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충북 제천에서 제1회 제천국제음악 영화제가 있었다. 나는 집사람과 함께 이 영화제 개막식에 갔었다.
개막식은 내륙의 아름다운 호반휴양지 청풍리조트에서 있었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남제천 톨게이트에서 나와 바로 우회전하여 계속 달린다. 우측에 청풍호수를 끼고 달리는 길 좌우는 모두 벚 나무 가로수다. 워낙 무성하여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몇 개의 산모퉁이를 돌고돌아 달리면 저 아래로 청풍호수가 여러 번 보였다간 사라지고 또 나타난다.
20여분을 달리면 청풍호반을 내려다보는 길가에 금월봉이라는 기암 괴석으로 된 커다란 바위산이 나타난다. 1993년 길을 넓히는 공사 중 땅 밑에서 우연히 발견된 하나로 된 기묘한 바위다. 규모가 적어서 그렇지 중국의 석림(石林)이나 금강산 일만이천봉에 못 잖은 경관이다.
(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금 이 금월봉 앞에는 다소 허름한 판자집 같은 매점이 있지만 현재 현대식 휴게소와 관광안내소가 건설 중이다.)
금월봉을 조금 지나면 "태조 왕건" 등 수 많은 드라마나 영화를 찍은 세트장이 나타난다.
그리고 여기서 2-3분을 더 가면 청풍리조트단지에 닿는다.
출발할 때부터 내리던 비는 점점 세차게 내리고 있다. 태풍처럼 바람도 강하게 분다.
오후 5시 조금 지나 청풍리조트에 있는 Lake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로비에는 안성기 김수미 문성근 엄정화 등 배우와 감독 그리고 가수들이 보였다.
우리는 경치가 좋은 Hill호텔에 들었다. 호텔에 들어 창문을 여니 청풍리조트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Lake호텔 뒤로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이 쏘아 올린다는 분수가 물을 뿜고 있다. 호수 건너 편 산에는 안개가 걸려 있다. 정말 좋은 경치고 멋진 곳이다.
비는 좀 잦아지는 듯 하더니 일순간에 더 세차게 내리는가 하면 조금 있더니 또 다시 잦아지는 등 종 잡을 수가 없었는 날씨다.
1시간 정도를 쉬고 진행본부가 있는 Lake호텔로 내려갔다. Lake호텔에서 본 Hill호텔 역시 좋은 경치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린다. 호텔 로비는 우리가 도착할 때보다 더 붐볐다. 영화배우와 가수들이 더 많이 보인다. 로비 라운지에서 창문 밖을 내려다 보니 또 다른 멋진 경치가 거기 있었다.
이곳 청풍리조트에는 이번이 세번째 오는 것이다. 다음에는 유람선을 타고 충풍호의 멋진 호반경치를 감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 대연회장에 마련한 간단한 부페식의 Walking Dinner로 저녁을 때우고 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청풍랜드로 갔다. 호텔 앞 길은 잘 가꾸어져 있다.
청풍랜드는 청풍리조트와 마찬가지로 청풍호숫가에 있는 야트막 한 동산을 깎아 만든 곳인데 이곳에서 개막식과 개막작 영화상영 과 음악공연이 있다.
청풍랜드는 놀이동산 같은 곳으로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으면서 바로 호수로 떨어지는 번지점프장과 인공암벽등반장 등 몇 가지 놀이시설이 있다.
오후 6시 50분. 아직도 여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조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호수 주위에는 비에 흠뻑 젖은 여름산들이 굽이굽이 층을 이루고 있고, 비가 내리는 호수 여기저기에는 옅은 물안개가 걸려 있다.
주최측에서는 비닐로 만든 우비를 나눠주었다. 인구 15만의 적은 지방도시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영화제다. 외국인들도 좀 보였다.
개막식장 겸 음악공연장은 번지점프장 바로 옆 호숫가에 설치되어 있었다. 영화스크린은 그 옆에 있었다. 개막식장 바로 뒤는 청풍호수다.
영화배우, 감독, 가수,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 등 여러 곳의 영화제 위원장, 도지사, 정치인 등 많은 내빈들이 자리했다. 그리고 불란서 러시아 이태리 일본 등 외국영화감독들도 보였고, 서울에 있는 독일 문화원장 등 우리 나라에 있는 외국 인사들도 다수 보였다.
우연히 인사를 하게 된 독일문화원장은 "한국에도 이렇게 경치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다. 독일의 유명한 흑림(黑林)지대 못 잖은 경치다. 그리고 이런 좋은 곳에서 음악과 영화가 어우러지는 컨셉이 참 좋은 것 같다. 내년에는 독일에도 널리 알려 많은 관광객들이 오도록 해야 겠다"는 것이었다.
보슬비가 점점 잦아들기 시작하더니 개막식이 시작할 쯤 그쳤다. 우리는 우비를 벗었다. 검은 구름 사이로 가끔 흐릿한 달이 보인다.
한여름 밤. 생태휴양도시 제천의 청풍호숫가.
이젠 가끔 시원한 바람도 분다. 어제까지 그렇게 무더웠던 여름을 잊게 하는 날씨다.
사방은 비를 머금은 신록의 계절. 무대 뒤로는 색색가지 조명을 받은 분수가 물을 뿜고 있다.
가수 문성근과 엄정화가 사회를 보았다. 엄정화는 이곳 제천 출신이라고 한다.
30대 전후의 젊은 음악가 다섯명이 국악기로 신나는 현대음악을 연주했다. 경치와 너무 잘 어울리는 공연이다.
제천시장의 개막선언이 있었다.
제천시 엄시장은 1분 정도의 짧은 개막선언 끝에 “여러분, 음악과 영화가 어우러진 멋진 여름 밤이 되시기 바랍니다.”라는 그야말로 멋지고 짧은 개막선언을 했다.
멋을 아는 젊은 시장이다.
개막식이 끝나자 Swing Girls라는 개막작 영화가 상영되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본의 젊은 감독 야구치 시노부(37세)가 만든 이 영화는 일본 동북지방 어느 시골 남녀공학 고등학교 밴드부가 집단식중독에 걸리자 악기라고는 한 번도 만져보지 않은 골치덩어리 여학생들이 엉겁결에 사설 밴드부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음계도 모르는 나이 든 수학선생 밑에서 맹렬히 밴드연습을 하는 등 수 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결국 도단위의 밴드 경연대 회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최고의 연주를 해내는 기적을 만드는 영화 로 무척 재미 있었다.
특히 영화의 무대인 시골마을은 전형적인 농촌일 뿐 아니라, 영화 에서도 나오지만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오는 곳으로서 제천과 매우 흡사한 곳이라 개막작으로는 너무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가끔 하늘과 호수와 분수와 아스라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산들을 쳐다보았다. 풋풋한 풀냄새와 물냄새가 나는 듯 했다. 나는 모처럼 서정적으로 되는 듯 한 느낌이었다.
좌측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는 색등으로 불을 밝힌 두 채의 누각과 커다란 고가(古家) 한 채가 공중에 뜨있다. 그리고 그 색등 불빛은 호수 속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어두워서 색등을 밝힌 누각과 고가를 찍을 수 없어 입장할 때 찍은 아래 사진을 보면 얕은 산 꼭대기와 좌측 끝 쯤에 2개의 누각이 보인다.)
청풍호를 만들 때 물 속에 잠기는 낮은 지역에 있던 오래된 고가와 문화제적 가치가 있는 몇 개 마을을 재현해 놓은 민속마을이 청풍 랜드 바로 건너 편 동산 위에 있는 것이다.
관객들은 제천사람들이 가장 많았으나 멀리 부산 광주 서울 등 외지 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다. 모두들 즐겁고 밝은 표정이다.
정말 멋진 한여름 밤. 그림 같은 분위기다. 신비롭기까지 한 밤이다.
영화가 끝나자 많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특히 제천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듯 했다.
밤 10시가 좀 넘었다. 이제는 영화에서와 같은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밴드가 나와 여름밤에 어울리는 음악을 연주한다.
집사람과 나는 한여름 밤의 청풍랜드 분위기가 너무 좋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서정시인이 되었다.
전영록의 사회로 열린음악회가 밤 12시 넘어까지 있었다. 우리는 중간에 나왔다. 이제 비는 완전히 멎었다. 상그러운 한여름 밤이다. 별이 보였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청풍호반의 멋진 한여름 밤은 그렇게 깊어 가고 있었다.(끝)
(참고사항 1) 영화제 성격과 진행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비경쟁영화제로서 대상을 받은 영화는 어떤 영화 인지 하는 출품영화끼리 치열한 경쟁을 하는 그런 영화제가 아니다. 음악이 좋은 영화, 음악을 사랑한 감독에 관한 영화, 심포니오케스트라 록밴 드 등에 관한 영화를 모아서 상연하는 영화제다. 다시 말하면 평소 잘 볼 수 없는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국내외 영화를 청풍랜드 야외극장과 제천 시내 멀티플랙스 일원에서 상연하는 영화제였다. 그리고 음악과 영화에 관한 국내외 전문가와 영화인 및 음악가들이 모여 토 론도 하고 의견도 교환하는 국제적인 모임의 장이었을 뿐 아니라, 모처럼 제 천시민들이 문화의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보기 드 문 문화행사였다.
특히 청풍리조트와 청풍랜드를 비롯한 제천의 멋진 경관이 함께 어우러진 이 번 영화제는 지방 소도시로서는 개최하기 어려운 행사였으나, 제천시민은 물 론이고 아주머니들 도우미와 대학생 도우미 그리고 시장을 비롯한 제천시 공 무원과 진행주최 측의 헌신적인 노력과 봉사정신이 눈에 띄었다.
내년에는 영화제 규모가 더욱 커지고 이런 영화제가 국내외에서 큰 호응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삼성전자 같은 회사에서 전적으로 지원하여 국제 적으로 특색 있는 영화제로 육성하는 방안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고사항 2) 청풍리조트 Lake호텔과 Hill호텔 청풍리조트에 있는 Lake호텔과 Hill호텔은 당초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지은 호 텔인데 현재 이 두 호텔의 운영은 HTC라는 호텔 및 리조트 운영전문회사가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HTC는 이 외도 서울 및 수도권과 동남아에 있는 몇 개의 호텔과 리조트시설, 장기투숙객호텔 및 연수원과 골프장 클럽하우스, 대형레스토랑 등을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 업체로서 금년 초에는 한국호텔경영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HTC의 사장 등 주력멤버들은 호텔신라 출신들이다.
얼마 전 내가 중국 진황도에 갔을 때 국제선 터미널 건물이 호텔과 가라오케 식당 등을 하도록 설계된 5층 짜리 대형건물이었는데 그곳 항만청과 선박회 사가 운영할 노하우가 없어 고민을 하고 있어 HTC사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첫댓글 멋진 여행이셨네요....
"멋진 여행이셨네요.... ~~~~~~~~~~~~~~~~~~~~~*^^*
멋진 여행 부럽습니다~~~
제천 의림지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만.....호반은 새ㅅㅣ로 귀경 잘했습니다. 산이조아님 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