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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백파] ☆ 낙동강 1300리 종주 대장정 (59)
생명의 물길 따라 인간의 길을 생각한다!
☆ [낙동강 종주] * 경상남도 구간 (낙동강 수계) ① 양산→ 부산 금곡동
2020년 11월 10일 (월요일) [백파 출행]▶ 독보(獨步)
* [오늘의 여정](1) ▶ 물금역→ 황산육교→ 황산공원→ 강변산책길→ 양산 낙동강교(551번 양산-김해 고속도로)→ 양산천 하구(생태공원)→ 호포교(굴다리)→ 낙동강대교(500번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금곡동→ 화명동→ 대동-화명대교→ 화명동 생태공원→ 구포 낙동강교(남해고속도로)J.C→ 구포역(부산도시철도 3호선)→ 전철교→ 구포대교(낙동북로 14번도로)→ 바이크로드(낙동대로와 강변대로 사이)→ 중앙고속도로(김해 대동-부산 삼락) 대교 삼락J.C→ 삼락생태공원 제방 길→ 경전철교(부산-김해)→ 사상(산업단지)→ 서부산낙동강교(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강변의 보도→ 낙동강하구둑(기원섭의 카니발, 벗들의 마중)→ 을숙도 문화회관 야외무대→ 부산 다대포→ 몰운대 바닷가
오늘의 출행, 물금역
11월 10일, 양산(梁山)에서 아침을 맞았다. 천 년 고도 김해를 탐방하고 다시 낙동강 종주에 들어간다. 오늘은 양산의 ‘물금역’에서 출발하여 ‘낙동강하구둑’까지 가는 여정이다. 낙동강하구둑(을숙도)은 안동댐에서 시작한, 385km 자전거 종주 길이 끝나는 지점이다. 일단 바이크로드로 말하면, 오늘 나의 낙동강 종주 대장정도 마무리 되는 구간이다. 마라톤에 골인 지점으로 들어가는 벅찬 감격을 앞두고 있는 날이다. 그래서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는 양산(梁山)의 아침은 특별한 느낌이 든다. 숙소를 나서니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다. 하늘이 내리는 화사한 햇살이 축복처럼 대지를 밝힌다. 늦가을의 공기는 신선하고 맑았다.
특히 오늘은, 태백의 낙동강 종주 ‘출발 동지들’이 을숙도 낙동강하구둑으로 내려온다는 전화을 받았다. 지난 8월 3일 태백에서 함께 고천제를 지낸 후, 종주 제1일 황지에서 봉화의 석포까지의 여정을 함께 걸었고, 중간 합천·창녕댐에서 만나, 카니발과 미니벨로로 합천-의령-밀양-양산까지의 여정을 동행했던 동지들이다. 오늘 아침, 서울에서 기원섭의 카니발에 이진애·김옥련 대원을 태우고 양산에 내려와, 이곳 물금의 이상배 대장을 만나 점심식사를 한 후, 낙동강 물길을 따라 내려온다는 것이다. 일행은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인근의 명소를 탐방하거나 수변 공원에서 미니벨로 라이딩을 하고나서, 저녁 낙동강하구둑에서 ‘두발로 걸어가는’ 나를 만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양산(梁山)은 백두대간 태백산 위쪽 피재(구봉산)에서 분기한 낙동정맥과 백두대간이 막을 내리는 지리산 영신봉에서 뻗어 나온 낙남정맥이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하는 곳 — 그리고 물금(物禁)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사이의 모든 물줄기가 모여 흘러온 낙동강 본류와 백두대간 남덕유의 육십령과 지리산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려온 남강이 합류하여 흘러든다. 그리하여 양산 물금은 백두대간의 정기(精氣)와 영남의 모든 수기(水氣)가 모인 곳이다.
역사적으로 양산은 일찍이 김해 지역의 가락국과 맞닿아 있는 군사적 요충지요, 신라시대에는 삽량부을 두어 특별히 중요시 했던 곳, 이후 황산진을 중심으로 물산이 풍부한 곳. 그리고 부산 동래에서 시작한 영남대로가 이곳 황산역(黃山驛)을 기점으로 낙동강을 따라 올라가는 역사적인 고을이다.
이제 나는 남쪽으로 물길을 따라 오늘의 종주에 돌입한다. 물금역전의 식당에서 따끈한 설렁탕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편의점에 가서 점심 요깃거리를 장만했다. 강안을 따라가는 길목에는 식당이 없기 때문이다. 물금에는 낙동강 강안의 둔치에 조성된 황산공원(黃山公園)이 있다. 물금과 낙동강 사이에 경부선 철도가 가로질러 가므로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굴다리를 통과해야 한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서부마을의 ‘물금지하도’, 물금역 남쪽의 ‘증산지하도’ 등 네 곳의 굴다리가 있다.
황산육교
최근, 낙동강정비사업의 일환으로 황산공원이 조성되면서, 물금역 바로 옆에 황산육교가 생겼다. 엘리베이터가 갖추어진 현대식 육교, 우아한 디자인의 황산육교는 두 마리의 백조가 마주 보는 듯한 주탑(柱塔)을 세운 현수교인데, 황산공원 쪽에는 높은 전망대까지 설치되어 있다. 양산시민들은 이 육교를 이용하여 아주 편하게 공원에 출입할 수가 있다. 육교를 이용하면 경부선과 제방 길 일반도로를 편하게 넘어가는 것이다.
황산육교에 올라서니, 바로 도로 건너 물금신도시의 깔끔한 시가지가 펼쳐져 있고 북동쪽에는 아침햇살을 받은 만추의 오봉산이 양산신도시를 듬직하게 품고 있다. 시(市)의 남쪽으로는 낙동정맥 금정산 산줄기가 동서로 이어져 나가 낙동강 강안까지 임하고 있다. 황산육교는, 물금역과 남북으로 뻗어 있는 경부선 철도, 그리고 황산공원 제방 길의 일반도로를 넘어간다. 제방의 일반도로는 벚나무 가로수 즐비한데, 지금은 대부분 나뭇잎이 지고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황산공원
11월 가을 아침, 육교를 지나 맑은 햇살을 받으며 황산공원에 들어섰다. 황산공원은 너른 낙동강 아주 둔치에 조성된 공원으로 낙동강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수변문화체육공원이다. 양산의 「관광안내문」에 따르면, 황산공원은 4개의 주제로 조성되었다. 첫째, ‘락(樂)—공감의 공간’이다. 도심 속 복잡한 생활을 탈피하여 삶의 여유와 문화·레저를 즐기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공원이다. 둘째, ‘휴(休)—치유의 공간’이다. 편안한 휴식과 힐링의 장(場)으로 눈으로 보고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에서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셋째, ‘생(生)—되살림의 공간’이다. 자연 체험과 체육활동으로 삶의 활력을 되살릴 수 있는 활동적인 공간이다. 넷째, ‘수(水)—활력의 공간’이다. 낙동강 맑은 강물을 활용하여 다양한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선박 계류장 등 수상관련 시설이 있다.
황산공원은 제방 길은 ‘경부선 철로’와 나란히 ‘일반도로’가 이어지고 그 아래 공원 안 가장자리를 따라 ‘이팝나무길’이 조성되어 있으며 낙동강 강변을 따라 ‘강변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제방도로와 낙동강 사이의 둔치에 조성된 황산공원은 너른 공간에 광장, 야외정원, 황산숲, 황산정, 캠핑장 등 휴식의 공간을 조성하고 여러 갈래의 쾌적한 산책로를 개설하여 여유 있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도모한다. ‘삽량마당’, ‘유적공원’도 있다. 그리고 곳곳에 주차장, 벤치, 화장실 등이 시설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민공원이다. 그리고 너른 공원을 길게 일주하는 바이크로드가 있다. 공원을 지나는 직선의 주로는 낙동강 종주 자전거 길이다. 양산천이 유입되는 황산공원의 아래쪽 강안에는 ‘물억새 생태공원’이 있어 사람들이 자연생태를 호흡할 수 있다.
특히 황산공원은 파크골프장, 야구장, 족구장, 배구장, 농구장, 2개의 축구장 갖추고 있는, 다양한 야외 체육공원이다. 특히 황산공원에는 ‘강민호 야구장’이 있다.
강민호 야구장
안내문에 따르면, 「강민호야구장」은 2016년 1월 6일, 황산공원 안에 준공되었다. 「강민호야구장」은 당시 ‘롯데자이언츠’ 강민호 선수가 양산시에 2억원을 기부함에 따라 양산시가 3억원을 보태 총 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성하였다. 현역 프로야구선수의 이름을 딴 야구장으로는 최초라고 한다.
양산시 물금읍 황산공원 내에 1만 6천㎡ 부지에 조성된 야구장은 좌우 95m, 센터 110m 규모의 정규규격 야구장과 투구 연습장, 본부석, 덕아웃, 200석 규모의 관람석, 종합안내도 등의 시설이 들어섰다. 당시 준공식에는 나동연 양산시장, 강민호 선수, 허구연 야구발전위원장, 물금고・원동중・양산리틀야구단 선수단과 각급 기관 단체장과 체육관계자, 야구동호인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준공식 후 강민호 선수의 시구(始球)와 나동연 양산시장의 시타(始打) 행사와 함께, 양산시 물금고등학교와 원동중학교의 시범경기가 개최되기도 했다.
당시 양산시에는 대통령배 야구 2연패에 빛나는 ‘원동중학교’와 전국 최강을 자랑하는 ‘양산리틀야구단’에 이어 물금고등학교 야구부가 창단을 하였다. 이후 「강민호야구장」은 사회인야구 경기장, 지역연고 학교인 원동중학교와 물금고등학교의 연습구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크게 활약하고 있는 현역 ‘프로야구 강민호 선수’는 제주에서 출생하여 포철중—포철공고를 졸업하고,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롯데자이언트에서 활약하였고, 2018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삼성라이온즈 선수[포수]로 활약 중이다. 2010년대 ‘골든글러브’ 4회 수상(통산 5회)했다. 김동수의 7회와 양의지의 6회에 이어 이만수와 공동 3위에 랭크되어 있다. 국가대표 최다 차출의 명포수이다.
황산공원 강변산책길
황산공원을 지나가는, 가장 빠른 길은 공원 한 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로 질러가는 바이크로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추(晩秋)의 낙동강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 공원의 중심으로 난 너른 길을 가로질러 강변의 산책로로 나아갔다. 가을 아침의 낙동강은 명경지수(明鏡止水)이다. 낙동강하구둑으로 인해 호수처럼 고요한 강물이다. 강 건너는 김해(金海) 땅은 대동면 덕산리, 강안 가까이에 낙남정맥의 산줄기인 동신어산(460m)의 줄기가 남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산 아래 강안을 따라가 중앙고속도로 지나고 있다.
황산공원 낙동강 강안은 습지로 억새와 수초들이 자연의 생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이제 가을이 깊어가니 잎과 줄기가 말라 갈색으로 변한 모습인데, 강안에 서 있는 버드나무는 아직도 맑은 녹색을 띠고 있다. 강변 산책로는 포장하지 않은, 다져진 흙길이다. 직선으로 뻗은 산책로 주위에도 억새가 만발하여 계절의 정취가 넘친다. 맑은 하늘 시원한 낙동강 강변, 쾌적하기 이를 데 없다. 길가에는 간간이 벤치도 있어, 걷다가 쉴 수도 있고 동반자가 있다면 여유 있는 정담도 나눌 수 있겠다.
이어지는 강변에는 늪과 웅덩이도 있고 수생의 잡초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낙동강 왕버들이 숲을 이루기도 한다. 강 건너 김해 땅에는 동신어산(460m)과 강안의 중앙고속도로 사이의 산록에 백색의 공장 건물들이 보인다. 김해시 대동면 덕산리 산업단지이다. 고개를 돌려 동쪽을 바라보면 무성한 억새꽃 너머 오봉산과 물금의 하얀 아파트 군이 시야에 들어오기도 한다.
10시 12분, 강변산책길을 따라 내려오니 좌측에 ‘강민호 야구장’이 있고, 낙동강 강안에는 접안 시설을 갖추고 있는 선착장이 있다.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강 위에 10개 높은 기둥을 세우고 그 아래에 수상레포츠 테크 선착장을 만든 것이다. 모터보트나 수상스키를 즐길 수 있는 수상레저시설이다. 오늘은 사람도 보트도 없는 빈 선착장이다. 길 가에는 간이화장실도 있고 강쪽으로는 차양을 갖춘 휴게시설도 있다.
조금 내려오니, 길의 좌측에는 또 2개의 야구장이 있다. 강변산책로는 강물을 따라 직선으로 아득하게 뻗어 있다. 고요한 낙동강은 부드러운 바람에 잔물결이 일고 푸른빛을 띠고 있는 호수이다. 고개를 들어 앞은 바라보니, 금정산의 긴 산줄기가 동서로 이어지고 있다. 낙동강 강물은 가을 햇살을 받아 청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조금 내려오니 강안에 나무테크 전망대를 있고 그 앞에 안내판이 있다.
월당나루 표지판이다. 월당나루는 양산의 물금과 김해시 대동을 오가는 나루로, 조선시대 덕산역참에서 낙동강 건너 황산도 찰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너야 하는 나루였다. 양산에서 김해-마산으로 이어지는 주요 길목으로 당시 뱃사공이 김해 월당마을에서 배를 운영하여 월당나루로 불리었다고 한다. 1950년까지 나룻배가 운행되다 1960년대 들어 없어졌다. 낙동강 주변 월당나루 외에도 양산 김해를 연결하는 용당나루, 감로나루, 신주나루, 개목나루, 물금나루 등 역사학적으로 유서 깊은 나루가 존재하였다.
양산낙동대교
오전 10시 35분, 황산공원 길 위로, 강폭이 넓은 낙동강을 가로 질러가는 콘크리트 다리가 있다. ‘양산낙동강교’이다. ‘양산낙동강교’는 경부고속도로 양산J.C에서 양산 시내로 분기한 고속도로 지선인데, 양산 물금과 강 거너 중앙고속도로 교차점인 대동J.C—김해로 이어지는 551번 고속도로가 지나는 낙동강 교량이다. 경부고속도로에서 분기한 이 도로는 양산천을 건너 나란히 내려오다가 황산공원의 남쪽을 가로질러 낙동강을 건너는 것이다. 교각 아래 강물이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황산생태공원
‘양산낙동강교’를 지나고 나면, ‘황산생태공원’이다. 교각을 경계로 하여 양산천 하구에 이르기까지 습지와 자연 늪에 수초가 그대로 보존된 자연생태공원이다. 교각을 따라 가는 바이크로드로 가면 가장 빠르게 나아갈 수 있지만, 습지의 사이로 나 있는 산책길로 들어갔다. 생태공원의 풍광을 즐기며 걷기 위해서였다. 습지에는 낙동강 왕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루기도 하고, 큰 웅덩이 늪을 중심으로 잡초와 억새 등이 가을 색으로 변한 모습, 있는 그대로 고요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곳곳에 고인 웅덩이의 물은 의외로 맑고 깨끗했다. 버드나무 군락과 수초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모래등마루」라는 제목의 안내판이 있다. ‘당산나무가 지키고 있는 남평마을의 옛터’라는 부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모래등’이란 현 남평마을의 옛 지명인데, 1938년 대홍수로 인하여 현 위치로 이주하여 현재는 당산나무만 이곳을 지키고 있다. 양산시 물금읍 ‘남평마을’은 현재 70가구가 살고 있는 농촌마을이다. 「황매화」군락지에 대한 안내판도 있다. 장미과에 속하는 황매화는 습기가 많은 곳에서 무성하게 자라고 그늘이 있는 곳에서는 약하며 무더기로 자란다. 4~5월에 꽃이 핀다.
강변의 황산생태공원은 자생 수목과 억새 등이 자연 그대로 자라고 있어 사람들이 자연의 숨결을 누릴 수 있는 쾌적한 휴식 공간이다. 아주 너른 수변에 조성된 생태공원은 낙동강정비사업에 따라 자연과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바이크로드와 여러 갈래의 산책길 등이 아주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특히 곳곳마다 거기에 알맞은 테마공원을 만들어 여유와 낭만을 지니고 산책을 할 수가 있다.
예컨대, 여기저기 광범위한 지역에서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생태공원은 눈부신 억새가 있는 곳을 따라 조성된 ‘억새랑길’,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생태놀이터(아이들뜨락)’, 물길 따라 다양한 수생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생태물길’, 가족들이 함께 여유와 낭만을 즐길 수 있는 피크니크장 ‘도란뜰’, 한 그루의 당산나루로 남은 옛 남평마을을 생각하게 하는 ‘모래등마루’, 웅덩이 늪지에서 수련과 가시연꽃을 감상할 수 있는 ‘연꽃마루’, 물가나 습지에 모여드는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는 ‘철새마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담’, ‘도담’, 이름도 정겹다. ‘소담’은 청초한 식물들을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고, ‘도담’은 자연 속에서 머물며 담담한 정담을 나눌 수 있는 곳이다. 가족이나 정인(情人)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습지나 작은 호수 주변에 있는 ‘생태물길’이 호젓하고 아름답다. 황산생태공원에서 만나는 수생식물은 꽃창포, 석창포, 노랑꽃창포, 어리연꽃, 애기부들, 줄, 물억새 등이 계절에 따라 피어나서 물길 주위를 아름답게 한다. 지금은 늦가을이라 억새가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도 있다. 곳곳에 테크 시설을 하여 호수와 늪지를 가로지르거나 물가의 주위를 산책하는 데 아주 편리하다.
황산생태공원 억새랑 길
워낙 낙동강 너른 둔치에 펼쳐진 생태공원이라 주위를 순환하는 바이크로드도 잘 조성되어 있다. 황산공원에서 이어지는 직선(直線)의 바이크로드, 그 길의 양 옆으로 눈부신 억새가 빛을 발한다. 생태물길의 참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바이크로드를 이용하지 않고 억새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긴 ‘억새랑길’을 걸었다. 그리고 호수나 늪지의 주위를 돌아가는 ‘생태물길’을 따라서 걸었다. 그야말로 여유 있고 평화로운 가을의 정취를 느낀다. 참 아름답고 행복한 가을날이다!
양산천 하구의 호포교(湖浦橋)
황산생태공원의 막바지. 억새와 잡초가 어우러진 늪지를 지나, 황산공원에서 직선(直線)으로 내려오는 바이크로드에 접어들었다. 양산천 하구의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였다. 낙동강에 유입되는 양산천 하구의 다리는 강변도로 ‘호포교(湖浦橋)’이다. 양산천 하구(河口)에는 황산공원에서 내려오는 강변도로를 비롯하여 경부선철도, 그리고 35번 국도(양산대로) 등의 다리가 있다. 35번 국도는 양산시청에서 낙동강 강안을 따라 부산의 구포로 이어지는 간선도로이다.
오전 11시 정각에 양산천 호포교를 건넜다. 이제 양산시 동면 가산리 ‘호포마을’이다. 낙동강 가까이에 있는 호포마을에는 낙동강 매운탕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호포마을은 금정산 산줄기가 서쪽으로 내려오는 낙동강 강안에 위치해 있다. 호포마을과 낙동강 사이에 경부선 철도가 지난다. 그리고 호포마을에는 양산과 부산의 도심을 있는 부산 전철 2호선 ‘호포역(湖浦驛)’이 있다. 금정산 산록과 낙동강 사이에 각종 교통로가 지나고 있는 것이다. 양산에서 부산시 권역으로 들어가는 길목, 상당히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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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금정산(金井山)
낙동정맥 금정산(金井山)은 부산의 진산으로, 최고봉은 북쪽의 고당봉(802m)이다. 북으로는 장군봉·계명봉(602m)이 뻗어 있고, 남으로는 원효봉(687m)·의상봉·파리봉·상계봉 등 600m 내외의 봉우리들이 백양산(白陽山, 642m)에 이어진다. 산의 정상부는 화강암(花崗岩)으로 되어있고, 산정의 능선에는 암반이 노출된 첨봉(尖峰)이 많으며 대체로 동쪽과 남쪽은 급사면, 북쪽은 완사면을 이룬다. 동쪽의 계명산(범어사)에서부터 동서로 뻗어가는 산줄기는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과 부산광역시 금정구-북구와의 경계를 이루며 서쪽 낙동강의 호포에 이른다. 그리고 부산의 낙동정맥은 낙동강과 수영강의 분수계를 이룬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동래현 북쪽 20리에 금정산이 있고, 산꼭대기에 세 길 정도 높이의 바위가 있는데 그 위에 우물이 있다. 둘레가 10여 척이며 깊이는 일곱 치쯤 된다. 물은 마르지 않고, 빛은 황금색이다. 전설로는 한 마리의 금빛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그 속에서 놀았다고 하여 금정(金井)이라는 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절을 짓고 범어사(梵語寺)라는 이름을 지었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금정(金井)은 금어(金魚)가 사는 바위 우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판단된다.
사적 제215호로 지정된 금정산성(金井山城)은 원래 동래읍의 외성으로 축성되어 동래산성으로 불렸으나 금정산성으로 개칭되었다. 산성은 임진왜란 후 당시 경상감사의 진언으로 1703년(숙종 29)에 축성되었고, 그 뒤 다시 증축되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훼손되었다가 1972년부터 2년 간에 걸쳐 동·서·남 3문과 성곽 및 4개의 망루를 복원하면서 둘레 1만 7336m, 높이 1.5∼6m인 우리나라 최대의 산성이 되었다.
금정산(金井山)은 산의 북동쪽에 위치한 범어사(梵語寺)로 인하여 더욱 잘 알려져 있다. 범어사 서쪽에는 주봉인 고당봉이 솟아 있고, 그 북쪽 장군봉에서 동쪽으로 계명봉 능선이 범어사를 에워싸고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금정범어(金井梵魚)’로 기록되어 있어 신라시대부터 널리 알려졌고, 항상 금정산과 범어사를 연관시켜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범어사(梵語寺)
범어사(梵語寺)는 678년(문무왕 18)에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창건한 화엄십찰의 하나로 경상남도의 통도사, 해인사와 더불어 3대 사찰의 하나로 손꼽힌다. 20여 동의 가람(伽藍)과 신라시대의 석탑인 ‘범어사삼층석탑’(보물 제250호)은 금정산과 더불어 관광 명소로 이름이 높다. 절 부근에는 계명암을 비롯한 여섯 암자가 있다. 이 밖에도 금정산에는 금정산성·미륵암·정수암·국청사 등이 있고, 상계봉 남쪽에는 석불사가 있다.
금정산 주변에는 높이 12m의 마애여래입상, 자연굴인 은동굴, 케이블카 시설, 식물원, 금강공원(金剛公園), 산성마을, 동래온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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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수변공원 — 양산시 동면 가산리
오전 11시 4분, 호포교를 지났다.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 가산리, 다시 수변공원으로 난 바이크로드에 접어들었다. 갈림길이 있다. 여기서 우측으로는 호포교 다리 밑을 지나 양산천을 따라 올라가는 자전거 길이고, 낙동강 종주 길은 그대로 직진하는 것이다. 오른쪽 강변의 둔치에는 부드러운 억새밭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저만큼 강안의 습지에는 왕버들숲이 보인다. 아스팔트 포장의 바이크로드가 수변공원의 가장자리를 따라 직선으로 뻗어있다.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화창하다. 바이크로드 길가에는 간간이 가로수가 서 있고 또 억새꽃이 눈부시게 피어있다. 시원하게 열린 공간, 거리낌 없는 낙동강 물길이다. 길가에 ‘가산수변공원’ 안내도가 있다. 길의 왼쪽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경부선 철로, 간간이 열차들도 거침없이 오고간다.
낙동강대교 —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오전 11시 10분, 하늘을 가로질러 낙동강을 건너가는 ‘낙동강대교’의 높은 교각 아래를 지난다.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교량인데, 김해 쪽으로 강안의 한 구간에는 하나의 주탑(柱塔)을 중심으로 현수교 형태로 건설되었다. 낙동강대교는 그 모든 교통로 위를 가로질러 낙동강을 건너가는 것이다.
낙동강을 건너가는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는 동쪽의 동해고속도로(부산-울산) 기장교차로(J.C)에서 분기하여 경부고속도로 양산교차로를 경유, 장장 7km의 금정산 터널을 지나와서 바로 여기 낙동강대교로 이어지는데. 낙동강을 건너자마자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는 중앙고속도로 대감교차로(김해시 대동면)를 지나 김해의 북부지역을 동서로 가로질러 진영교차로에서 남해고속도로(10번)와 이어진다.
내가 걷는 길에서 왼쪽을 올려다보니, 언덕 위에는 경부선 철도가 지나고 그 위쪽에는 고가(高架)의 부산도시철도 2호선이 호포역을 지나고 있다. 시야에 보이지는 않지만, 경부선 철도와 전철 고가의 너머에는 35번 국도(양산대로)가 지날 것이다.
호포역, 부산도시철도 2호선
현재 양산까지 들어오는 부산도시철도 2호선은 양산역에서 해운대 장산역에 이르는 45.2km에 달하는 긴 노선이다. 처음 1999년 6월에 부산의 서면역에서 호포역까지 개통한 후, 점차 노선을 연장하여 2002년 8월에는 서면에서 장산역까지, 2008년 1월에는 호포역에서 양산역까지 연장되었다. 전철 2호선은 종점인 양산역에서 덕천역(3호선 환승)-사상역까지는 낙동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사상역을 지나 주례역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부산 도심의 서면역(1호선 환승)을 경유하여 광안역-수영역-벡스코역-해운대역으로 이어져 종점인 장산역(해운대구 좌동)에 이른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금정구 노포역-통도사-부산진역-다대포해수욕장)이 부산의 ‘남북’을 관류한다면, 2호선은 도심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노선이다.
금곡동 수변공원길 — 부산광역시 북구 금곡동(金谷洞)
오전 11시 22분, 낙동강대교를 지나고 나면 부산광역시 북구 금곡동 지역이다. 거리낌 없이 쭉 뻗은 호젓한 강변의 바이크로드, 길가에는 억새꽃 군락이 눈부시고, 그 옆에 낙동강 수면의 잔물결이 일렁인다. 멀리 길의 좌우에 몇 그루의 메타스콰이어 가로수가 강변의 경치와 어울려 아름다운 가을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왼쪽의 산 아래 금곡동(金谷洞)의 임립한 아파트군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람의 키보다 큰 억새가 하얀 꽃대궁으로 하늘거리는데 길가에 이정표가 있다. ‘↓안동댐 363km ↑낙동강하구둑 22km' 오늘의 목적지까지 가야할 여정이다.
한참 동안 바이크 주로(走路)를 따라내려 왔다. 길은 자전거 전용도로와 포장되지 않은 보도(步道)로 나누어져 있다. 강가의 흙길을 따라 걷는다. 나무 테크 다리를 건넌다. 금곡동에서 낙동강에 유입되는 작은 개천이다. 강안을 휘돌아가는 왼쪽 길목에 시퍼런 대나무가 숲을 이루어 술렁이고 있다. 오른쪽 강안에는 가을햇살을 받은 억새꽃이 눈부시다. 다시 이어지는 직선의 주로, 밝은 햇살이 온몸에 내린다. 앞에서 걸어오는 분이 있어 인사를 나누고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나의 낙동강 여정을 이야기했더니 반색을 하며 응대해 주었다. 사진 한 컷을 부탁했다. — 그리고 다시 보도의 흙길을 걸었다.
작은 하천의 나무테크 다리를 건넜다. 금곡동에서 내려오는 ‘대진천’ 하구이다. 그 아래 가까이의 강안은 옛날 ‘동원나루터’가 있던 곳이다. 길옆에 안내판이 있다. 오른쪽 강안에는 가을햇살을 받은 억새꽃이 눈부시다.
금곡 동원나루터는 조선시대 수로 운행의 요지로서 역원이 설치되었던 곳으로, 삼포에 도착한 일본사절의 상경로에서 낙동강 수계를 이용한 첫 기착지이다. 조운(漕運)을 하는 선박이 쉬어가는 곳이며 대마도를 비롯한 일본과의 교역을 하는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왜(倭)의 사절이 조선에 와서 서울로 가는 행차에 필요한 선박 운행과 접대를 이곳 동원진에서 담당하였다. 동원진은 수참(水站)으로 관선을 대기해 놓고 공천(公賤, 관청에 속한 노비)을 두어 참부(站夫)로 썼다고 한다. 동원나루의 아래 동네인 화정마을과 윗동네인 공창마을에도 나루가 있었다. 이들 나루터는 1924년 낙동강 대홍수 때 철거되고 동원진만 존속하여 잉어, 장어 고기잡이배의 선착장이 되었고 김해 대동면 조눌리 나루로 오고가는 나룻배가 1972년까지 운행되었다. ―♣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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