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 보니 8화 게스트 배우들에 대해 많이들 물어보시네요.
먼저, 8화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맞는 아내, 오윤홍씨
영화 '강원도의 힘' 주인공이셨지요?
저는 독립영화 '뽀삐'에서 애견가로 나온 모습에 반해 드라마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때리는 남편, 서진씨.
낯익은 배운데, 이름이? 하고 궁금해하시는 분들, 오! 눈썰미 좋으세요.
이 분 예전 아역배우로 활동하신 분인데요, 서진이라는 예명으로 컴백하셨삼.
제가 어린이 일때 어린이 드라마 주인공하시던 분이에요. ㅎㅎㅎ
역쉬 그 공력, 그 기량, 어디가지 않지요?
포스넘치는 비서, 공정환씨.
김성민씨가 영화 '상사부일체'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인연으로 추천해준 배우에요.
한 달전, 8화를 구상하면서, 김성민씨에게 액션씬을 구상중인데,
살벌한 다찌마리(싸움) 장면을 같이 연기할만한 배우 누구 없을까?하고 물어봤죠.
(전 가능하면 액션씬은 친한 배우끼리 작업해야 퀄리티가 높게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때 추천받은 배우가 공정환입니다. 역쉬 용우샘의 눈썰미! 포스도 죽이고 얼굴선도 죽이지요?
첨 만난 배우에게 악역을 맡겨 미안하긴 하지만, 담엔 더 재미난 역할로... (혹 바보 역?)
2. 액션 연출
액션은 역시 김성민씨가 상사부일체에서 만난 임세호 감독님께 연출을 부탁드렸습니다.
이 분이 짜오신 합이, 워낙 리얼하고 또 콘티가 정확해서 거의 반나절 안에 액션 촬영을 마쳤지요.
리허설때 보니까 살벌하게 때리고 맞는 장면이...
카메라 감독에게 가서 속삭였죠. '우리 이거 엔지 내지말고 그냥 한번에 가자.'
뮤비스타일로 편집해서 리얼한 액션은 효과가 많이 줄었지만,
현장의 긴장감은 "Dr. Choi의 현장기록"에 가서 보시면 한층 더 제대로 느끼실수 있을거에요.
우연히 김성민님의 생일날 촬영하게 되었는데,
대역없이 맞는 장면을 찍게된 우리의 최샘.
생일빵 한번 제대로 하셨다는...
쓰러져서 짓밟히는 장면을 찍을때는
무술 감독님이 직접 '잠깐! 제가 할게요' 하시더니
친히 바지까지 갈아입고 (발만 나오니까) 들어가셔서 용우의 얼굴을 마구 밟아주시더군요.
드라마에서 주연 배우가 얼굴 맞는 장면은 보기 힘든데,
몸을 던져가며 연기해주는 배우와,
그 배우가 신뢰하는 무술감독님의 만남,
그 덕에 저예산 블록버스터 액션 느와르 스릴러(?), 한 장면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김성민님, 당신의 연기자로서의 근성에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3. 바라보기 뮤비
'바라보기' 뮤비로 꾸민 액션 장면과 건수/기남의 멜로 장면의 교차,
여기서 이진욱씨의 연기, 특히 한건수로서의 눈빛이 죽였지요?
강력한 삼각 애정 구도의 앞날을 예견하는,
그의 따뜻한 손길과 서늘한 눈빛.
이 여자가 두번 울게 하지는 않겠다...는 그의 각오가 보이는 표정이 죽였습니다.
현장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다, 건수의 눈빛에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이거 이거, 혼자서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오해마세요, 저 여자 좋아해요.-어째 대사가...?)
이 장면에서 울고있는 기남도 어찌나 이쁘던지.
카메라 감독님의 앵글도 좋았지만, 조명 연출도 참 좋았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이건 황명호 조명 감독이 자연채광을 기가 막히게 맞추어준 덕분입니다.
8화에서의 독특한 앵글이나 조명 연출이 궁금하신 분은
"영상스케치" 중에서 '빛의 마술사-BNA 최강 조명팀'을 만나보세요.
황명호 조명감독님이 들려주는 빛 이야기, 재밌다구요!
4. 엔딩
8화 이야기를 구상중일때 '매거진 t'와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보도자료 참고)
그때 강명석 기자님을 만나 8화 얘기를 하며 느와르로 만들고싶다고 얘기하면서
'근데 느와르라면 엔딩을 어떻게 가야할까요?'하고 물어봤지요.
강명석 기자님 왈, '느와르의 공식은, 마지막에는 주인공 모두가 지옥으로 간다... 아닌가요?'
하긴... 홍콩 느와르의 최고 걸작, 무간도를 살펴봐도,
엔딩에는 두 주인공 모두가 지옥으로 가지요, 죽어서 가는 지옥과 생지옥.
강명석 기자님의 얘기에 착안해 연출한 장면이 8화의 에필로그입니다.
중독에 걸린 사람들, 가학중독의 남편과 피학중독의 아내 (혹은 결혼 중독/명품 중독)
보톡스 중독에 빠진 용우, 초콜렛 중독의 서진(서진의 비밀은 11화에 밝혀집니다.)
그리고 끝으로 성형 중독의 늪으로 빠져드는 안주리까지...
모두가 어두운 암연의 나락 속으로 빠져듭니다.
엔딩에 쓰인 음악도 강명석 기자님이 선물해주신
Wyclef Jean의 Carnival Vol. II에서 Riot을 가져다 썼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강명석 기자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흠... 오늘도 말이 길어졌군요.
연출후기라기 보다는 한 편을 만드는데 도와주신 분들에 대한 Thanks to...
역쉬, 연출은 혼자 힘보다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해나가는 작업이에요,
생각해보면 세상 일이 다 그렇지 않을까요?
내가 비록 못나도,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할 수만 있어도 밥은 먹고 살 수 있다...
8부의 연출을 도와주신 모든 분들,
특히 멋진 카메라 앵글과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으로
환상적인 영상미를 이끌어내주신 전흥배 카메라 감독님께 감사드리며... 저는 물러갑니다.
첫댓글 스토리도 재밌지만 이렇게 뒷이야기가 더 재밌어요. 은근 끝나고 나면 후기 이야기 목빠지고 기다린다는..ㅋㅋ 피디님...아무래도 김성민씨랑 이진욱씨한테 푹 빠지신거 같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