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여러가지 상황별 눈높이 대화 매뉴얼
대화를 위한 기본 원칙을 알아두었다 하더라도 당장 실전에 닥쳤을 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각각의 상황에 따른 매뉴얼을 익혀보자. 아이가 떼쓸 때,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버틸 때, 필요 없는 것을 사달라고 할 때 등 상황별 눈높이 대화법을 알아보았다.
01 불러도 잘 못 듣고 있을 때는 스킨십을 함께 쓰자 ’
엄마가 불러도 본체만체 시큰둥한 아이들이 참 많다. 아이들이 엄마의 말 한마디에 고분고분 잘 따라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아이들은 놀이를 할 때 완전히 몰입해버린다. 이럴 땐 멀리서 아이에게 말하지 말고, 아이 곁으로 다가가 팔을 잡거나 어깨를 두드리며 “준호야, 밥이 다 됐네~ 우리 밥 먹자”라고 말하는 편이 좋다. 특히 신체 접촉을 하면 반응이 훨씬 빠르게 나타난다.
02 아이가 나쁜 말을 할 때 화부터 내지 말아라
아이 입에서 험악한 말이 나오면 당황한 엄마는 지레 놀라 화부터 덜컥 낸다. “어디서 그런 나쁜 말을 배웠어?” 하며 아이를 나무라기 바쁘다. 하지만 사실 아이는 자기가 한 말의 뜻도, 그 말이 얼마나 나쁜지도 모른다. 오히려 어른인 엄마는 말의 뜻을 잘 알기 때문에 ‘아, 씨’라는 말이 너무 듣기 싫어 평소와 달리 격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럴 땐 “블록이 쓰러져서 속상했구나?’ 하고 먼저 아이의 기분에 공감해준다. 그러고 나서 그런데 ‘아, 씨’라는 말은 나쁜 말이야. 대신 “다른 말을 고민해볼까”하고 말한다.
보상과 관련된 잘못된 멘트 best 3
‘비싸서 안 돼’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아이가 물건을 사달라고 할 때 엄마들이 무심코 하는 대답이 바로 “비싸서 안 돼”다. 정말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쩔 때는 가격과는 상관없이 습관처럼 흘리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싸서 안 된다’라는 말 속에는 ‘값이 싸면 필요 없는 물건도 사줄 수 있다’는 의미가 알게 모르게 내포된 것. 이럴 때는 비싸서가 아니라 “저건 필요가 없어”라고 말해야 한다. 싸든 비싸든 가격에 상관없이 물건은 ‘필요’에 의해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도 알아야 한다.
엄마 말 잘 들으면 사 줄께 보상은 아이의 긍정적인 행동을 유도한다. 하지만 물질적인 보상만이 아이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네가 엄마 말을 들어 주니까, 엄마 기분이 참 좋구나’와 같은 칭찬의 말로 정서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3쪽 풀면 사탕 사주고, 5쪽 풀면 아이스크림도 사 줄게 보상을 흥정처럼 하고 있다. 아이는 앞으로도 행동 수정을 해야 할 때마다 항상 보상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03 아이 마음을 읽어주면 대화가 쉽게 풀린다
남편이 “우와, 저 차 진짜 멋지다! 나도 저런 차 갖고 싶다”라고 말할 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우리 차 아직 할부도 안 끝났거든”이라고 대답한다면 듣는 남편 입장에서는 싸움을 거는 걸로 느껴질 거다. 남편은 그저 ‘저 차가 멋지다’는 감탄을 했을 뿐. 이럴 때 100점짜리 응대는 “진짜, 멋지다! 우리도 저런 차 타고 놀러 가면 좋겠다”라는 공감의 말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갖고 싶은 인형을 사달라고 하는 마음 속에는 그 물건이 가지고 싶다는 뜻도 있지만 ‘관심이 있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기 전에 “그러게, 정말 멋진 인형이다”하고 공감해주는 게 먼저다. 아이가 바라는 것은 자신의 욕구를 인정받는 거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결 실망감을 덜게 된다.
04 꾸짖어야 할 때는 주어 선택에 주의를!
나무라고 혼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이가 아닌 ‘엄마’를 주어로 말해보자. ‘도대체 너는 누굴 닮아 그러니?’, ‘네가 그렇게 떠드니까 정말 정신을 못 차리겠다’ 처럼 ‘너’를 주어로 말하면 모든 잘못과 원인이 아이에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엄마’를 주어로 삼으면 엄마의 감정이 전달되며 거부감 없이 아이의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대화를 단절시키는 말, 말, 말! 경고&위협의 말 “안 돼, 위험해.” “당장 조용히 하지 않으면 오늘 간식은 없어.” “셋 셀 동안 멈춰. 하나 둘….” 이런 표현은 애초에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는 말이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노력이나 소통하고 싶은 여지가 없다. 엄마의 경고성 멘트를 들은 아이들은 대개 ‘시무룩함’ 또는 ‘반항’으로 의사 표현을 한다. 훈계&설교의 말 “착한 애는 그러면 안 돼.” “자, 인사해야 예의바른 어린이지.” 경고나 위협의 말 못지않게 나쁜 말이 훈계하는 말이다. 훈계의 말들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쌍방 대화로 이어지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지닌 말이 바로 훈계. 비난의 말 “하기 싫으면 관둬! 애초에 시키는 게 아니었다니까.” 어른도 다른 사람에게 비난을 받으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하물며 아이는 어떻겠는가. 창피를 주는 비난의 말은 아이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엄마가 비난할 때 아이들은 속상해하며 묵묵히 듣고 있을 뿐 제대로 목소리 내어 반박하지 못한다. 유아기 시절 부모-자식 관계에서 우위의 위치를 차지하는 쪽은 언제나 전적으로 엄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고 사춘기가 되면 그때부터는 엄마와 똑같이 목소리 높여 말한다. 비교의 말 “형이 돼가지고 왜 동생보다도 못하니?” 이런 식의 비교의 말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형답게’, ‘여자답게’가 아니라 ‘나답게’, ‘우리 아이답게’가 본질이란 사실을 잊지 말자. |
05 위험한 행동을 할 때는 금지의 경계를 분명히 알려준다
아이에게 경계를 그을 때는 무조건 금지만 하기보다는 허용과 허용되지 않는 범위에 대해 알려주고 아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게 효과적이다. 적당한 허용은 아이의 행동 동기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잔디밭에서는 뛰어놀아도 되지만 저기 물가에서는 안 돼” 하며 허용 범위를 일러주는 것이다. 더불어 무조건 금지의 말을 하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깨칠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난로가 뜨거우니 손을 대지 말라고 일러주는 동시에, 아이 손을 난로 근처로 갖다 대어 뜨거운 기운을 살짝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위험해, 만지지 마’ 대신 ‘거울은 만지면 깨질 수도 있어서 위험해’ 라고 구체적인 근거를 대며 말하는 것이 좋다.
06 억지를 부릴 때는 단호한 대화법이 피요하다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에는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아무리 그래도 엄마는 들어줄 수 없어. 그래야 너를 멋진 아이로 키울 수 있으니까”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말을 듣지 않으면 당장 그 시끄러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안 주는 것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다르다. 눈앞에서 떼쓰는 아이가 아니라 아이에게 감정 조절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못된 아이는 없다. 그저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있을 뿐이다.
07 사고 쳤을 때는 추궁하기보다 상황을 먼저 묻는다
아이의 거짓말은 아이들의 행동 발달과정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행동.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때, ‘거짓말이지? 그렇지?’ 추궁하듯 물어선 안 된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혼이 날까 두려워서다. 만약 그릇을 깼다면 ‘무슨 일이야, 네가 깬 거니?’하고 묻기보다, ‘사고가 있었나 보네? 괜찮니? 엄마한테 설명해 줄래’하고 부드럽게 물어본다.
비언어적인 표현도 언어의 일종이다
대화는 말로만 나누는 게 아니다. 미소 띤 얼굴로 이야기 하는 것, 때로는 부드럽게 안아주며 격려해주는 것 등 모든 바디 랭기지도 언어에 속한다. 칭찬할 때는 스킨십을 더하고, 야단을 쳐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단호하게 표정을 지어야 보이자. 특히 애착을 다지는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살을 많이 부비는 것이다. 메시지 전달효과가 높아진다.
08 칭찬의 말은 아이 스스로를 기준 삼아 표현한다
엄마들이 알게 모르게 자주 하는 대화 중 하나가 비교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비교는 아이에게 상처를 준다. 특히 다른 아이를 칭찬하면서 “너는 왜 그거밖에 안 되니?” 하는 말은 두고두고 상처로 남고 자신감을 떨어트린다. 반대로 남을 비난하는 것도 좋지 않다. ‘동생은 저만큼 밖에 못했는데, 너는 이렇게 많이 했네. 역시 최고야’와 같은 말은 아이를 자만하게 만들 뿐 아니라 상대방을 무시하게 만든다. 칭찬의 멘트는 상대방과의 비교가 아닌, 아이 스스로를 기준으로 두고 격려하는 습관을 들인다.
09 아이 입장에서 원인을 생각하는 대화법을 습관 들이자
대화 기술이란 말을 잘하는 것 외에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도 포함된다. 아이의 말에 귀기울이면 아이의 심리 상태도 잘 이해할 수 있고 대화도 훨씬 잘 풀린다. 예를 들어 아이가 무언가를 거부할 때는 아이 딴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식사 시간만 하더라도, 아이는 왜 제 시간에 밥을 먹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아이가 원치 않을 때 억지로 먹이면 오히려 식사 시간에 대한 거부감만 갖게 되고 매끼 식사 시간이 힘들어 질 것이다. 무조건 밥을 먹으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먼저 “왜 밥을 먹고 싶지 않은걸까?‘하고 질문을 던지자. 아이는 엄마가 강요하기 보다 자기 마음에 관심을 갖고 가져준다는 생각에 위로를 받게 된다. 더 놀고 싶어서, 혹은 배가 고프지 않아서 식사를 거부하는 거라면 과감히 밥상을 치우도록 한다. ‘어서, 한 입만 먹자’는 말 대신, ‘식탁을 치우자. 대신 과자는 안 되’하며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아이와의 힘겨루기 대화에서 승리하는 법
부모와 맞서고 반항하고자 하는 건 아이들의 본능이다. 부모에게 자기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과시하고 싶어서다. 아이와의 힘겨루기에 대화에서 승리하려면 다음의 원칙을 잊지 말자. 놀이로 접근해 보기 씻지 않겠다고 아이가 버팅기고 있다면, ‘안 돼! 지금 바로 씻어야지’하고 강압적인 자세를 보이는 대신, ‘우리 누가 더 깨끗하게 세수하는지 내기해 볼까’하며 부드럽게 접근해 볼 것. ‘자~ 엄마가 시간 재 본다’하면서 놀이하듯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끔은 아이의 예상을 뛰어넘기 아이가 양치질 하기 싫다고 우길 때, 대부분 엄마들은 아이에게 반드시 양치를 시켜야 습관을 제대로 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가끔씩은 아이의 예상을 뛰어넘어 보자. ‘그래~ 오늘 한 번만 건너띄자’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대신, 내일 아침에는 더 열심히 닦는거야’하고 대답한다. 제한된 선택 범주에서 고르게 한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지났는데도, TV를 보고 있다면 ‘당장 꺼’하고 명령조로 말하는 대신 꼭 끌어 안아주며 ‘끌 시간이 다 된 것 같은데?’하며 1차 경고를 한다. 그 다음에는 ‘우리 텔레비전 프로그램 5분만 더 볼까?’ 아니면 ‘내일 10분을 더 볼까?’하고 아이에게 제한된 범주 속에서 선택하게 한다. 어쨌거나 TV를 곧 끄고자 했던 부모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