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나 경신년(광종 11, 960)부터 을해년(광종 26, 975)까지 16년간은 간흉(姦兇)들이 앞을 다투어 진출하면서 참소하여 헐뜯음이 크게 일어나서, 군자는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소인은 그 뜻을 얻었습니다. 마침내 자식이 부모를 거스르고 종[奴]이 그 주인을 논박하기에 이르러, 상하 간에 마음이 떠나고, 군신간이 해체되었습니다. 구신(舊臣)과 숙장(宿將)들은, 서로 차례로 죽어 멸족을 당했고[誅夷], 가까운 친인척들은, 모두 다 전멸(翦滅)당하였습니다. 더욱이 혜종께서 형제의 〈우애〉를 온전히 이루시고, 정종께서 나라를 잘 보존하셨으니, 그 은혜와 의리를 논한다면, 가히 중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 임금께서는 다 오직 외아들만 두셨는데, 그들의 생명을 보존해 주지 못하였으니, 그 〈두 분〉의 덕을 갚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또 다시 그들과 원한을 깊이 맺게 한 것입니다. 또 말년에 이르러서는 자기의 외아들에까지 의혹과 시기를 품으셨습니다. 그러므로 경종께서 태자로 계시면서 늘 편안하고 행복하지 못하다가 왕위를 계승하게 되셨습니다. 아아! 어찌하여 처음에 잘 하셔서 명망을 얻었다가, 뒤에 잘 못하시어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까? 깊이 통탄할 일입니다.
《고려사》 열전 제6권, 제신, 최승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