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백운규, 기관장 13명 사퇴 압박”…文정부 본격 수사 가능성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백운규 前장관 구속영장
檢 “산하 기관장 13명 사표 강요 혐의”
野 “文정부 겨냥 정치보복 신호탄” 반발
문재인 정부 초기 임기가 남은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13일 청구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이날 “산업부 인사권 남용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2019년 1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백 전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한 지 3년 5개월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초대 산업부 장관으로 취임한 백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업부 산하 13개 공공기관장에게 사표를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후임 산하 기관장에 특정 인물을 앉히도록 부당 지원하고, 다른 산하 기관에선 후임 기관장 임명 전 시행한 인사를 취소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급 인사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정치보복의 신호탄”이라며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보복 수사의 칼날을 온몸을 던져서라도 막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백 전 장관 구속영장실질심사는 15일 오전 10시 반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白 前장관 영장
후임기관장 인선에 부당 개입하고, 이미 시행된 인사 취소시킨 의혹도
피의자 출석조사 나흘 만에 영장… 白, 혐의 부인… 내일 영장 심사
“기관장 사퇴 종용때 靑 언급” 진술… 조현옥 前수석 등 윗선 수사 주목
검찰이 13일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를 신호탄으로 문재인 정부를 대상으로 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일단 15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백 전 장관 구속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만약 이날 백 전 장관이 구속될 경우 이번 수사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윗선 수사’로 급속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사직서 강요 외에 두 혐의 추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백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3가지 혐의를 적시했다. △임기가 남은 산하 기관장 13명에게 사직서 요구 △A 산하 기관 후임 기관장 임명을 위한 부당 지원 △B 산하 기관장이 후임 기관장 임명 전 시행한 내부 인사 취소 지시 등이다. 백 전 장관이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했다는 2019년 1월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고발 내용 외에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특히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B 기관장은 2017년 말 사표 제출을 종용받은 뒤 산업부 관계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부 간부를 대상으로 내부 인사를 단행했다가 이를 취소하라는 지시를 받고 결국 인사를 원래대로 돌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은 자택과 한양대 연구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난달 19일 기자들과 만나 “항상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업무를 처리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9일 14시간 동안 백 전 장관을 조사하고 4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를 두고 압수수색 등을 통해 백 전 장관이 산하 기관장 교체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물증과 진술 등을 충분히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백 전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추가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백 전 장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재판 공소장에도 혐의 관련 내용이 일부 나온다. 공소장에는 백 전 장관이 산업부 직원들에게 “탈원전 반대 인사 등 신정부 국정철학과 함께 갈 수 없는 인물 등에 해당하는지 분류하고, 문제 있는 인사 퇴출 방안을 검토하라” “사장 이사 감사 등 인사와 관련해 한나라당 출신, 탈원전 반대 인사, 비리 연루자는 빨리 교체해야 한다”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청와대 윗선 수사 주목
검찰이 한 공공 기관장으로부터 “사퇴 종용 과정에서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실이 언급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만간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팀은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의 윗선인 조현옥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려 했다. 하지만 2019년 4월 법원이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을 “피의 사실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면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검찰은 일단 백 전 장관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도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만큼 관련 수사가 다각도로 진행되다 보면 ‘윗선’ 관련 진술이나 증거가 나오며 새 국면이 열릴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국민의힘이 4월 문재인 정부 초기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인사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혐의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유채연 기자, 허동준 기자, 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