과 힘을 다하고 내가 준 빛을 받아서 마리아를 따라 이 황폐한 광야를 가로질러 나가야 한다. 마리아가 너를 인도하고 가르침을 줄 것이다. 나의 전능한 손으로 친히 너를 위한 거룩한 계명을 만들어 마리아에게 넘겨주었으니, 너는 나 주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거룩한 동정녀에게서 찾도록 하여라.
거룩한 동정녀가 나에게 올리는 기도는 그리스도 인성의 바위를 쳐서 무한한 자비의 샘물을 터뜨릴 것이니,(민수20,11) 네 지성과 의지는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나의 은총과 빛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다. 마리아는 밤에는 네가 쉬지 않고 어둠 속에서도 이 광야를 걸어 갈 수 있도록 네 길을 비추어 주는 불기둥이며, 낮에는 너를 향해 내뿜는 원수들의 증오의 화염을 꺼 버리고 네 육신의 정욕을 식혀 주는 구름 기둥이니라. (탈출13,21)
마리아는 그야말로 지극히 아리땁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영혼이다. 정결함이 곧 영혼의 아름다움인 까닭이다. 마리아의 정신과 마음은 어떠한 명령에도 즉시 순명할 수 있도록 밤낮으로 깨어 있다.
제자들은 배우는 내용뿐 아니라 스승의 인품과 덕행으로부터도 열정을 불태우기 마련이다. 마리아처럼 너도 네 삶이 다할 때까지 덕을 쌓아라. 마리아의 삶을 끊임없이 묵상하여 마리아처럼 되어라."
마리아에게 정해진 하루 일과는 마리아 안의 하느님을 향한 뜨거움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제에게 순명하는 마음으로 규범에 따라서만 살면서 자신 안의 거룩한 갈망을 하느님께 희생 제물로 봉헌했습니다. 수많은 덕행의 실천보다는 겸허한 순명이 주님의 뜻을 더 완전하게 이루는 길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열정으로 행하면서 순명서원을 어긴다면 그 열정은 겉으로만 거룩하게 보일 뿐이지 거룩한 열정은 아닌 것입니다.
천사들의 여왕은 모든 피조물 가운데 가장 겸손했기에 그 고결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가장 천하고 낮은 일을 기꺼이 떠맡고자 하였습니다. 마리아는 매우 겸손하여 이런 잡일을 할 적에 다른 처녀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극도로 조심스럽게 행동했습니다.
마리아는 정말로 자신이 성전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생각했기에, 성전의 다른 모든 동정녀들을 공손한 자세로 섬기고 안나에게 하듯이 기꺼이 순종했습니다.
우아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고상한 위엄이 서려 있는 마리아의 육적인 아름다움은 따뜻하고 상냥한 마음씨과 모든 성덕과 조화를 이루어 완전한 아름다움을 자아내었습니다. 곧 성모님은 그 존재 자체로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성덕이 실제로 드러나는 상태들, 모든 생각과 말과 행위들까지도 아름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적은 양의 수면을 취해도 하느님을 관상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지만, 보속하거나 기도하고픈 열정을 내려두고 오직 순명의 정신으로 규칙에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마리아는 주어진 시간을 매우 지혜롭게 사용하였는데 특히 성경을 읽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선택하고 결정하는데에는 지극히 지혜롭고 현명하였으며 행동은 단호하면서도 온유했습니다. ...
천상 여왕이신 성모님의 가르침
“내 딸아, 인간의 본성은 불완전하여 꾸준히 완덕을 추구하지 못하고 쉽게 싫증을 내거나 지쳐 버리고 만다. 타락한 본성으로 인해 완덕의 여정을 수고스럽게 여기고 귀찮게 여기며 육신은 있는 힘껏 그 여정에 저항한다. 영혼이 육신의 충동과 욕구에 굴복하면 그는 그 자신의 지배권을 육신에게 넘겨주게 된단다. 영혼과 지성은 육신보다 고결하기에 어떤 것이 어떤 것을 다스려야 하는지는 명백하다. 그런데 이런 본래의 질서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모든 영혼들을 하느님께서는 역겨워하신다. 그러므로 육신에 굴복하여 사는 영혼들이 다름 아닌 그리스도를 완전히 따라 살겠다고 굳게 서약한 수도자들과 사제들이라면 하느님께서 상처받으실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 딸아, 이런 영혼들을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분노와 슬픔이 얼마나 큰지 너는 알고 있느냐?
사제들과 수도자들은 원수와 싸워 이기겠다고 서약하고 자발적으로 전쟁터에 뛰어든 이들이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승리의 영광뿐 아니라 패배의 대가도 고스란히 주어져 있다. 곧, 자기 육신과의 싸움에서 지속적으로 패하는 이는 의지와 판단력을 점차적으로 상실하게 되는데, 무기력해진 영혼은 점차 싸움을 포기하고는 누구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신수련과 기도생활로써 자신이 거룩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는 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완덕의 높은 산을 열심히 올라가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면 악마는 더욱 거세게 달려들어 그가 사제나 수도자로서 지켜야 할 계명들을 스스로 업신여기게끔 속이며, 그리하여 어떻게 해서든 계명을 지킬 수 없도록 온갖 공작을 편다. 그렇게 되면 그리스도의 계명은 그에게 아무런 기쁨도 평화도 주지 못하고, 성덕의 길을 걸으면서 성덕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면 그 삶이 얼마나 무의미하겠느냐? 그런데도 그 가련한 영혼들은 맞닥뜨린 공허함을 전혀 깨닫지 못할 것이다.
사랑하는 딸아, 너는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네가 어떤 사안을 경시하여 그것을 실천하는 데에 일단 한 번 태만해지면 다른 것에도 미지근한 마음을 갖게 된다. 영혼이 어디서나 부지중에 가벼운 죄를 짓는다면 그는 머지않아 중죄도 쉽게 범할 수 있게 된다. 영혼은 이렇게 한 번 작은 구덩이에 빠지면 자연스레 더 깊은 구덩이로 떨어지고, 종국에는 어떠한 악도 더 이상 악으로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까지 굴러 떨어진다. 내 딸아, 죄악의 급류에 한 번 휩쓸려 내려가면 거기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으니 항상 깨어 있으면서 처음부터 방지하도록 하여라.
모든 미소한 선과 덕을 실천하는 것은 최전선에서 원수들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쳐 놓는 목책이 되며, 그리스도인의 중요한 계명들과 성직자와 수도자의 특수 규율들은 양심의 본래적인 성벽이다. 따라서 선행과 덕행을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발적으로 실천하면 악마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이 외곽의 저지선이 무너지면 영혼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본질적인 계명들을 거스르고 거부하게 유도하는 심한 유혹과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리하여 악마들은 굳이 영혼의 성을 파괴할 것도 없이 그저 성벽에 작은 통로 하나만 낼 수 있으면 영혼의 가장 고결한 심층부로 밀고 들어갈 수가 있다. 게으르고 미지근한 영혼은 싸움에 대한 투지도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소한 악습들로 약해져 있고 자신의 탓으로 은총마저 결여하고 있으니, 그가 대체 무슨 수로 적군에 맞서 싸울 수 있겠느냐? 악마는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손쉽게 성을 함락시키고서 그 영혼의 목에 죄의 멍에를 씌우고 질질 끌고 다닐 것이다.
사랑하는 딸아, 항상 깨어 있지 않으면 이토록 숱한 위험들을 헤쳐 나갈 수가 없단다. 보아라, 너는 수도자이며 그리스도의 정배요 이 작은 공동체의 지도자로서 하느님께 많은 지식과 빛과 은총을 받았으니, 그 누구보다도 특별히 더 하느님을 사랑할 이유가 있단다. 모든 계명이 중하니 어떠한 성덕도 빠짐없이 완전하게 갖추라는 요구도 네게는 결코 과하지 않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기뻐하시지만 당신의 명령이 무시당하는 것에는 크게 슬퍼하신다. 매사를 행함에 있어서 항상 네 사랑하는 신랑인 그리스도가 네 안에 계신다는 사실을, 네가 섬겨야 하는 아버지시며 두려워해야 할 심판관이신 주 하느님께서 계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그리고 그 곁에는 언제나 네 삶의 모범이며 스승인 나도 함께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라.
육신에 굴복당하지 않겠다고 새로이 결심하여라. 육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마라. 육신의 본성은 나약하니 영혼이 육신에 따라 살면 영혼도 허약해지기 마련이다.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어떤 덕의 실천을 그만두어서는 안 되며, 전혀 실행조차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 바닥에 엎드려 땅에 입을 맞추는 것이 존경과 경외심을 표하는 너희 수도자들의 엄격한 규율이자 관습인데, 만약 지금 네가 발을 딛고 선 곳이 진흙탕이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이겠느냐?
아무리 작고 사소하게 보이는 계명이라도 절대로 가벼이 여겨서는 아니 된다. 작은 크든 진심으로 주님을 섬기는 모든 행위는 하느님의 눈에 값지고 위대하기 때문이다. 네가 모든 계명에 한결같이 충실하면 내 아들에게 큰 기쁨이 되고 나에게도 그렇단다. 의무를 초과하여 실천하는 것은 그전에 반드시 고해사제와 장상의 조언을 들어야 하며, 그들을 만나러 가기 전에는 그들에게 빛을 내려 주십사고 주님께 기도하여야 한다. 너 자신이라고 부르는 네 안의 모든 것에서 스스로를 내려놓아라. 무엇을 행하든지 고해사제나 장상에게서 그것에 관한 지침이나 조언을 듣고 나서 순명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여라. 너에게 주 하느님의 뜻은 언제나 거룩한 순명을 통해서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겸허한 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