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꾸로 보면 골프가 달라진다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Far and Sure)’는 골퍼의 영원한 꿈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함께 갖추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거리가 나면 방향성이 떨어지고, 방향성이 좋으면 거리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골퍼들은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어느 한 쪽을 선택하곤 한다. 장타를 즐기는 사람은 몇 개의 OB를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 장타는 못 치지만 정확성이 뛰어난 사람은 정교함으로 거리의 핸디캡을 커버할 수 있도록 연습한다.
^그러나 어느 한쪽만 선택하고 나머지 한쪽을 아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드라이버를 포기하기엔 그 장쾌한 맛이 생생하고, 그렇다고 드라이버에만 매달리기엔 정교한 아이언 샷의 짜릿함을 놓칠 수 없다.
^이런 고민은 발상을 바꿈으로써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장타가 특기이지만 바로 그 장타 때문에 스코어를 낮추지 못하는 골퍼라면 드라이버를 잡는 비율을 한 60%대로 낮추면 의외로 스코어 관리가 쉬워진다. 페어웨이가 넓지 않은 곳에서는 굳이 드라이버를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장타와 정확성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정확성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장타라면 3, 5번 우드나 아이언 샷도 거리가 나기 때문에 거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파3 홀을 제외하곤 모두 드라이버를 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유혹만 버리면 장타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
^반대로 거리보다 정확성에 자신이 있는 골퍼라면 페어웨이 우드의 활용빈도를 높이면 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동반자와 비슷한 번호의 아이언을 잡기보다는 쉽게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우드를 잡는 것이다. 요즘 아이언 5~7번을 대신할 수 있는 다루기 쉬운 페어웨이 우드 또는 유틸리티 등의 신병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확실히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음은 코스공략을 할 때 그린에서부터 거꾸로 생각해보는 것도 꽤 쓸모가 있다. 코스가 어떻든 간에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면 드라이버를 뽑아들고 멀리 보낼 작정부터 하는 게 보통인데 한번 거꾸로 생각해보자.
^가령 480야드 파5 홀이 있다고 치자. 통상 드라이버 거리가 220야드 정도 나가고, 100야드 정도의 피칭 샷에 자신이 있다면 먼저 그린에서 100야드를 빼보자.
^380야드가 남는데 드라이버 샷이 정상으로 맞았다면 160야드가 남는다. 그러면 220야드, 160야드, 100야드로 분리해 공략하면 된다. 굳이 우드로 세컨드 샷을 날려 어중간한 거리를 남겨 둘 필요가 없다.
^자신의 구질에 맞는 전략을 세우면 확실히 골프가 달라진다.
^골프사상 명저로 평가받는 『완전한 골퍼(Perfect Golfer)』의 저자 헨리 뉴턴 웨더렛이 아들 로저와 딸 조이스를 가르친 레슨방법은 상식을 뒤엎는 것이었다.
^그는 두 아이에게 샤프트가 짧은 퍼터를 건네주며 “이 클럽을 마음대로 쥐어라. 그 대신 한 시간 서있어도 지치지 않는 자세를 찾아내라”고 주문했다. 아이들은 처음 얼마동안 어려워했지만 마침내 편안하게 장시간 서있을 수 있는 자세를 찾아냈다. 며칠간 퍼터를 쥔 자세로 한 시간 이상 가만 서있게 했다. 그러면서 양손으로 스트로크를 하게 했다. “어딘가 무리가 있으면 10분도 서 있기가 괴롭다. 모든 샷은 퍼팅의 연장이며 기본에서 고통을 느끼는 자세를 취한다면 흔들림이 큰 다른 샷에서는 더욱 비뚤어지게 된다. 골프의 제1보는 퍼팅의 어드레스다. 아무리 서 있어도 지치지 않는 자세를 발견하는 것이 골퍼의 급선무다.” 웨더렛이 아이들에게 심어준 퍼팅에 대한 철학이다.
^4일째 비로소 볼을 치게 했는데 그것도 아이언이 아니라 1m 거리의 퍼팅이었다. 1m의 퍼팅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나서 거리를 늘렸다. 9살 난 딸이 “아빠 왜 다른 골퍼들처럼 드라이버나 아이언 연습은 안 해요?” 하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좋은 질문을 했다. 만약 네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골퍼가 됐다고 하자. 드라이버 샷은 항상 페어웨이 한 가운데, 다음 샷도 나무랄 데 없이 그린에 오른다. 그런데 퍼트만은 평균 두 타를 요하는 것이 골프다. 총 스트로크의 반이 퍼터로 치게 되기 때문에 그린을 제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골프는 퍼트의 게임이다.”
^롱 퍼팅까지 마스터한 뒤에는 칩 샷, 어프로치, 쇼트 아이언, 미들 아이언, 롱 아이언 순으로 옮긴 뒤 맨 나중에 드라이버를 잡게 했다.
^그는 아이들에 다양한 종류의 클럽을 연습할 때 이렇게 강조했다. “로프트가 있는 것뿐 타법은 퍼터와 같다. 로프트가 있는데도 볼을 올리려고 하면 실패한다. 높이는 클럽이 정하는 것,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전영 여자선수권 4승을 비롯, 28세로 은퇴할 때까지 9년간 38승 2패라는 대기록을 세운 조이스는 훗날 자서전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아버지는 항상 골프연습은 핀 가까이에서부터 시작하라. 향상의 비결은 이것 밖에 없다고 믿으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나는 퍼팅에 열중했고 그래서 지지 않는 골프를 익혔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 미들 아이언부터 다루다가 숏 아이언, 롱 아이언, 우드, 드라이버 순으로 익히고, 어느 정도 골프를 알게 되었을 때도 드라이버나 아이언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뿐 가장 중요한 퍼팅연습을 소홀히 하는 보통 골퍼들에게 헨리 뉴턴 웨더렛의 레슨은 일순간에 골프의 핵심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