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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thepin.ch/entertainment/m45n/women-in-esports
한국, 오 한국. 월드컵에서는 본선 진출 여부를 가지고 마음을 졸이고 올림픽에서는 효자 종목들을 쥐어짤 뿐이지만, e-Sports 세계에서는 조상님의 나라와 같은 곳.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최초로 생겨나고,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이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으며, 국내 리그로는 모자라서 해외 리그도 모조리 석권해 버리는 곳. 하지만 그 모든 게이머들은 남성이어야만 하는 곳.
블리자드의 신작 FPS 게임 가 발매되고 나서 의 프로 리그를 노리는 팀들이 생겨났다. 한국은 역시 발이 빨랐다. 프로 지향팀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이를 겨냥한 준 프로급의 대회 역시 방송국/개인 명의로 여럿 열렸다. 그리고 한 여성 게이머는 그 대회에서 실력이 너무 좋은 탓에 고통스러운 비난과 검증의 시간을 거쳐야만 했다.
‘자리야로 저렇게 잘 할리가 없다’
문제의 경기는 중국의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넷이즈 CC(Netease CC)에서 주최, 주관하는 오버워치 넥서스컵 예선전이었다. UW Artisan과 Diziness의 경기 중, 자리야를 플레이한 게구리 선수(UW Artisan)의 플레이를 상대 선수들이 문제 삼은 것이다. 그들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자리야로 이렇게 딜을 잘 넣을 리가 없다. 경기 리플레이를 돌려 봤는데,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이 부정확해 핵이 의심된다.'
알렉산드라 자리야노바, 일명 '자리야'. 블리자드 제공
자리야의 역할은 돌격, 스킬은 입자포와 입자 방벽, 방벽 씌우기, 그리고 중력자탄. 컨트롤이 꽤 까다로워 난이도가 상당한 영웅이다. 그 자리야로 게구리 선수는 게임의 판도를 바꿔 놓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핵’은 게임 내의 플레이를 도와주는 비공식 프로그램들을 일컫는다. 여기서 상대팀은 게구리 선수가 에임핵, 즉 FPS 게임에서 타겟의 조준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함께 구동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물론, 비교적 큰 상금이 걸려 있는데다 향후 프로팀 진출에도 큰 영향을 끼칠 규모의 대회에서 상대방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그들의 함의와 그것을 너무나 잘 읽어버린 팬들이었다.
'역시 여성 프로게이머는 이래서 안 돼'
경기 다음날,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인벤에 한 유저가 게구리 선수의 핵 사용이 의심된다는 글을 올렸고 논란은 불길처럼 번졌다. 게구리 선수가 속한 팀 UW Artisan 측은 이를 해명하기 위해 블리자드 측에 경기의 로그를 통째로 보냈다. 블리자드사의 답변이 돌아오기까지는 3일이 걸렸다. 공식 답변은 ‘불법 프로그램 사용이 아니고,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3일 동안 이미 게구리 선수는 핵을 사용한 비매너 프로게이머로 확정돼 거센 비난을 받았다.
비난 뿐이랴. 자칭 40대 중반 아저씨 팬에게 편지를 가장한 꾸지람도 들었다. 인벤 자유게시판 글 캡쳐.
유저들의 ‘확신’이 그렇게 빨랐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핵 혹은 불법 프로그램 사용 의혹이 불거졌던 프로/준프로 게이머는 많았다. 현재 진행형인 논란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준프로 게이머들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거나, 유명 방송 BJ로 인기를 누렸다. 팬들은 그들의 핵 사용 의혹이 불거졌을 때 스스로가 해명할 기회를 주었고, 해명이 석연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네임드'의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성원을 보냈다.
핵 의혹이 불거진 다른 선수들과 게구리 선수가 다른 점은 딱 하나, 게구리 선수의 젠더다. 게구리 선수는 '여자 고등학생'이다.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준-프로게이머도, 커뮤니티 유저도, 이를 지켜보던 오버워치 팬들도 모두 공유하는 정서 딱 한 가지.
‘여자가 그렇게 게임을 잘 할 리 없다'.
심지어 의혹은 제기한 Diziness 팀 선수 중 한 명은 " 만약 저희 쪽 스폰이나 이런 데 문제가 생기면 저 농담 아니고 게구리 집 앞에 칼 들고 찾아갈지도 몰라요"라고 발언함으로써 '만만한 여자 프로게이머 선수'에게 할 수 있는 막말의 수위를 보여 주기도 했다. Diziness 팀 선수의 발언을 시작으로 게구리 선수를 향해 온갖 모욕적인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단지 그의 게임 실력이나 경력에 대한 비난만이 아니었다. 그의 얼굴, 몸매, 생김새와 성별에 관한 성희롱이 게임 커뮤니티에 넘실댔다
‘프로’의 리그에 들 만큼 실력이 좋아도 여성 프로게이머들은 '프로'가 되지 못했다. 그들은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여성’이었을 뿐이다. 이후 국내에서 도 E-sports 리그가 활성화되면서 각종 여성 리그와 팀이 생겼지만, 여전히 ‘2부 리그', ‘이벤트 리그', ‘마이너 리그'의 취급을 받았을 뿐이다.
최초로 전원 여성인 리그 오브 레전드 팀 'MVP Ladies'가 2014년에 만들어졌으나 구단은 각종 대리 게임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채 팀을 방치했다. 남성 프로게이머 선수들의 대리 게임 의혹, 인성 관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구단 프런트에서 적극적인 해명 혹은 조치를 취한 것과는 너무나 상이한 대처였다.
1부 리그가 아니더라도 2부 리그, 온라인 대회에 나온 비-여성 프로게이머들에게 사람들은 열광하고, 응원하며 e-Sports 매체들은 경기에 대한 분석을 위주로 기사를 작성한다. 하지만 리그의 ‘격’, 플레이어의 실력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여성 프로게이머들은 언제 어디서든 외모, 다리 굵기, 애인의 존재 여부 등으로 평가를 당한다. 그들은 '게임을 잘 하는 예쁜 여자'라는 판타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 끊임없는 비난을 받는다.
이 짧은 블로그 글 한 개에 여성혐오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글쓴이는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이다.
중략
“잘하는 여자 게이머는 모두 대리 게이머다.”
현재 북미 프로 팀에서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코도코(최윤섭) 감독의 발언이다. 만큼이나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에서는 여러 명의 여성 랭커가 공개적으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여성 전용 대회 역시 개최된 바 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팬들은 여성 선수들의 실력을 검증하고, 핵이나 대리 게임 여부를 확인하기 바빴으며, 조그마한 의심의 조각이라도 발견됐을 때 이들을 매도하기 바빴다.
여성혐오 질서 속에서 여성 프로게이머로 살기
게구리 선수의 사건은 상징적이지만 새롭지는 않다. 상징적인 것은 2016년에도 여성 프로게이머는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고, 새롭지 않은 것은 여태까지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여자라는 핸디캡을 안고 e-Sports 리그에 등장해도 그들에게 부여된 것은 외모에 따른 칭호와 그들을 아이돌 취급하는 팬덤이었다. 프로의 칭호를 달아도 그들은 ‘여자 치고는 게임을 잘 하네ㅋ’에서 벗어날 수 가 없었던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선수인 서지수가 대표적인 경우다. 스타크래프트 여성 게이머 중 가장 오래 현역으로 활동하고 2012년 은퇴선언을 한 그의 인터뷰 내용이다.
“프로게이머 시절 그 누구에게도 먼저 인사를 걸거나 말을 걸어본 적이 없습니다. 내성적이기도 했고 남성 게이머에게 먼저 말을 걸면 어떤 소문이 날지 모르기 때문에 죽은 사람처럼 지냈습니다.”
그렇게 "수녀처럼" 몸을 사려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서지수에게는 항상 ‘꼬리친다’, ‘공주다’, ‘화장하고 꾸미느라 연습을 게을리 한다’ 등의 악의적인 소문이 따라 붙었다. 그가 은퇴하고 나서 다른 커리어를 시작한 후에도 사람들은 ‘전직 여제’ 혹은 ‘얼짱 게이머’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고 누구의 소유물이 되었는지를 궁금해 했다. 은퇴 이후, 언론에서 서지수의 소식을 다룬 것은 그가 몇 살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전할 때 뿐이었다.
'LoL 레이디스 리그'에서 여성팀 'MVP Pure'의 우승 소식을 알리는 기사의 댓글들. 인벤 캡쳐
잠시 생각해 보라. 의 팬들이 페이커 선수의 외모를 가지고 한 번이라도 비난한 적이 있었는지. 누가 그에게 '게임은 참 잘하는데 멸치처럼 비쩍 마른 데다 피부도 엉망이어서 참 아깝네' 따위의 비난을 한 적 있는지. 남성 프로게이머들이 데뷔 후 살이 찌면 E-sports 리그 캐스터들은 "요즘 합숙하면서 열심히 연습만 하더니 살이 좀 쪘다더라"고 비호해 주고, 살이 빠지면 "연습을 열심히 해서 / 연습을 하면서 외모 관리도 열심히 해서" 살이 빠졌다고 칭찬해 준다. 외모에 변화가 없는 선수들은 아예 외모 코멘트의 대상에서 벗어난다.
여성 게이머는 ‘여신' ‘여제' ‘미녀 게이머' 거나, 기자 본인이 판단하기에 그런 호칭을 붙일 수 없는 외모라면 ‘실력파'로 불린다. 남성 프로게이머 출신들이 프로게이머로써의 전적을 내세워 다른 프로게이머 구단의 감독이나 해설자, 심지어 예능인으로 방송 진출까지 하는 데 비해 여성 프로게이머들은 이후에 결혼을 했다더라, ‘쇼핑몰 사업을 한다더라' 등의 카더라 소식만 전해진다.
전문 링크로
첫댓글 짜증난다...
옵치하면서 만난 고티어들은 게구리선수 플레이
일단 까고보더라ㅎ...그냥 여자라 싫은거라고 말해
ㅋㅋ극혐 알지도 못했는데 저뒤로 게구리맘됐다. 왜 캬읍읍은 잘 활동하고 게구리는 의심인데도 저렇게 욕을 먹어야 했지 그리고 해명방송하니까 고작 한다는게 외모비하 인간들 그렇게 살지마라 서연이 꽃길만 걸어
그리고
저실력에 얼굴이 조금 더 이뻣다면 슈퍼스타 가능했을텐데..
이딴 댓글이 칭찬으로 보이냐 대가리는 폼이야?? 존나댕청하고 수준낮고 무례하고 상대할가치가없어
@이호종 ㅁㅈ 이런 댓 진짜 많더라ㅎ 살빼면 더 인기많을거라는 둥ㅋㅋㅋㅋ 페이커한테 얼굴 몸매 어쩌고 하는 글은 한번도 못봤는데 말이지
남자들은 왜 여자가 지들보다잘하면 부들거리지;ㅋㅋㅋ
서든할때도 ㅋㅋㅋ내 닉이 내이름이라서 누가봐도여잔거아는데 존나 시비털어 ㅋㅋㅋ여자가왜개돌을해~이러면서 성희롱오짐ㅋㅋㅋㅋㅋ
여자게이머들 외모평가는 도대체 왜하는거...ㅋㅋㅋㅋ
오버워치 방송 자주보는데
남자 프로게이머들 외모 할말하않^^
게임계가 제일 심한 거 같아 캐릭터 디자인부터 실제 게임에서 여성유저한테 하는 거나 이런 이스포츠에서 얘기나..
진짜 할많하않.. 왜 게임을 남자들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지 노이해;
당연하게 따라오는 형님용어 ㅇㅅㅇ 잘하면 여자일 수도 잇다고 1도 생각안함;; 남자한테 발리면 행님이라고 빨아야하는 거고 여자한테 발리면 수치스러워하는 한남근성
더러운새끼들. 여자한테 지면 인정 못하지?
진짜 개빡쳐 내가 성별까지 숨기면서 해야하나 싶음
좆같아 진짜;;
아 진짜 극혐이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