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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er and Fiber Optics)
우리가 살아갈 21세기는 빛(光, Light)의 시대가 될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광(光)기술 혹은 광학(光學, Optics)의 기초는 모두 20세기에 쌓여진 것이다.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 무대를 사로잡은 레이져 쇼에서부터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는 광통신, 레이져 프린터 등은 이제 광기술의 시작일 뿐이다. 레이저 광선에 전화 목소리를 실어서 통신 한다면, 이론적으로는 한 번에 10억명이 동시에 통화 할 수 있다. 현재로는 불가능하지만 레이저 광선을 사용하는 통신은 아마도 가까운 장래에 구현될 것이다. 마치 19세기에 시작된 엔진 기술이 20세기를 바꾼 것과 흡사하게, 20세기에 태어난 광학 기술은 21세기를 바꿀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예부터 빛 고을이라 부르던 광주(光州)가 있다. 광주시는 그 이름에 걸맞게 광기술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세계적 메카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광학 현상 가운데 인류가 태초(太初)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은 틀림없이 무지개였을 것이다. 일곱 빛깔의 무지개, 모든 이가 경탄하는 아름다운 꿈의 세계, 서양의 시인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가 지은 시(詩) "무지개"를 소개한다. 그 유명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라는 구절이 들어있는 많은 사람들의 애송시(愛誦詩)다.
A Rainbow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
So is it now I am a man ;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무지개
하늘에 걸린 무지개에 설레는 이 마음
내 어려서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
더 나이 들어 그런 설렘마저 없게 된다면
차라리 그 때에는 내 목숨을 거두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하루하루를 자연의 경건함과 함께 살게 하소서
그림 18.1. 자연이 빚는 광학 현상 -일곱 빛깔 현란한 쌍 무지개.
워즈워스처럼 자연을 느끼며 무지개에 가슴 설렐 수 있는 사람은 어린이 같은 맑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그 설렘을 넘어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궁금증을 지니고 이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과학자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현상을 이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이윤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기술자다. 이런 측면에서 과학자나 기술자는 자칫하면 건조하고 차가운 삶을 영위하기 쉽다. 그러나 모든 것은 자연에 대한 설렘에서 시작하는 것이므로, 과학기술자도 따뜻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설에 의하면 선녀(仙女)들은 무지개를 타고 깊은 산속 맑은 계곡에 목욕하러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이런 상상을 넘어 무지개를 과학적으로분석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세계 최초의 기상학 저서를 쓴 사람은 지금부터 2,400 여 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Arisotle)이다. "고통 없는 배움은 없다", "현인(賢人)처럼 생각하고 범인(凡人)처럼 말하라"는 등의 주옥 같은 가르침을 인류에게 남겨 준 사람이다. 그러나 무지개에 대한 그의 자연과학적인 이론은 훗날 크게 수정되는데, 이는 17세기 중반에 이르러 과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인류에게 소개한 뉴-턴 (Newton)에 의해서다. 뉴-턴은 1670년대 초 빛에 대해 주로 연구하면서, 프리즘을 쓰면 백색의 햇빛이 7가지 무지개 빛으로 분리되는 것을 알아냈고 아울러 빛은 에테르(Ether)라는 작은 알갱이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19세기 말(末)에 빛은 파동(波動, wave)과 알갱이[입자(粒子), particle]의 이중성(二重性)을 갖는 것으로 수정되었지만, 여하튼 뉴-턴은 광학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과학 분야도 개척한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 준 천재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 중에는 "광기(狂氣) 없는 천재란 결코 없다" 라는 것도 있는데, 뉴-턴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뉴-턴의 광기 혹은 정신병 같은 것에 얽힌 일화는 무수한데, 그 중의 하나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또 한 명의 유명한 과학자 훅 (Robert Hooke)과의 이야기다. 고체 재료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변형의 크기는 재료가 받는 힘에 비례한다는 그의 이론은 소위 Hooke's Law로 남아 있다. Hooke는 뉴-턴의 빛에 관한 설명에 대해 반론(反論)을 제기하며 자기의 아이디어를 훔쳐간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 후 뉴-턴은 Hooke를 평생의 적(敵)으로 간주하고 그를 멀리했다. 겉으로는 웃음 띤 얼굴이었지만 뉴-턴은 Hooke를 매장시키기 위해 별별 일을 다 했다.
1676년 2월에 뉴-턴이 Hooke 에게 보내 편지에는 "내가 남보다 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ye shoulders of Giants)" 라는 아주 유명한 구절이 있다. 이는 뉴-턴의 겸손함을 이야기하는데 주로 쓰이고 있으며, 요즈음도 많은 과학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말인데, 사실 뉴-턴의 이 말은 꼽추여서 키가 몹시 작았던 Hooke를 조롱하기 위함이었다. 독기(毒氣) 서린 비열한 말을 해댄 사람이 바로 뉴-턴이지만 그는 누가 무어라 해도 인류 과학 문명의 아버지다. 요즈음 이공학(理工學)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대부분의 사람은 뉴-턴이 쌓은 거대한 피라미드 위에 조약돌 하나 더 올려 놓는 정도의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 18.2. 과학(Science)이란 새로운 세계를 인류에게 소개해 준 뉴-턴(Issac Newton) 초상화와 그의 데드-마스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빛의 성질이 규명된 것은 19세기 말이며, 이 과정을 통해 빛은 전기나 혹은 X-선과 마찬가지로 소위 전자파(電磁波, Electromagnetic wave)의 한 종류임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전기 쪽에서는 이미 5장이나 6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커다란 발전이 이루어 진 바 있으나 광(光)기술 분야는 상대적으로 진보가 없었다. 여하튼 빛을 포함한 모든 전자파는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갖는데, 이러한 이중성을 연결해 주는 유명한 식이 바로 E = h� 이다. 여기서 E는 한 개의 입자가 갖는 에너지며, � 는 파동의 주파수이다. h 는 플랑크(Planck) 상수라 하는데 그 값은 6.626 × 10-34 J·s. 이 식으로 플랑크는 191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으며, 그의 이름을 딴 독일의 Max Planck 연구소는 지금도 과학 기술의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광학 기술이 발전하게 된 것은 20세기 후반에 들어 레이저(Laser)가 개발되고 난 후인데, 레이저는 Light Amplification by the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광(Light), 증폭(Amplification) 등의 복잡한 단어로 이루어진 만큼, 이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보자. 잘 알다시피 모든 원자는 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 에너지를 가하면 전자는 바깥쪽 궤도로 이동한다. 이런 상황을 들뜬상태[여기상태, (勵起狀態)]라 하는데, 이런 불안정한 원자는 받아들인 에너지를 빛으로 외부에 방출하면서 전자는 다시 원래의 궤도로 돌아가 안정한 상태를 되찾게 된다. 그런데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 무수히 많으며, 낱낱의 원자는 제각기 빛을 방출하므로 위상(位相)이나 파장(波長)이 서로 다른 빛의 모임으로 방출된다. 이것을 빛의 자연 방출이라고 하며, 우리가 통상 접하는 형광등, 네온 사인 등은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원자 중 에는 들뜬 상태에 머무는 시간이 긴 것이 있다. 이런 물질이 어떤 계기로 1개의 원자가 빛을 내면서 들뜬 상태에서 안정한 상태로 옮겨지면 다른 들뜬 원자도 자극되어 위상이 고른 같은 파장을 가진 빛을 차례차례 발생한다. 레이저는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빛이다.
레이져는 1957년 굴드(Gordon Gould)에 의해 발명되었다. 굴드는 당시 37세의 만학도(晩學徒)로 컬럼비아 대학의 박사 과정 재학생이었는데, 그의 지도 교수는 레이져의 전단계인 메이져(Maser, microwave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를 개발한 타운스 (Charles Townes)였다. 타운스는 이 업적으로 1964년에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다. 굴드에게 빛을 증폭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그야말로 광선처럼 떠오른 것은 어느 토요일 밤이었고 그는 이를 노트에 "Some rough calculations on the feasibility of a LASER: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라는 형태로 기록해 둔다. 레이져라는 단어가 처음 만들어진 순간이다. 그는 박사 학위 받는 것을 집어치우고, 레이져 장치 개발에 진력해 1959년 드디어 장치를 완성하곤 이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는데 그 때는 이미 다른 연구자가 레이져에 대한 특허를 받은 상황이었다. 특허 신청에는 장치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디어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굴드는 몰랐던 것이다. 지루한 20년간의 특허 분쟁 후, 1977년에야 레이져에 대한 특허는 굴드에게 돌아 갔다. 노트에 남겨 둔 기록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다.
그림 18.3 고든 굴드(Gordon Gould) 레이져를 만든 사람.
여하튼 레이져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기술이다. 레이져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3차원 영상 구현, 레이져 광선을 이용한 통신,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철판의 용접이나 절단, 소재 정밀 가공, 레이져를 사용한 수술용 메스, 그리고 요즈음 유행하는 라식 수술 등은 예고편에 불과한 것들일지도 모른다. 21세기에 들면서 새로운 과학 기술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레이져의 쓰임새를 크게 넓힐 것이 분명하다.
그림 18.4. 레이져를 이용해 정밀하게 가공한 사람의 머리 털.
그림 18.5. 엑시머(Excimer) 레이져를 이용한 라식 수술 장치
광 섬유 (Fiber Optics)는 20세기의 인류가 쌓은 또 다른 금자탑이다. 전화를 발명한 벨은 1880년에 이미 "Photophone"이라는 기계를 만들어 특허를 받았는데, 이는 전기를 이용하지 않고 빛을 이용해 소리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 또 다른 엄청난 발명이었다. 벨이 평생 동안 받은 30개의 특허 가운데, 네 개는 Photophone에 대한 것이었으며 벨은 스스로 이를 자기의 가장 뛰어난 발명이라 자부했다. Photophone은 거울에 대고 이야기를 하면 음파에 의해 거울은 진동을 하고 그때 거울에 비추어진 빛의 움직임을 멀리 보낸 후 이를 다시 소리로 바꾸는 장치다. 그러나 이렇게 빛을 이용해 통신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본격적으로 구현된 것은 그로부터 거의 백 년 후 광섬유가 개발된 이후이다.
그림 18.6. 광 케이블과 하나하나의 광 섬유.
광 섬유는 유리로 만들어지는데, 빛은 이 섬유관의 내부에서 반사되면서 한 끝에서 또 다른 끝으로 이동한다. 이 섬유관의 내심부(內芯部)는 외심부보다 굴절률이 큰 물질을 써서 만들므로, 빛은 계속 내부로 반사되고 따라서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면서 관을 따라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전진하게 된다. 1970년 미국 육군의 지원을 받은 Corning Glass 회사의 연구 팀들은 그 때까지 쓰고 있던 구리선보다 무려 65,000배의 정보를 한 번에 실어 보낼 수 있는 광섬유 개발에 성공한다. 1977년에는 처음으로 미국 시카고에서 광케이블을 이용한 전화가 개통되었다. 광섬유는 외부의 전자파 간섭이나 혼신(混信)이 없고, 소형 경량으로서 굴곡에도 강하며, 하나의 광섬유에 많은 통신 회선을 수용할 수 있다. 더구나 재료인 유리의 원료는 대단히 풍부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약 2500만 km에 달하는 광 섬유가 설치되어 통신을 담당하고 있다. 오늘 날 컴퓨터를 통해 엄청난 양의 동영상(動映像) 정보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광섬유 덕이다.
광기술은 벌써 우리 생활을 많이 바꾸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또 전개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틀림없는 사실은 광기술에 의해 21세기의 인류 생활이 여러 측면에서 많이 밝아 질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류 발전의 관건(關鍵)이 될 것으로 믿어지는 석유의 고갈(枯渴)과 그에 따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궁극적으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것이 없다. 태양은 오늘 날 전 인류가 필요한 에너지의 15,000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지구에 보내 주고 있으므로, 그야말로 이의 아주 일부만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도 에너지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발전하는 광기술은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