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들은 주님께서 마지막 유언으로 남기신 지상 명령인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마르 16,15-16)는 말씀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충실한 주님의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의 자녀이자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복음(선교)을 전한다는 것은 실로 당연한 일입니다.
모든 단원들이 선교에 주력하여 하느님 보시기에 참으로 기특한 단원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거의 매일 아침, 이러한 기도를 올립니다.
"모든 레지오 단원들이 새 가족과 새 단원을 무수히 많이 봉헌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십시오."
모든 단원들이 같은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기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바오로 성인의 탄생 2000주년이 되는 해로서 바오로 성인의 발자취를 생각하며, 선교에 주력하는 해
(2008.6.29-2009.6.29)이기도 합니다.
또 지정된 성당과 성지에서는 전대사를 수여하고 바오로 교육, 피정, 선교학교 등을 신설하여
성인의 발자취를 따르는 신심을 심어 주고 있습니다,
성인께서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선교여행을 다니셨는데,
언어와 음식과 기후와 잠자리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광범위한 지역을
주님께 대한 열정으로 오로지 주님의 말씀 하나만 믿고 선교 여행을 하였던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갈라 2,20)
바로 이 말씀이 성인의 삶의 이정표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2티모 1,8)
사도께서 당신의 제자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레지오 단원은 영광스럽게도 바오로 성인을 스승으로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이 함께 하시는 한 우리가 두려움 없이 살아가도록 도움을 주실 것을 믿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성인의 삶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안겨주는 모습입니다.
성인은 감히 상상키 어려운 놀라운 일들을 하며 선교 사업에 전념하셨습니다.
성인의 모습을 알지 못하여서 그러려니 하지만, 레지오 단원들 중에는 겨우 본당 관할구역에 활동을 내주어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우리 다 함께 성찰해봅시다. 너무나 편안함에 길들여져서 조금만 어려움에 처해도 바로 나약해지지는 않습니까?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셨고, 성모님과 성령께서 항상 도움을 주시는데도 미처 하느님을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것은 아닙니까?
이 편한 세상에 태어나서 십리도 안 되는 성당지역을 못 돌아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교만에 찬 우리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일이 잘되면 모든 것이 다 내 뜻에 의하여, 내가 잘하고 있으므로 다 내덕이라고 교만에 찬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지오 단원 중에는 그러한 분이 없겠지만, 어느 신부님이 강연 중에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신자들 중에는 용하다는 신부님을 찾아다니다가 성에 차지 않으면 점집으로 간다"는 말씀을 듣는 순간,
한편 기가 막히기도 하고 과연 올바른 신자라면 그러겠는가, 반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약한 인간이긴 하지만, 우리는 레지오 단원입니다.
흔들림 없는 신앙생활을 위해 주님께 한발 한발 더욱더 가깝게 다가서야 하겠습니다.
단원 여러분! 우리가 무엇이 잘났는지 생각해봅시다.
그저 인간의 탈을 쓰고 있을 뿐, 우리 자신은 너무 무기력하지 않는지요.
내 뜻대로는 되는 것이 없고 남의 탓만 일삼고, 언제나 잘난 척하지만 속은 텅 빈 강정이며, 제멋대로인 내가 아닌지요.
이나마도 모르고 사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내가 아니던가요?
이제라도 조금씩 나를 발견하고 부족함을 고백하며, 성모님께 성령께 넙죽 엎드려서 하시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헤아려보는 것이
참된 일꾼이 되는 지름길이며, 성모님의 예쁨 받는 자녀가 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나마 이 정도 알아차리기만 해도 꽤 괜찮은 단원일 것입니다.
주님이 주신 사명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실천할 때라고 여겨집니다.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로마 10,14)
맞습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어디에 천당이 있고, 연옥이 있으며, 지옥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복음을 전해 듣지 못하면 누구나 다 알 수가 없기에 우리 단원들은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 이웃, 형제, 가족, 동료 등 내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복음이야말로 하느님을 전하는 최고의 활동이 됩니다,
"말씀을 듣고 실행하라"(루카 8,21 참조)는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을 듣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고, 우리의 신앙이 아니던가요?
믿음이 없으면 선교를 할 수 없습니다. 신앙인으로서 믿음이 없어 보인다면 얼마나 서글프겠습니까?
복음 말씀이 우리의 신앙을 살찌울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모습, 곧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요한 13.35)는 말씀을 실천하는 성숙한 신앙인이 될 때 전교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라고 합니다.
이 말씀을 듣고도 활동하지 않는다면 레지오 단원이라고 할 수 있겠는지요.
활동은 방법을 달리한 기도라고 합니다.
활동이 겸손하고 거룩하게 온 정성을 다하여 드리는 기도와 같다면 어찌하겠습니까?
기도가 없는 사람은 하느님을 뵈올 수 없습니다.
또 활동은 레지오의 심장이라고도 하지 않던가요? 숨 쉬지 않는 육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체에 불과합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활동이 없는 레지오는 죽어 있는 레지오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심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활동(선교)합시다. 그리하여 숨 쉬는 레지오, 생동감 넘치는 레지오를 만들어 봅시다.
"너희는 그분의 나라를 찾아라. 그러면 이것들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루카 12,31)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영광을 위해 바치는 우리의 기도가 되어
한평생 레지오 활동을 하다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주님의 나라에서 다시 모일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루카 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