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수다가 있는 풍경 내번째 전시회를 마련했습니다.
일시: 2010. 4월 21. 수요일 ~ 4월 27일까지.
장소: 인사동 경인 미술관
오프닝: 4월 21일 (수요일) 오후 4시 ~ 오후 7시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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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하는날
연꽃차 시연회와 다과를 준비 합니다.
오셔서 함께 해 주세요.
잠시 눈을 감고
안개 자욱하던 가양대교를 생각해 봅니다.
동 트기전 노을공원엘 올라
노을마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대교는
해무에 쌓여 신음소리를 뱉어냅니다.
둥기 당기 덩기 당기~!
해무로 인해
거문고 인 놈이 춤을 추면
칼 쓴 놈도 춤을 춘다고 했듯이
안개도 따라서 술대를 잡아 줄을 튕겨 연주하듯
다리 위에서 흐느적거립니다.
안개 방울이 絃을 지어 제각각 말이지요.
안개속에서 바늘을 집어 올립니다.
안개에 젖은 바늘에서
둔탁한 듯 하면서도
무게가 느껴지는 저음의
거문고 소리가 나지요.
새벽 잠에서 바늘을 깨웁니다.
바늘...
참 의젓하기도 합니다.
아니 의젓하다면 아니되고
내 품으로 밀고 드는 소리는
감히 내가 범접 할 수 없는 품위와
내 가슴속 깊히 잡히지 않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만 하며
묻어 둬야 하는 아픔의 소리도
함께 동반합니다.
앞을 분간 할 수 없는 안개 속에서
바늘 소리를 청해
모든 소음과 잡념을 버리고
바늘이 내게 전하는 소리에만 집착을 합니다.
명주와 지누사의 합방에서 뱉어내는 소리에
마음을 말갛게 헹구고 나면
그때 다시 갓 맑고 수줍은 듯
가야금 소리가 흐릅니다.
까투리 날개 짓이 아닌
이제 갖 장끼로 성숙한 앳된 깃 털 같은...
원하지 않아도
바늘을 타던 손끝에서
심장으로 전해져 오는 현의
맥박 소릴 들으려고 내 몸이 공명관이 되어
바늘 밑에 누워 봅니다
아~!
이 소리.
심장이 와르르 부서지는 소리...
작은 12현(12번의 바늘) 소리는
잠시 손끝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소리를 음미함이 그 깊이를 더하며,
뒤돌아선 마음자락에선 미소로움을 느끼지만
9현(9번)의 지누사 바늘에선
그 소리 따라 마음자락도 너울너울 넘실대니
뒤돌아 설 틈을 주질 않습니다.
바로 앞에 앉아 미소을 지어줘야
바늘이 만족을 하지요.
우리가 12번이라 해서 가장 가늘고 고운 바늘은
해금의 맑은 하이톤이지만
마음을 열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소릴 품고 있습니다.
뒤돌아 설 틈을 주질 않고
마음을 앞으로 끌어당깁니다.
소리를 사유 할 수 없을거라 할지 모르지만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가득 소리들을 품고 있는데
어찌 사유가 아니된다 하겠어요?
이른 새벽 대금 소릴 청해듣고 바늘을 잡으면
금방 눈시울이 더워지고
가슴이 파르르 요동을 치다가도
독에 가득 담긴 새 물처럼 잠잠해 집니다.
그리고 마음의 깊이가 끝간 줄 모르고 깊어져
자꾸만 그 깊은 곳에 두레박을 내려
물을 길어 올리듯 마음을 추스리게 됩니다.
쉼 없이 바느질을 하면서...
가장 깊고, 아름답고
심금을 울린 소리가 있다면,
오래 전 보내야 했을 님이 있었다면
이른 새벽
대금소리나 바느질은 치유의 몫이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오래전 묵은 아픈 그리움까지 끌어올려
가슴 저 밑바닥에 남아있던
눈물 한 방울까지도 모두 긁어 내버린 그런 소릴
뱉어 내니까요.
***
한 땀에서 한 땀으로 가는길이
한 땀을 깁지 않고 다음 한 땀을 갈 수 없듯
우리 인생길과 다를게 없는 바느질을
함께 하게된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복희
첫댓글 옛멋님께서 하시는 일을 어렴풋이 짐작합니다.
전시회 친구와 함께 가렵니다.
산만 알았지 바늘귀는 꿰어 본 지 오래인 제가 보면 뭘 알겠습니까만
그래도 옛멋님의 작품을 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