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나를 사랑하시어]제2장 님은 나를 사랑하시어-김재웅 법사님과의 만남:모든 것을 바쳐라
군생활 3년 동안 가장 뜻 깊었던 일은 포항 해병대에 근무할 때 김재웅 법사님을 만난 일이다. 법사님은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불교와는 적잖이 다른 불교를 내게 보여주신다. 그러한 법사님을 통해 나는 많은 가르침을 얻게 되고 또 다른 부처님을 만나게 된다.
법사님은 동국대 총장을 지내신 백성욱 박사님의 재가 제자 중 한 분으로 포항에서 금강경독송회라는 법회를 열고 계셨다. 본래 법사님의 이름은 모른 채 법사님에 관해 들은 적은 한 번 있었다. 그것은 내 친구를 통해서였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부산에 계시던 친구의 부친께서 밤 늦게 운명하시게 되었을 때, 포항에 사시던 자녀분들에게 연락이 안되어 애태우던 중, 연락도 안된 자녀분이 법사님과 함께 갑자기 도착하신 것이었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물음에, 법사님이 갑자기 오시더니 부친께서 운명하신다고 급히 부산에 가자고 하시더란 것이었다. 그래서 급히 오는 길이라 했다. 이리하여 친구의 부친께서는 자녀분들과 법사님이 읽어주시는 금강경 독경 소리 속에서 잠자듯 편히 가셨다고 한다.
친구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 참 부럽고 신기했다. 부러운 것은 부모님이 자식들, 그리고 법력 높으신 분이 함께 들려 드리는 금강경 독경소리와 함께 이 생을 마감하는 것은 얼마나 복받은 일일까 하는 것이고, 신기한 것은 그 예지력이었다.
아니, 어떻게 신도 부친 돌아가시는 걸 알 수 있었을까. 언젠가 포항에 가면 한 번 만나 뵈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법사님과는 참 우연하게 만나게 된다. 포항에서 주말이면 부산에 자주 갔는데(이 해 아버님께서는 직장을 그만두시고 부산에서 어머니랑 함께 두 분이 살고 계셨다), 부산서 돌아오는 버스 길에 키가 크고 잘 생기신 중년의 신사 한 분과 같은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바로 그 분이 법사님이셨던 것.
법사님인들 내가 누군지 아셨으리오마는, 다만 해병 군복을 입은 중위 복장의 내가 모습으로 보아 포항에 있을 것 같으니 말씀을 먼저 붙이셨던 것 같다. 법사님께선 첫 눈에 불연(佛緣)을 아셨는지, 처음 보는 나에게 재미난 얘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주로 윤회와 환생에 관해서였다.
우리에게 영혼은 반드시 있으며, 미혹을 끊지 못하면 윤회를 벗어날 수 없다. 일단 죽음을 맞이한 영가는 업에 따라 다시 새로운 세계로 가는데, 미혹하면 중음신으로 몇백 년, 심지어 몇천 년까지도 머무르게 된다.
착하게 살고 우리가 보기에 의롭게 죽었다고 반드시 다음 생을 일찍 받거나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은 아니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맞이한 뒤에는 주위의 인연 깊은(예를 들어 자식이나 남편, 아내) 분들이 일심으로 부처님 말씀을 듣게 해주는 것이 좋은데, 그것은 부처님 말씀은 집착을 끊게 하고 번뇌의 불을 끄는 법문이라 한 많고 업 많은 영가들에겐 매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법력 높으신 분들이 영가를 위해 법문을 하시거나 천도를 해주시면 참 좋다. 마치 잘못을 저질러 감옥에 간 사람이라도 높으신 지위에 있는 분이 선처를 부탁하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과 비슷하다.
일단 사람 몸 잃고 나면 다시 얻기가 쉽지 않으므로, 미혹 중생으로 번뇌와 집착을 끊지 못하면 수천 년이 지나도 영가로 떠돌게 된다. 그러므로 천도는 웬만하면 해 드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도 전생에서의 일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름답고 잘 생긴 사람은 과거생에 선업을 많이 쌓은 탓이요 못생기고 인기도 없는 분들은 과거에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악업을 많이 쌓은 탓이다.
키도 전생과 관계가 있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남을 업신여기고 무시한 사람은 금생에 키가 작게 태어나서 늘 사람들을 우러러보게 되고 반대로 키가 큰 사람들은 과거생에 중생을 잘 섬겼기 때문이란다(참고로 법사님은 키가 크고 잘 생기셨다!).
법사님은 예를 들며 말씀해 주셨는데 너무 재미가 있어 포항까지 오는 줄도 몰랐다. 내릴 때가 되자 법사님께선 지금까지 당신께서 하신 말씀이 믿기느냐고 나에게 물으셨다
(나는 예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 믿지도 안 믿지도 않으니, 그것은 내가 모르는 일을 무조건 믿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그렇다고 공부 많이 하신 분들 말씀을 안 믿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니, 중요한 것은 믿고 안 믿고가 아니고 어서 보리심을 내어 수행을 열심히 해 그런 말들이 맞나 안 맞나를 나 스스로 직접 확인해 보는 일이다).
그러시면서 이런 사실을 안 믿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당신 말씀은 전혀 거짓이 아니라고 하시며 내게 비로소 당신 성함과 계신 곳을 말씀하시고는 한번 찾아오라고 하셨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분이 바로 그 법사님인 줄 몰랐다. 나중에 친구를 통해 비로소 그 분이 바로 김재웅 법사님인 줄 알게 된 나는 그 후 법사님을 자주 찾아가 뵙게 된다.
법사님을 통해 금강경 독송 등 많은 가르침을 받았으나 가장 큰 가르침은 바치는 공부에 관한 것이었다(물론 금강경 독송도 부처님께 바치는 것이지만).
이는 백 박사님(이때는 이미 박사님은 열반에 드신 후였다)께서 가르쳐 주신 독특한 방법으로 박사님은 이를 통해 깨우치셨다고 한다.
법사님을 통해 들은 박사님 가르침에 의하면, 성불을 위해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을 버려라 하고 말씀하셨지만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 버리려고 하는 대신에 바쳐 버리는 것이 부처님께 가까이 가기가 휠씬 쉽다.
탐심을 부처님께 바쳐 버리면 탐심 있던 자리에 자비가, 어리석음을 바쳐 버리면 그 곳에는 부처님의 지혜가 온다. 그러니 모든 것을 바쳐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바치는 방법도 말씀해 주셨으니, 생각생각 번뇌가 일 때마다 그것을 부처님께 이르고 그 끝에 부처님을 염(念)하라고 하셨다. 그러면 부처님께 바쳐지니 얼마나 쉬우냐며 웃으셨다.
짐은 다 부처님께 드리고 우리는 맨몸으로 가는 것이다. 이 가르침은 그때까지 화두선만 최고의 수행법으로 안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나는 법사님과 논쟁을 벌였다. 지금껏 내가 만나 뵌 모든 큰스님들은 다 화두가 제일이라 하셨다. 법사님처럼 가르치시는 분은 한 분도 없었다. 대체 무슨 근거로 이 방법이 화두보다 낫다고 하시는가.
법사님은 웃으셨다. 그러시며 화두 몇 가지를 예로 드시더니 그 화두가 나오게 된 배경을 스님들의 전생까지 이야기하시며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화두타파를 제일로 삼는 것은 당신이 보기엔 옳지 않은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나 비록 화두를 비판하시기는 하시지만 그 당시 내가 뵙기엔 법사님께선 화두선을 해 보신 것 같지는 않으셨다. 해 보시지도 않고 어떻게 화두를 비판할 수 있는가.
하지만 난들 화두선을 훌륭한 선지식 지도 아래 그렇게 해 본 것은 아니니 법사님 말씀을 정면으로 반박하긴 어려웠다.
아무리 법사님의 바치라는 가르침이 훌륭하다지만 불교에 입문한 지 수년 간 화두 깨치는 일이 제일인 줄로 알아 온 내가 갑자기 그 말씀에 수긍해 공부 방법을 바꾸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나름대로 기숙사에서 좌선 흉내는 내 보던 터였다.
나의 입장을 아신 법사님께서는 나에게 석 달만 그렇게 공부해 보라고 하셨다. 금강경 독송도 하루 두 번, 바치는 공부도 석 달만 당신 말씀을 믿고 해 보면 무언가 달라진 것이 올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그리하여 만약 석 달 뒤에 아무런 느끼는 바가 없으면 당신 말을 믿지 말라는 것. 그 말씀을 들은 나는 그래, 석 달쯤이야,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동료와 같이 기숙사를 쓰는 내가 금강경 독송을 매일 두 번 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아니, 사실 한 번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사정을 말씀드리자 법사님께선 한 번에 다 안 읽어도 좋으니 시간 나는 대로 읽으라고 하셨다.
-보현선생님의 ‘님은 나를 사랑하시어’에서, 불광출판사 刊
첫댓글 인연... 선연의 씨를 많이 심어야 겠습니다 ㅎㅎ _()()()_
복 받은 인연 가지고 계시는 선생님 만난것도 저에게는 큰 복에 큰 인연이지요 ^^ 고맙습니다.....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_()_
마하반야바라밀..()..
마하반야바라밀...오로지 부처님께 告하는 자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