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제주도에서 날아와 수안보에 와 있다. 몇 시간 전 제주도에 있었던 일 땜에 심란해서 몇잔 마신 술에 좀 취한 상태다. 그래서 감정 조절이 잘 안된다. 특히 아래 친구들의 정겨운 글을 두고 분위기상 망설이다가 다른 사람이 겪을 경우 갖게 될 답답한 심정 땜에 올려 본다.
2박3일간의 제주도 세미나를 잘 마치고 마지막날 마라도 투어를 마치고 급하게 비행기를 타기 위해 렌트한 미니버스를 탔다. 거의 제트기 수준이다. 시간이 없다고 기사는 툴툴 거린다. 그 와중에도 일행 중 한 사람이 귤을 좀 사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비행기 시간 늦다고 열받아 하던 기사는 갑자기 신나게 어디론가 달렸고 우린 어느 농수산물 매장에 내리게 되었다.
파블로스의 쥐처럼 영문 없이 나도 감귤 한 상자 사고 싶었다. 마침 후배가 감귤을 사려고 흥정 중이기에 그 값에 하나 더 사라고 대금을 주었다. 그리고 난 감귤 한 박스를 들고 나왔다. 그때 쥔 아줌마가 소리치기를 "저 아저씨 돈 주고 가세요" 했다. 그래서 난 지불했다고 했다. 돈 받지 못했단다.
후배에게 지불했느냐고 하니 분명히 했다고 한다. 그러나 쥔 아줌마는 돈 받지 않았다고 악다구니까지 한다. 나도 열 받았다. 화를 냈더니 이번에는 내 후배가 돈을 다 내지 않았다고 시비를 건다. 그래도 난 최소한 체면을 아는 선생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런데 난 체면을 무릅쓰고 큰 소리로 따졌다. 상대는 더 큰 소리로 돈도 내지 않고 물건 가져 간다고 하니... 많은 제자들 후배들 보는데서 망신(?)을 당하였고 결국 나는 돌아버릴 지경이 되었다.
돈이 문제가 이니었다. 참 억울했다. 돈을 뺏기고도 비행기 시간때문에 미친년 널 뛰듯 팔팔 뛰며 소리만 지르다가 하는 수 없이 공항버스를 타야만 했다. 더구나 내일 강의도 있는데, 목만 쉬어 버렸다. 속상하다. 그런데 지금와서 막상 심란스러운 것은 돈 몇푼 잃어 버린 것이 아니라 대범하게 그까짓 돈 몇푼...하면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 못하였던 것 때문이다.
옆에서 지켜 본 사람들은 교수란 놈이 그까짓 밀감 한상자 땜에 소리 깩꽥 지르다니...수양이 덜 된 놈이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에 오늘 밤 맘이 괴로워 이 깊은 밤 이 글을 올린다. 참 심란스럽다. 그래도 난 담에 또 이런 일 다시 생기면 비행기 시간 포기하고라도 끝까지 싸우고 싶은데... 친구들은 이럴 때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 궁금하다.
첫댓글 성록아 열받지 마라. 내 같으면 그냥 돈 주고 온다. 도둑놈 소리 들어도 내가 안그랬으면 그만이지......
마음 많이 상하셨구만요. 새벽 4시 글올리시고 잠 못이루시니 이해 할것 같군요....그런데 살다보니 그런 경우가 가끔있더군요.......참 황당했어요.....그렇지만 파란마음으로 잘 다스려야죠 마음 푸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난 고등학교 2학년때 ...학교앞 가게에서 그랬었는데...그것도 맨날 얻어만 먹다가 모처럼 친구한테 사준다고 나갔는데...그래서 또 냈지머..얼만진 생각이 안나네..천원이었나 ㅋㅋㅋ...마음님...화 푸세요..이곳에다 풀었으니..조금은 후련하죠.......!
친구야 !여그서 화 풀어라 그래야 남은 강의 잘되지 않것냐?
성록이 올만이구만^^ 나 동근이다. 자네가 써주는 칼람 욜씸히 읊고 있다네^^헐헐....대단하이. 온라인 상에서나마 자주 만나세.늦게 인사 하네. 반갑네.^^
동근이 오랜 만이다. 사진으로 봤는데 금방 알아 보겠더라. 오래전 네 홈피도 들어가 보았다. 네 가족홈피 공개 해라....참 좋던데.
열 받고 이 글 올렸는데...후련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부끄럽다. 그러나 친구들 격려도 받고 덕분에 참 많이 배우게 되었으니 손해만은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