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33·포항)가 돌아왔다.왠지 허술해 보였던 축구국가대표팀이 탄탄해 진 느낌이다.많은 이들이 바랐던 복귀다.이변이 없는 한 4연속 월드컵 본선 출전이라는,동양권 선수로는 처음이자 앞으로도 이루기 힘든 대기록을 세울 수 있게 됐다.단순히 연속 출전이라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그가 있어대표팀은 안정감을 더하고 결속력을 다질 수 있게 됐다.
홍명보의 합류로 대표팀은 전방의 홍선홍,후방과 중원을 넘나드는 홍명보로 든든한 ‘H-H 기둥’을 세울 수 있게 됐다.이제 중견과 신예를 적절히 섞어 석가래(미드필드)를 얹고 지붕(공격)을 씌운 뒤 벽(수비)을 쌓으면 든든한 대표팀이 완성된다.홍명보의 축구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쉽다.복잡하고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간결한 패스로 돌파한다.수준높은 개인기,경기를 읽는 눈,풍부한 경기 경험이 이같은 플레이를 뒷받침하고 있다.3월 유럽에서 벌어질 튀니지 핀란드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달라진 대표팀을 볼 수 있을전망이다.유럽원정에 나서는 대표팀 발표 하루전인 20일 거스 히딩크감독에게 별도로 대표팁 합류를 통보받은 홍명보를 21일 아침 일찍 서울 조선호텔커피숍에서 만났다.
―복귀 소감은.
기쁘다.지난해 정강이 피로골절 부상이후 충분한 휴식을 가졌고,포항의 해외전지훈련을 통해 자신감도 회복했다.오랜만에 합류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이변이 없는 한 4회연속 월드컵 출전이다.지난 3차례 대회와 다른 점은.
홈에서 하는 대회지만 약팀과 만나는 것은 당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시드배정을 받았는데도 결국 강팀과 한조가 됐다.그러나 홈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 다른 어느 대회 보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1라운드 통과 가능성을 수치로 전망해 보면.
60% 이상으로 본다.
―밖에서 본 대표팀의 문제점은.
합숙기간이 너무 길고 상대적으로 휴식기간이 짧다.결정력 부족,풀레이메이커 부재 등은 각자의 집중력을 높이고,각자의 팀내 역할을 확실히 해낸다면 해결될 것이다.
―90년 이후 가장 긴기간 대표팀에서 빠져 있었다.섭섭하지 않았나.
그렇지 않았다.(대표팀에서)불러도 응할 수 없을 정도로 컨디션이 떨어져있었다.다만 베스트 컨디션이 아닐 때 이런 저런 평가를 받게 된데 대해서는 솔직히 섭섭했다.
―맡고 싶은 포지션은.
리베로가 편한 건 사실이다.감독의 결정에 따르겠다.
―최근들어 A매치가 더욱 더 격렬하게 펼쳐지고 있다.풀타임 출장이 가능한가.
사실 지난해에는 대륙간컵대회까지 숨돌릴 틈없이 경기를 했다.지칠대로지쳐 있었다.이제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체력적으로 문제없다.
―지난해 대륙간컵 대회에서도 나타났지만 프리킥 찬스때 키커로 나서지 않고 있는데.
어느 때 부터인지 그렇게 됐다.체력이 떨어져서라든지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대표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이 기용되고 있다.특별히 눈에 띄는 선수는. 송종국이다.능력있고 발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드리블과 볼 컨트롤이 뛰어나다.
―플레이메이커 부재 문제를 풀어줄 선수로 고종수 윤정환이 꼽히고 있다.두 선수에 대한 견해는.
대표팀은 문자 그대로 국가를 대표하는 수준의 선수들을 모아 놓아야 한다.그런 면에서 두선수는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다.시기가 언제이든 합류했으면 좋겠다.
―외국인선수를 귀화시켜 대표팀에 기용하는 방안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실력있는 선수로 팀전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있다.외국생활을 하면서 직접 느낀 문제점이다.
―일본은 로페스 라모스 등 귀화 사례가 있지 않은가.
그들은 모두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상태에서 귀화했고,대표팀에 뽑혔다.
―대륙간컵 대회까지,그리고 20일 따로 부름을 받았을 때 히딩크감독이특별히 당부하거나 지시한 내용은 없었는지.
지난해 초반에는 히딩크감독도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그래서인지 특별한 이야기를 들은 게 없다.20일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억측일 수 있으나 대표팀내에서 위상으로 봐 히딩크 감독이 팀 통제력을 발휘하기 위해 장기간 대표팀에서 빼 놓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럴 이유가 특별히 없다고 본다.앞서 이야기 했듯이 (대표팀에서)불러도나설 수 없을 정도의 컨디션이었다.
―일본에서 4시즌반동안 활동하면서 느낀 한국축구의 현주소는.
국내리그와 J리그는 분명히 수준차가 있다.J리그는 선수층도 두껍고 축구환경도 좋다.그러나 선수 역량에서 우리가 크게 뒤지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따라 잡을 수 있다.우수선수들을 잘 관리하고 리그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만 갖춰지면 가능한 일로 본다.
―은퇴 시기,은퇴후 활동 등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됐는데.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일단 운동을 마치면 영어 등 공부를 하고 싶다.지도자든 행정가든 공부를 해놓아야 할 것 같다.
홍명보의 얼굴은 밝았다.이른 아침이었지만 목소리에도 힘이 넘쳤다.다시출발선에 선 선참의 모습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많은 이들이 겨울을 보내고 봄을 기대하듯 그도 벌써부터 3월을 기다리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