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작가 연보 연도 내용 1960 3월 13일 인천시 옹진군 출생. 1967 시흥초등학교 입학. 1975 5월, 바로 위 누이가 불의의 사고로 죽음. 이 사건이 깊은 상흔을 남김. 이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 1976 중앙고등학교 입학. 1979 연세대 정법대 정법계열 입학. 교내 문학 서클 ‘연세문학회’에 입회, 본격적인 문학 수업 시작. 교내 신문인 에서 제정·시상하는 ‘박영준문학상’에 ‘영하의 바람’으로 가작 입선. 1984 중앙일보사 입사. 1985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안개’로 당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신문사에서는 수습 후 정치부로 배속. 1986 문화부로 자리 옮김. 문학과 출판을 담당, 관련 인사와 활발한 교유. 1989 3월 7일 새벽, 서울 종로의 한 심야 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 사인은 뇌졸중. 만 29세 생일을 엿새 앞두고 있었음.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출간. 기형도 작품 연보 발표연도 제목 1985 ‘안개’(동아일보) / ‘전문가’,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10월’, ‘늙은 사람’( 3집) /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백야’( 3월호) / ‘밤눈’( 4월호) / ‘오래된 서적’( 11월호) / ‘어느 푸른 저녁’( 12월호) 1986 ‘위험한 가계·1969’, ‘조치원’, ‘집시의 시집’, ‘바람은 그대 쪽으로’( 8집) / ‘포도밭 묘지 1’( 10월호) / ‘포도밭 묘지 2’( 11월호) / ‘숲으로 된 성벽’( 11월호) 1987 ‘나리 나리 개나리’( 2월호) / ‘식목제’( 4월호) / ‘오후 4시의 희망’( 7월호) / ‘여행자’ ‘장밋빛 인생’( .9월호) 1988 ‘진눈깨비’( 봄) / ‘죽은 구름’ ‘추억에 대한 경멸’( 봄) / ‘흔해빠진 독서’ ‘노인들’( 5월호) /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8월호) / ‘물 속의 사막’() / ‘바람의 집 ─ 겨울 판화 1’ ‘삼촌의 죽음 ─ 겨울 판화 4’( 11월호) / ‘너무 큰 등받이의자 ─ 겨울 판화 7’() / ‘정거장에서의 충고’ ‘가는 비 온다’ ‘기억할 만한 지나침’( 겨울) 1989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성탄목 ─ 겨울 판화 3’( 1월호) / ‘그 집 앞’ ‘빈집’( 봄) / ‘질투는 나의 힘’( 3월호) / ‘가수는 입을 다무네’ ‘대학 시절’ ‘나쁘게 말하다’( 봄) / ‘입 속의 검은 잎’ ‘그날’ ‘홀린 사람’( 봄) 1990 1주기 기념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 1994 5주기 기념 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1999 10주기 기념 [기형도 전집 2000 20주기 추모 문집 [정거장에서의 충고 [네이버 지식백과] 기형도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밤 눈 기형도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기억할만한 지나침 기형도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 방에서 書記는 혼자 울고 있었다! 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봄날은 간다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小邑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宿醉는 몇 장 紙錢 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끔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 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 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 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