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를 아는 위대한 실천이...
○ '나훈아'
나훈아가 음악 인생을 마무리하는 콘서트 투어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무대에서 “피아노 앞에 절대 앉지 않을 것이고 기타도 안 만지고 책은 봐도 글은 절대 안 쓸 것이다. 노래 안 하고, 안 해본 것 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 '마이클 조던'
‘황제’라는 칭호로도 부족해 ‘신’으로 불렸던 사나이 1999년 1월 은퇴를 선언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당시 전 세계 청소년들은 미국 대통령은 몰라도 '마이클 조던'이 누군지 알았다. NBA 통산 6회나 정상을 밟은 농구 황제가 갑자기 고향으로 떠나겠다는 것이다.
그의 은퇴 회견은 대통령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전 세계 매스컴은 온통 조던 얘기로 시끌벅적했다.
한 언론은 “미국인들은 조던 대신 클린턴이 물러나기를 원할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에게 쏟아진 찬사를 보면 그는 농구 황제를 넘어 현대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메신저였다. 그 자신이 감동을 던져준 한 편의 시였으며, 관중을 사로잡는 위대한 배우였다.
세계의 팬들은 그를 흑인도 미국인도 아닌 ‘조던’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조던의 은퇴를 놀라워한 것은 그 엄청난 부나 명성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코트를 떠나는 두 가지 이유가 아름다워서이다.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갖고자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것과 “예전처럼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고도 계속 머무는 바보짓은 않겠다”는 것으로 그 고별사가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팬들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며 진정 미안해 한 표정에서는 스타 이전에 따스한 사람의 체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전설로 돌아선 ‘농구의 신’ 조던을 빛낸 건 그의 멋진 은퇴다.
그는 발을 넣을 때와 뺄 때를 정확히 짚어 결단을 내렸다. 그것이 진정한 지혜이고 용기다. 조던은 ‘그침을 알아 그칠 때 그치는 것(止知止止)’을 실천한 사람이다.
그 이치를 알고도 내려놓기가 어려운 것이 권력 이고 경영권이다. 우리는 권좌에서 내려오기를 미적대다 일생을 욕 되게 하거나 경영권을 둘러싼 재벌가의 꼴사나운 추한 싸움을 보아왔다.
○ 'LG'
경영권 승계에있어 창업 세대가 떠나면서 재벌가의 경영권 승계 싸움이 눈살을 찌푸릴 때, 모범을 보인 곳이 LG였다. LG, GS, LS로 분리한 후 4대째 잡음 없이 경영 승계를 실천했다.
1995년 구자경 회장이 구본무 회장에게 자리를 물릴 때가 70세 결단을 내리고 창업세대를 이끌고 동반 퇴진하는 전통을 세운 것은 한국 재계사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LG가 새 경영체제로 일신하고 얼마 되지 않을 때 트윈타워 꼭대기에서 경사가 벌어졌다. 깃들어 살던 황조롱이 한 쌍이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이 TV 카메라에 잡히면서 화제가 되었다.
LG는 이를 길조로 받아들였고 조류도감을 펴낼 만큼 새를 좋아한 구본무 회장이 황조롱이를 보호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 바람에 별도 팀이 급조되기도 했다.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어미와 새끼가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대야 한다. 이를 ‘줄탁동시’라 하는데, 이를 두고 LG의 경영 승계가 잘 됐다는 한 줄 해석을 더하게 되었다.
봄이 되자 새끼 황조롱이 6마리가 날기 훈련을 시작했다. 새끼를 물고 어미 황조롱이가 하늘 높이 올라가 떨어뜨린 후 어느 지점에서 새끼를 낚아채는 매서운 훈련이다.
결국 훈련에 실패한 4마리는 추락해 죽고, 남은 2마리만 어미를 따라 먼 길을 찾아 날 수 있었다. 만남과 이별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들고 나는 것은 선택이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다.
고속도로에서 출구인 나들목을 놓치면 그런 낭패가 없다. 그래서 권좌에 앉는 사람에게 “축하는 들어서는 자리가 아니라, 나가는 자리에서 받아라”라는 경구가 있다.
출구를 놓치고 개고생 하는 사람, 선택을 미적대다 생을 그르치는 사람, 인생에서 ‘성공신퇴(成功
身退 성공하면 나갈 때를 준비함)’가 그리도 힘든 일인지, 욕심이 눈을 가리면 보이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인격은 가난에서 나오고 인간은 수양에서 나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 100이면 7~80에 맞추어 살다 어느 나이가 되면 유한한 인생의 천리를 깨닫고 스스로 권좌에서 비켜 선다.
○ 선수자량(先須自量)이라...
사람은 모름지기 자기 자신을 먼저 평가해야 한다는 뜻으로, 남을 평하는 것은 그 다음이라는 말이다. (先 먼저 선, 須 모름지기 수, 自 스스로 자, 量 헤아릴 량)
명심보감(明心寶鑑) 정기편(正己篇)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태공왈 욕량타인 선수자량 상인지어 환시자상 함혈분인 선오기구(太公曰 : 欲量他人, 先須自量. 傷人之語는 還是自傷, 含血噴人, 先汚其口.)
태공(太公 강태공)께서 말했다.
“타인을 평가하려면 모름지기
자신부터 먼저 헤아려야 할 것이다.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은 돌아와서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요, 피를 입에 물고 남에게 뿜어 대는 것은 먼저 자신의 입을 더럽히는 것이다.” (明心寶鑑/正己篇)
안분신무욕(安分身無辱) 분수를 알고 지키면 일신에 욕됨이 없고,
지기심자한(知機心自閑)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면 마음이 절로 한가해진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