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과 태백을 연결해주는 길이 103.1km의 태백선은 태백 지역의 무연탄을 수송하기 위해 1975년에 개통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 철도이자 제일 험준한 산악 철도이다.
연속되는 30퍼밀(‰)의 급구배와 200~300R의 급한 곡선구간, 고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뱀이 똬리를 튼 형상으로 건설된 또아리굴은 태백선이 태백 준령을 넘기 위해 얼마나 험준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요소들이다. 게다가 태백선이 건설되던 시기는 우리나라의 철도토목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태백선의 건설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 험난한 태백선 구간 중에서도 가장 절정에 이르는 곳에 추전역은 자리잡고 있었다. '대한민국 하늘 아래 첫 기차역',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라고도 불리는 추전역의 입구에는 그것을 증명이라도 해보이듯 이런 글귀가 적힌 기념탑이 하나 있었다.
'추 전 역,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해발 855M'
해발 855m. 강원도의 대표적인 고갯길인 '대관령(해발 832m)'보다도 더 높은 곳이다. 남부지역의 평탄한 지형만 밟아본 나로서는 이 추전역이 가장 높이 오른 곳이면서도 나름대로 색다른 느낌을 주었던 곳이 되었다. 사진속에서만 보았던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기차역'을 내 발로 직접 찾아가 내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일까......? 마치 우리나라에 있는 간이역을 다 정복한 듯한 뿌듯함(?)마저 들었다.
필자가 추전역을 방문하였을 때는 역장님을 포함, 역무원 3분이서 근무를 하고 계셨다. 공휴일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이 날 추전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가용이나 택시를 타고 올라왔으며 나처럼 밑에서부터 직접 걸어올라온 사람들은 적었다. 추전역 스탬프를 찍기 위해 역무실을 방문하였는데 미리 찍어놓은 스탬프를 하나 더 주시더니 커피까지 끓여 주시더라......고생한 자에게 낙이 있다더니, 산길을 걸어 올라와 정상에서 마시는 커피의 맛은 평상시 마시던 커피의 맛보다 꿀맛 같았다.
태백선 추전역
강원도 태백시 삼수동 소재
1973. 10. 16 - 태백선 개통 1973. 11. 10 - 역사 신축과 동시에 보통역으로 영업개시 1975. 10. 10 - 화물취급 시작(무연탄 년간 20여만톤) 1995. 01. 10 - 여객취급중지. 승차권 차내취급 1995. 05. 30 - 추전역 상징탑 건립 1998. 12. 13 - 환상선 눈꽃순환열차 운행
추전. 순 우리말로 '싸리밭'이란 뜻이다. 이 역이 있기 전까지 이 곳 주변은 '싸리밭골'이라 불리었는데, 역을 지을 당시 이 곳 지명을 본따 '추전역'이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추전역 뒤쪽으로 풍차 비스무리한 구조물들이 옆으로 늘어서 있는데 저 곳이 바로 매봉산 풍력발전소란다.(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가보시길......)
추전역에는 '맞이방'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단, '문화공간'이라는 것을 따로 마련하여 시와 사진, 그리고 추전역 연혁 등을 걸어놓아 열차이용객과 추전역 방문자들에게 볼 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한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고한선(지금의 태백선) 개통식을 이곳. 추전역에서 했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박정희 대통령도 참석하여 추전역 구내선로에서 테이프 컷팅식(아랫쪽 사진들중 왼쪽에서 두 번째)을 하였다고 한다. 문화공간 한 쪽에는 누군가 타고 온 듯한 자전거가 있었는데, 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추전역에 가면 나무로 만든 '이런 것'이 하나 있다. 추전역의 적설량과 기온을 재는 일종의 '간이 기상측량도구'인데 높은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추전역의 연중 기온은 다른 곳에 비해 낮고, 적설량도 다른 곳에 비해 많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아침에 영주에서의 날씨는 더웠는데 이곳에 도착하니 좀 선선한 느낌이 들었다.
워낙 험준한 태백선이라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 '제동경고' 표지판을 이 곳에서는 흔히 찾아 볼 수 있었다. 가장 높은 기차역인 추전역도 예외는 아니다. 고한에서 정암터널을 거쳐 열차는 추전역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에서 태백까지는 약 5km의 끝도 없는 내리막길을 내려가게 된다. 30퍼밀의 구배. 자동차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기차에게는 오르내리기 매우 힘든 난코스이다.
"빠아앙-!" 끝도 없는 내리막길에서 열차 하나가 힘겹게 추전역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지금도 오르내리기 힘든 곳인데,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이곳을 오르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 상상을 해 본다.
추전역에서 고한 쪽으로, 조금 전, 기차가 지나간 방향을 본다. 제일 높은 기차역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찻길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었던 터널인 '정암터널(4,505m)'이 자리잡고 있었다. 추전역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라면 정암터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찻길'이 있는 곳일 것이다. 앞쪽에 커다란 산들이 가로막고 있어 왠지모를 신비감 마저 들었다.
추전역을 나오다보니 조금전 태백에서 본 듯한 차가 한 대 눈에 띄었다. 용도를 알아보니 탄광에서 무연탄을 채굴하여 바깥으로 수송할때 쓰던 전기기관차와 화차란다. 겉보기에는 아기자기해도 좁고 위험한 갱도를 지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자기 몸을 줄여야 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우리나라,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신기한 곳 투성이다.'
이번에 추전역을 다녀오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