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을 키우다 보면 가끔씩 흐뭇할 때가 있다.
애들이 타고난 능력은 부족할지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때다.
어제 성신여대 학군단(ROTC) 창단식이 있었다.
그 학교 개교 75주년이었다.
금녀의 성역으로 알았던 장교 후보생(ROTC) 제도가 이젠 여대에도 생기고 있다.
작년에 숙대에 이어 금년엔 2번째로 성신여대에 신설되었다.
육사, 해사, 공사가 더 이상 남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듯, 학군단도 시대의 조류를 쫓아 여성들에게 문호가 활짝 열리고 있다.
내 딸이 그 학교의 장교 후보생 1기로 선발되어 한 달쯤 전에 기숙사로 들어갔었다.
1기생 모집 경쟁률이 7 : 1이라 심리적인 압박감을 많이 받기도 했다.
마음은 굴뚝 같은데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며 혼자서 이따금씩 울기도 했었다.
어제 창단식에 가보니 비로소 함박 웃음을 짓고 있었다.
능력은 부족하지만 늘 긍정적인 마인드와 'CAN DO SPRIT'으로 뜨겁게 부딪치고 도전했던 결과였다.
나와 아내는 부모로서 흐뭇하고 감사했다.
자랑할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감출 일도 아니었다.
장교 후보생 1기들.
30명으로 구성된 젊은이들은 시종일관 당당하고 씩씩했다.
지, 덕, 체, 노를 두루 겸비한 예쁜 아이들이었다.
내 딸, 네 딸을 떠나 모두가 다 내 자식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를 이끌며 훈육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 힘든 점들도 많을 것이다.
엄격한 훈련에 때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를 것이며 유격이나 행군 시에 부상을 당할 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금녀의 세계였던 까닭에 초기 자리매김에 유달리 힘들고 곤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 '씨익' 웃어주기를 바란다.
인생은, 그 자체로 곧게 뻗은 신작로가 아님을 아이들도 잘 알게 될 것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적극적인 자세와 감사하는 마음, 겸손한 태도로 이 세상과 뜨겁게 부대껴 주기를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30명 모두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1부 행사인 '창단식'을 마치고 자리를 이동해 2부 행사를 진행했다.
한층 분위기가 부드럽고 화기애애한 식후 행사였다.
간단한 다과에 음료, 와인으로 젊은이들의 앞날을 축복해 주는 시간이었다.
밝은 에너지가 넘쳤다.
웃음과 격려가 끊이지 않았다.
훈훈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2부 첫 순서는 축하떡 컷팅이었다.
네 명이 큰 나이프를 함께 붙잡고 떡을 잘랐다.
사진 왼쪽부터 성신여대 초대 학군단장인 구덕관 중령.
성신여대 총장이신 심화진 총장님.
장교후보생 대표인 현진솔 중대장.
대한민국 ROTC 총 책임자인 학생 군사학교 교장 김한선 소장님이었다.
여러 내빈과 하객들의 큰 박수 속에서 그렇게 2부가 시작되었다.
역대 국방부 장관을 지냈던 낯익은 장관님들도 다수 오셨다.
국회의원들, 대한민국 ROTC 중앙회 임원진들, 서울시내 다수의 학군단장들과 학생들, 주한미군 장성들, 현역 군인들, 학부모들까지 천여 명이 자리를 빛내주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겨운 시간이었고 젊음의 에너지가 넘쳤다.
많은 별들 속에서 유달리 체격이 작은 총장님과 이제 갓 베레모를 쓴 내 딸이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
모두가 와인으로 건배하며 역대 국방부 장관들의 축하 얘기를 듣기도 했다.
가끔씩 폭소도 터졌고 힘찬 건배사도 이어졌다.
출정식 같았다.
야무지고 당당한 장이었다.
모든 행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나는 마음 속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도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자신의 조국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이 관념적이거나 생각속에 머무는 사랑이 아니라 온 심신을 다해 뜨겁게 헌신하는 사랑이 되기를 기원했다.
나도 청년기 때 해병대 특수부대에서 청춘을 옹골지게 불살랐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 체험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 지를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후보생들에게 투철한 국가관과 조국에 대한 사랑이 그들의 심장에 선명하게 각인되기를 기도했다.
누군가를 통솔한다는 것.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리드하며 본을 보인다는 것.
언제 어느 곳에서나 솔선수범 하면서 자신만의 철학과 신체를 반듯하고 강하게 갈고 닦는 다는 것.
이것도 매우 값진 저들만의 수행이자 배움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점에서 장교가 되겠다는 도전과 기회는 하늘이 주신 출복일 터였다.
한 번 더 인내하며 혹독함 속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위해 웃어줄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진솔이가 바로 그런 몸과 마음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당당하게 엮어가기를 기도했다.
능력이 출중하지 않더라도 늘 낮은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장교, 그런 겸손과 섬김이 몸에 밴 리더가 되기를 소망했다.
또한 저 30명의 후보생들로 인해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 질 수 있기를 기원했다.
날씨는 다소 추었다.
하지만 당당한 장교 후보생들의 눈빛은 빛났고 그들의 함성은 뜨거웠다.
신의 가호가 늘 함께 하기를 빈다.
"예비 장교들, 힘내라. 파이팅"
( 2012학년도 성신여대 신입생 모집광고 모델 / 12월 12일 / 조선일보 )
첫댓글 대단한 일을해냈군요, 축하합니다
와! 진솔이가 중대장이군요. 이자리가 희생도필요하고 책임감이요구되는 동기의 리더자리이지요. 정말 자랑스럽다 진솔아!^^
진솔이의 밝고 힘찬 미래를 기원합니다.
파이팅!!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래전에 저희 애들과 함께 장애우들 눈썰매 태워주던 그 예쁜 아이가 이렇게 훌륭하게...
기욱님부부의 훌륭하신 인품을 자재분들이 고스란이 물려받으신것같아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