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진해라는 도시를 이야기하면 해군과 벚꽃을 떠올릴 것이다.
일제 때부터 사실상 지금의 진해를 만들어준 해군사령부,
그리고 철길따라 핀 아름드리 벚꽃은 진해를 얘기할 때 빼놓을 래야 빼놓을 수가 없는 것들이다.
1955년에 무려 창원보다도 26년이나 빨리 시로 승격될 정도로 나름 비중있는 도시였지만,
초기에는 옆동네 마산에, 80년대 이후로는 창원에 점차 예속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겨주지는 못했다.
마산 창원이 급성장했던것과는 달리 몇 십년간 인구가 정체되고 별다른 산업도 들어오지 못하여,
2010년에 통합창원시가 출범하면서 진해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워낙 마산 창원에 모든 것이 예속되어 시외교통편이 썩 발달하지는 못하였다.
버스가 그를 대신해서 말해주고 있는데, 제대로 된 터미널도 없이 차고지 한켠에 조그만 건물을 덧댄 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골목 구석에 자리잡고 있어 찾아가기도 무척 어렵고 구간수요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선도 있다.
하지만 부산신항의 개발과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거제행 노선이 들어오는 등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곳.
그 폭풍 속의 전야로 잠깐 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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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시는 인구 17만명의 자그마한 소도시다.
하지만 인구가 적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볼 동네는 아니다.
해군사령부가 있는 군사도시이자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는 아름다운 꽃의 도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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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항과 진해로터리 사이로 조그마한 버스공영차고지가 마련되어 있다.
대운교통, 제일교통, 마창여객, (도산 전)시민버스 등 다양한 업체의 버스가 한번에 들어와 있었다.
차고지 어딜 가나 있을 법한 기사식당도 두세개 정도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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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차고지 바로 왼쪽에 산비탈을 살짝 깎아 만든 듯한 오래된 터미널이 있다.
그 이름도 거창한 '진해시외버스정류장'.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 황량한 주택가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눈으로 보고도 믿겨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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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사상을 잇는 동아여객 시외버스의 기점이자 본거지가 바로 여기다.
커다란 몸집을 자랑하는 초록색 버스 세 마리가 주차장 한 구석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다.
바로 뒤로는 제법 가파른 경사의 야트막한 야산이 있어,
도저히 도시의 터미널이라고 믿기 힘든 광경을 사방에서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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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간이차고지같은 느낌이 있어도 분명히 버스터미널이기는 하다.
낡은 2층짜리 꼬마건물에 주차장은 물론이요 기본적인 승차장까지 갖춰져 있는 제법 터미널다운 구실을 하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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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은 터미널에 버스가 제 집 드나들듯 기대하는 건 힘든 일.
행선지도 몇 개 되지 않고, 승차홈도 단 세 개에 불과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찾기가 힘들다.
승차장 너머 보이는 골목길 주택가와 어우러지는 것도 어디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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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장에서 바라본 주차장의 모습.
평범한 주차장에 관광버스만 잔뜩 들어와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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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이방 내부는 열명이나 채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좁다.
명절이나 요즘같은 휴가철에 버스 한 대 들어오면 그야말로 발 디딜 틈조차 없어질 것만 같다.
중앙부엔 아직도 몇 십년 전 난로가 그대로 놓여있고,
의자도 옛 의원에서나 볼 법한 길다란 나무의자에 TV도 무척 작고 오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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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한쪽 공간을 이용해서 조그만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워낙 자리가 좁아 상당수의 물품을 밖에 내놓고 있다.
매표소도 같이 겸하고 있는데 주로 부산방면 표를 파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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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사상행 시외버스는 진해터미널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주요 밥줄이었다.
신흥 버스회사 동아여객이 운행하고 있으며, 현재는 하루에 49회씩 운행(15~20분 간격)을 하고 있다.
진해시내 곳곳(중부시장, 경화시장, 이동, 덕산동, 풍호동, 시청, STX조선)을 훑는건 물론이고
중간의 웅천, 웅동까지 모두 들려 사실상 광역버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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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행과 동래-울산행도 덩달아 운행중이다. 모두 하루 두 번씩이고, 지금도 윗 시간표 그대로 운행한다.
이 때만 해도 부산, 진주, 울산 등 행선지가 단 세 개 뿐이었지만 갔다온 지 몇 달 뒤에 서울(남부)행 시외버스가 신설되어,
지금은 하루 12회[06:00, 07:30, 09:00, 10:00, 11:00, 12:30, 14:00, 15:30, 17:00, 18:30, 20:00, 23:00] 운행중이다.
서울행 뿐 아니라 거가대교를 경유하는 거제[고현]행 노선도 신설을 검토중에 있어,
조만간 운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10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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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 밑에는 옛날 부산지하철 노선도가 그대로 걸려있다.
왼쪽 껀 특별히 더 오래됐는데, 1·2호선만 나와있는걸로 봐서는 2002~2005년 중에 뽑은 노선인 것 같다.
하지만 불과 3~6년밖에 안 지났는데도 몇 십년은 지난 것 같은 강렬한 포스를 풍긴다.
오른쪽 노선도도 3호선까지 나온 비교적 최신이지만 올해 4호선이 개통되어 무용지물이 되었을 텐데, 지금도 붙어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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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구경을 마치고 진해역 쪽으로 걸어간다.
5분이나 걸어갔을까. 커다란 광장이 눈 앞에 들어온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주차된 차들만 한가득이지만 깔끔하게 정비된 넓직한 모습에 기가 죽는다.
조금 올라와서 다시 살펴보니 저만치 바다가 보이고 야트막한 산까지 눈에 밟힌다.
통합하면 지역 색채가 없어지고 상대적으로 큰 지역에 여러모로 흡수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진 것들은 부산신항의 개발, 조선소 건설, 터미널 노선의 확충 등 여러 호재들 뿐이다.
어찌 보면 지금의 엄청난 변화가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도 있겠지만,
모두 잊고 마음이 정화되는 평화로운 소식과 풍경을 가슴 가득히 싣고 멀리까지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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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버스 사진 몇 개를 같이 올려봅니다.
첫댓글 평소의 진해정류장은 너무나도 한가하군요. 벚꽃축제 때의 붐비는 모습과는 달리..
그 때면 서울행 임시차로 경전고속의 '아지트'가 되어버리는 진풍경도 연출됩니다. ㅎㅎ
벚꽃축제 때 붐비는 모습도 한 번 보고 싶네요. 저로서는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경전고속뿐만아니라 천일여객도 같이 동참하겠군요
군복무 시절 군항제를 세번 겪었습니다ㅎㅎ 저기 아니면 농협앞 간이정류장에서 동아여객 버스타고 하단역에서 내려서 지하철로 노포동으로 이동, 고속버스를 타고 집에 가곤 했지요. 옛날생각 나네요. 맥시멈님 벚꽃축제 붐비는 모습을 보시는 건 좋은데 군항제 가시려거든 어지간하면 아침일찍 둘러보시고 12시 이전에 진해에서 탈출(??)하시길 바랍니다. 벚꽃보다 사람이 더 많습니다^^;; 요즘은 길도 새로 뚫리고 해서 괜찮아졌을지 모르겠는데 저 군복무시절까지만 해도 마산부터 밀렸습니다ㅎㅎ
저때 경화역에도 들려 벚꽃나무 우거진걸 봐서 그런지 매년 봄마다 진해가 자꾸 생각나더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람에 치이는 꼴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_; 만약 여유가 생긴다고 해도 섣불리 가진 못할 것 같아요. ㅎㅎ
진해터미널....사실상 대도시 간이터미널이라해도 무방한정도로 소규모지만 아시다시피 해군장병들을 위해 남서울행을 개통을 했구요 이제는 고현행도 절찬리에 운행중이죠....사진속 시내버스사진중에 750번은 751번과 흡수 통합되어서 운행중이죠...창원대학쪽은 752번이 노선을 대폭변경해 750번부재를 매워주고있구요...도산전 시민버스50여대의 차량은 대운교통으로 편입되어...지금 절찬리에 운행중이죠...추억의 사진과 터미널 평가 잘보고갑니다...
최근 몇년동안 너무 많은 변화가 생겨서 이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시내버스에 관한 설명도 감사합니다. 시민버스가 그냥 파산한 줄 알았는데 차량은 다른 회사로 넘어갔었군요.. ㅎㅎ
@Maximum 구 시민버스가 구 마창진 (마산/창원)에서는 제일 큰 회사였는데, 임금체불이 심해지면서 파업이 잦았고, 전체 댓수의 절반은 구 시민버스 임직원들이 경주 금아 계열사의 마인버스가 새로 생긴 이후 한동안 시민버스도 운행했으나, 2차 부도를 막지 못하여 최종 부도, 2010년도~2011년도 초 사이에 마인버스에서 인수하려 했으나 시민버스 부채가 커서 결국, 구 마산 시민버스는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구 시민버스 일부 (50여대)는 대운교통에서 인수하게 되었고요.
현재 마창진에서 회사 사정이 안 좋은 곳이 마산 제일교통과 마창여객이 좀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마창여객은 2년 전에 일(폭우)이 가장 큰 타격이었고요.
@Maximum 제일교통의 경우, 파업이 심하였다고 합니다. 임금체불이 심해서 운행중단도 몇 번 있었고, 마창여객도 운행중단을 잠깐 한 적이 있었다고, 이야기가 나온 적 있었고요.
나머지 회사들은 잘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마창진 9사 전체 기준.)
진해 터미널은 시가지(농협진해중앙지점부근)에 위치하고 있다가 90년대 말 현 위치로 이전하였습니다. 10년이 조금 더 된 정도이기 때문에 오래되거나 낡은 터미널로는 보기에 좀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구터미널이 많이 낡기는 하였어도 도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또한 터미널이 이전한 뒤에도 구 터미널 부근 정류장에서 대부분의 승객들이 승하차 해왔습니다. 구터미널이 접근성과 이용률이 더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현 위치로 이전한 이유는 진해터미널은 터미널로의 기능보다는 차고지로서의 기능이 더욱 강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진해터미널이 비교적 최근에 이전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예전 터미널은 어떻게 생겼을지 많이 궁금하네요.
진해의 색다른 버스도색들을 구경 잘했습니다...떡칠도색이 지방으로 번져가지 않길 바래봅니다..
옆동네 부산이 워낙 도색이 잘 되어있으니 떡칠로 가지는 않겠죠...~_~
군인때 진해에서 근무 했어서 저 터미날 많이 이용했습니다. 그리운 풍경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