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아기비둘기 이야기 / 강준영

[꽃사슴]

구구구구.

지붕 위에서 아기비둘기 한 마리가 울고 있었습니다.

"너, 왜 혼자 있니?"

해님이 살짝 물어 보았어요.

"혼자 있는 게 좋아요."

"왜?"

"그냥."

아기비둘기는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나, 해님은 아기비둘기가 왜 혼자 있는 게 좋은지, 그 까닭을 알고 있습니다. 아빠비둘기과 엄마비둘기 때문이죠.

"넌, 이제부터 아빠하고만 사는 거야."

아빠비둘기는 이렇게 말했어요.

(전 엄마가 좋아요.)

하고 아빠비둘기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입 밖에 낼 수가 없었어요. 아빠가 막 화를 내시기 때문입니다.

(이건 아빠아 엄마의 문제야.)

(아빠! 이것이 아빠와 엄마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저의 문제이기도 해요.)

가끔 엄마비둘기가 몰래 아기를 만나러 왔어요. 아마 오늘쯤에 엄마의 모습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아가야."

어디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 아기불기는 깜짝 놀라서 지붕 위를 날아 너른 마당을 한 바퀴 돌았어요.

"엄마."

지붕 저 쪽의 나무 사이로 엄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행히 아빠비둘기는 보이지 않았어요.

아기비둘기는 엄마에게 날아가서 얼굴을 비벼 댔어요.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엄마비둘기는 아기의 날갯죽지 속에 얼굴을 파묻었어요.

"아기야."

"네"

"누가 아침에 깨워주니?"

"아무도 깨워 주지 않아요."

"목욕은 누가 시켜 주니?"

"제가 해요."

"아빠는?"

"아빠는 바쁘신걸요."

엄마비둘기의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그래서 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엄마!"

"응?"

"아직도 아빠랑 엄마의 문제가 풀리지 않았어요?"

"응."

엄마비둘기는 휑하니 날아갔어요. 그리고, 또다시 아기비둘기만 혼자 남았습니다. 아기비둘기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어서요. 자꾸 아빠가 미워졌어요.

"안 돼!"

해님이 아기비둘기에게 말했습니다.

"정말이에요. 해님, 아빠도 엄마도 미워졌어요."

아기비둘기는 집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기회는 지금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날개를 쫙 펴고 하늘 높이 올랐어요.

똑바로 앞을 향해, 아기비둘기는 멀리멀리 날아갔습니다.

비가 오기 시작했어요. 아기비둘기는 날개가 젖는 줄도 모르고, 자꾸자꾸 날아갔습니다. 깊은 산 속의 바위 속에, 아기비둘기는 날개를 접고 앉았어요.

"네가 누구니?"

한 떼의 산비둘기가 모여왔습니다.

"너 참 예쁘게 생겼구나."

"우리들의 두목이 되었으면 좋겠어."

산비둘기는 마구 떠들어 댔어요.

"너희들이 뭔데?"

"우린 산적이야."

"산적?"

"응, 남의 것을 훔치거나 빼앗아 먹는 거야. 우린 언제나 그렇게 살고 있단다."

아기비둘기는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산적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아기비둘기는 산적 떼를 데리고 먹이를 훔치러 떠났습니다.

"난, 저 마을을 잘 알고 있어."

아기비둘기가 말했어요. 그 곳은 바로 아빠비둘기가 사는 마을이었습니다. 아빠의 집이 빤히 보였어요.

"자! 가자."

비둘기 떼는 쏜살같이 아빠의 집으로 날아갔어요. 아기비둘기가 앞장을 섰습니다. 마당에는 맛있는 먹이가 많이 있었어요.

산적들은 정신없이 먹이를 쪼아 먹었어요.

"아기비둘기야!"

아기비둘기는 자기를 부르는 나지막한 소리를 듣지 못했어요. 그래서 자꾸 먹이를 쪼아먹었습니다.

"아기비둘기야!"

아빠비둘기가 지붕 위에서 아기를 불렀습니다. 아기비둘기는 문득 아빠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얘들아, 가자!"

아기비둘기의 신호에 따라 산적들은 마을을 떠났어요.

(우리 둘만의 문제가 아니었어.)

아빠비둘기는 생각했어요. 그래서, 엄마비둘기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래요, 아기를 위해서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돼요."

엄마비둘기는 이렇게 말했어요. 아빠비둘기는 아빠의 집에 다시 엄마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기비둘기는 산에 있어요."

해님이 가르쳐 주었어요.

그래서 아빠비둘기와 엄마비둘기는 아기를 찾아 산으로 떠났습니다. 깊은 산 속에서 망을 보고 있던 산적들이 아빠비둘기와

엄마비둘기를 발견하고, 단숨에 잡아서 두목에게 데리고 갔어요.

"앗!"

아기비둘기는 깜짝 놀랐어요.

"아기비둘기야!"

엄마와 아빠는 아기비둘기에게 달려갔어요.

"아빠!"

"엄마!"

아기비둘기는 아빠의 품에 안겼어요. 엄마의 품에도 안겼어요. 엄마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아기비둘기의 날갯죽지 속에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자."

"네, 엄마."

"그 동안 아빠가 잘못했다. 이제 우리도 남들처럼 행복하게 사는 거야."

"네, 아빠."

아기비둘기는 산적들과 헤어졌어요. 손을 흔들어 주는 산적 중에는 아기비둘기처럼 아빠랑 엄마랑 헤어져 사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그래서 아기비둘기를 보내면서 마구 울어 댔어요. 구구구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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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강준영(姜俊榮)

● 1944년 3월 2일 충북중원에서 태어남

● 1968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 1968년 '땀고개' 동인 조직 활동

● 1968년 '매일문학회' 조직 활동

● 한국문인협회 경북지부 아동문학분과위원장

● 상주 아동문학회 동인 활동

● 동화 '그리움 나무'로 제8회 새종아동문학상 수상(1975년)

● 지은책/ '그리움 나무'(1975), '소원','우리나라가 하나인 거은' 등과, 동화 '달','그리움 나무','날개','전쟁과 촛불'    등이 있다.

● 1983년 39세로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