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 이광수님의 詩:
애인(육바라밀)
저녁에 귀한 분과 약속이 있어서 어느 전통찻집을 찾았다. 찻집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러 가지의 전통 차의 향기가 은은히 펴져 나와 기분이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차 향기만큼이나 찻집에 잘 어울리는 여러 가지 골통품과 벽에 걸린 동양화가 찻집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잘 연출하고 있었지만, 여러 손님들의 잡다한 소리들과 그 고즈넉한 분위기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명상적인 음악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장식들 보다 더 내 마음을 움직이는 시(詩)한 편이 내 눈에 들어왔다. 차를 끓이는 주방 앞에 붙여놓은 하얀 광목위에 써 있는 시(詩)였다. 나는 그 시가 잘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그 시를 읽어나갔다.
<님에게 아까운 것이 없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를 배웠노라.
님에게 보이고자 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지계를 배웠노라.
님이 주시는 것이면 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이 마음
나는 거기서 인욕을 배웠노라.
자나 깨나 쉴 사이 없이 님을 그리워하고
님 곁으로만 도는 이 마음
나는 거기서 정진을 배웠노라.
천하의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오직 님만을
사모하는 이 마음
나는 거기서 선정을 배웠노라.
내가 님의 품에 안길 때에 기쁨도 슬픔도
나와의 존재도 잊을 때에
나는 반야를 배웠노라.
이제 알았노라, 님은 이 몸께 바라밀을
가르치려고 짐짓 애인의 몸을 나툰
부처시라고...
<춘원 이광수님의 詩 애인 육바라밀>
波羅蜜
피안(彼岸)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보살 수행의 총칭.
첫댓글 [반야]는 지혜라고도 번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