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산림] 염분 많은 간척지에서도 나무가 자란다
2023.02.23 14:17
● 빠르게 잘 자라는 나무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줄기나 가지와 같은 바이오매스 형태로 저장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생명공학기술은 형질과 관련된 유전자를 직접 제어하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매우 효과적이면서 신속한 육종 전략을 제공한다. 생명공학기술은 나무의 바이오매스를 증진시키는 방법 외에도 여러 형태의 형질개량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이바지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개발한 유전자변형 포플러가 지구 온난화 대응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소개돼 화제를 끌었다. 이 나무는 광합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광호흡 반응을 개선하는 전략으로 기존 포플러보다 바이오매스(생장량)가 53%가 증가했고 탄소 포집은 27% 향상되었다고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브라질에서는 2015년에 생장속도를 늘린 유전자변형 유칼립투스의 상업적 재배를 승인한 바 있다. 이 나무는 바이오매스 생산량이 일반 유칼립투스에 비해 약 20% 이상 증가했다. 벌채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기존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도됐다.
● 척박한 땅을 푸른 숲으로
생명공학기술은 나무의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환경적 제약 조건들을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은 이미 대부분 조림되어 있으며,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넓은 평지는 부족하다. 논밭을 개간해서 나무를 심을 게 아니라면 새로운 땅은 훼손지이거나 간척지와 같이 식물이 자라기 척박한 곳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기후변화에 따라 나무심기가 가능한 땅들도 염류화가 심각해지고 있어 2050년까지 경작지의 약 50%가 황폐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토양의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은 삼투 스트레스에 의해 수분이 부족해져 생리적으로 건조 상태를 유발하고 궁극적으로는 식물이 고사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기후변화에 따라 확대되는 황폐지나 식물이 살기 적합하지 않은 간척지에서도 더 많은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염 스트레스와 관련된 나무의 메커니즘을 알기 위해 다양한 염분 조건에서 증감하는 유전자들을 발굴했다.
그리고 애기장대와 같은 모델식물에서 보고된 유전자들을 토대로 유사한 구조를 가지면서 내염성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유전자들을 가려냈다. 그렇게 찾은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시킨 포플러를 간척지에 식재하니 염분 농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99% 이상의 높은 생존율을 보였으며 광합성 효율도 높게 나타나 생육의 안정성을 보였다.
원리를 연구한 결과, 염 이온의 운송과 관련된 펌프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이 활성화되면서 체내에 쌓이는 나트륨 등의 염분을 끊임없이 밖으로 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발된 내염성 포플러는 효과적인 척박지 생존 전략을 통해 탄소 흡수 기능을 수행하는 기후변화 적응 수종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간척지에서 안정적으로 자라는 내염성(염분에 강한) 증진 포플러
생명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염에 강한 포플러 세포 모습, 대조구에 비해 세포에 축적된 염(형광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음.
● 좁은 땅에 더 많은 나무를
좁은 면적에 더 많은 나무를 키울 수 있는 연구도 진행된다. 나무마다 생장에 필요한 적정 너비가 있다. 수관이라고 하는 지상부의 가지들이 뻗은 구조가 있는데, 좁게 심으면 주변 나무들의 영향을 받아 가지가 충분히 뻗지 못하고 광합성이 부족해 성장이 저해되거나 죽기도 한다.
그래서 산에 조림할 때에도 묘목을 심는 초기에는 좁은 간격으로 심지만 어느 정도 나무의 높이 생장이 확보된 이후에는 줄기의 부피생장을 도모하기 위해 솎아베기를 해 주변 공간을 마련해준다. 좁은 면적에 나무를 심고 솎아베기 없이도 안정적인 생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숲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경제적이기도 하거니와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나무가 자랄 수 있어 탄소 흡수를 더욱 늘릴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은 양버들의 가지가 하늘로 뻗어서 자라나는 모습을 보고 중요한 힌트를 얻었다. 양버들의 가지가 직립하는 이유는 굴광성과 관련되어 가지 각도를 펼치는 유전자에 자연적으로 작은 변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현사시나무의 유전자에 유전자 교정기술을 활용해 변이를 정밀하게 유도했다. 그 결과 유전자가 교정된 포플러는 양버들처럼 하늘을 향해 가지들이 뻗으며 수관 폭이 좁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가지가 위로 자랄 수 있게 영향을 주는 유전자(TAC1)에 변이를 준 결과 대조구에 비해 가지들이 옆이 아닌 위로 향해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음
줄기의 직경이나 측지 수 등은 일반 포플러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나무의 키가 더 커져 바이오매스의 증대를 기대할 수 있으며, 동일한 바이오매스를 가지고도 부피가 크지 않아 벌채 후에 운반할 때 더 효율적이고, 단벌기 순환림에서도 밀식으로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석유를 대체하는 지속가능한 원료의 공급
산림의 바이오매스는 바이오플라스틱 같은 지속가능한 소재의 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대안은 석유 기반 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할 수 있어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바이오매스를 바이오소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셀룰로오스를 당으로 분해하는 당화와 미생물에 의한 발효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무는 일반적으로 옥수수 같은 초본 식물보다 리그닌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전처리 과정에서 분해하는 데 어려움을 야기한다. 따라서 리그닌의 구조를 약화시켜 셀룰로오스에 대한 효소의 접근성을 개선해 효율적으로 당을 배출할 필요가 있다.
산림과학원 연구진은 리그닌 생합성 유전자를 교정해 리그닌이 감소된 포플러를 개발했고 격리포장에 식재해 매년 재질 분석을 통해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2년생 포플러는 리그닌이 최대 29%가 감소했고 당화 효율은 25% 증가했다.
나무 세포에 포함되어 있는 리그닌 양에 따라 염색의 정도가 달라지는데, 대조구에 비해 생물공학 기술이 접목된 포플러에서 상대적으로 염색이 적게(리그닌 함량 감소 확인) 됨을 확인할 수 있음.
우려되었던 것은 리그닌 저감에 따른 생장 저하였는데 실제로 많은 식물에서 리그닌이 감소하면 식물이 주저앉거나 생장에 문제가 생긴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리그닌 저감 포플러는 야외 격리포장에서 수고가 약간 작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크기가 10% 내외 수준이어서 리그닌 감소로 얻는 이익을 상쇄할 만큼 큰 차이는 아닌 것으로 평가되었다.
올해부터는 생산 비용 절감 효과나 기존 소재 원료와의 가격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해 단벌기 순환림 기준에 맞추어 면적을 확대해 식재하고 5년 이내의 생육 조사가 예정돼있다. 이를 통해 경제성이 확인되면 리그닌 저감 포플러는 탄소를 흡수하고 다시 활용하는 지속가능한 탄소제로원으로의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 빠르게 다가오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생명공학기술은 유전자를 제어하는 방법으로 나무의 광합성 효율을 높이고, 바이오매스를 증진시키며, 재질을 개선하고, 환경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게 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생명공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산림에 적용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전략 수단으로 삼고 있는 반면, 국내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유전자변형 식물에 대한 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유전자변형 식물 상용화 승인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소개된 생명공학기술이 적용된 나무들도 엄격하게 관리되는 격리포장에서 일정기간 동안 시험연구용 재배가 이뤄질 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외래 유전자가 남지 않는 유전자교정 기술에 대해서는 위해성 심사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법이 개정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립산림과학원도 유전자교정 기술을 적용한 나무 개량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 임계점에 도달하기까지 몇 년이 남지 않은 기후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시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기술이 산림에 적용되고 진보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와 정책적 토대가 더 늦지 않은 시기에 마련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국림산림과학원 임목자원연구과 최현모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