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부터 흘러 당신이 시간이라 부르는 것
From Me Flows What You Call Time
데이비드 미첼 (영국 소설가. 1969~ )
<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 100명 작가 프로젝트 두 번째 선정 작품>
*작가와 제목만 공개되고 책은 봉인되어 오슬로 도서관에 보관된다고
노르웨이
노르드마르카 숲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이름만 남기고 묻히는
공공예술 의식이 열린다 한다
첫 작품은 100년의 꿈으로
백 년 후에 깨어나고
2019년 다섯 번째
95년의 잠에서 일어날
한강 작가의 <사랑하는 아들에게>
책과 함께 나무도 100년을 자라고
주변의 가문비나무 1000그루의 생명을 받아
한정판 복사본으로
2114년의 세상으로 재탄생할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미지의 고독이 단단한 뿌리로 잠들고
시간의 숲은
아득한 꿈의 명상으로
오슬로 도서관에 깨어나 있으리니
100년의 잠으로 읽을 수 없는 책
한 세기를 꿈꾸며 작가조차 부재하게 되는 미래
“사랑하는 나의 아들에게“라 하니
얼마나 견고한 사랑으로 정성을 쏟았을까
”Dear Sun, My Beloved“
최고의 사랑으로 담았을 글귀들
<근거가 불충분한 희망을 믿어야만 한다>
한강 작가. 선정 당시 소감문 중에서
진상에 가까운
호들갑스러움이 숙연해지는 순간이었다
한 세기를 가슴에 묻었지 싶어
잠시, 비할 길조차 없음에 막연하였다
- 2019년 5월 30일 - 舞我
“그래도 일단 정리를 해서 주세요. 아까우니.
잘 보관하고 있다가 어느 시점에 세상에 내놓아야 할지,
누군가에게 전수해야 할지,
그냥 묻어두어야 할지, 판단할 테니”
학선 선생님 역학 학문 중에서 함부로 전하지 못할
心傳이 있는데
세상이든 사람이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적절성을 따져보겠다 하였다.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2024년 10월 10일 121번째 노벨문학상을
<채식주의자> 대한민국 작가 한강을 선정, 발표하였다.
축하와 더불어
지나간 스토리를 상기시켜 보는 시간을 갖게도 되었다.
- 2024년 10월 12일 - 舞我
오월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스모그로부터 점차 하늘이 열리더니 실구름 먼저 지나간다.
가지들은 양방향으로 흔들리고
외부로부터 가장 영향력이 적을 것 같은 열린 창으로
딸가닥 딸가닥 바람의 형체가 부딪혀 소리를 낸다.
베란다를 점령하고 있던 오후의 긴 볕이
거실 바닥의 미세한 먼지를 쓱 핥고는
채식하는 사자의 모습으로 흐느적거리며 차양 밖으로
밀려난다.
잠들어 있는 사람의 고요는 평화를 위장하고
건물들로 둘러싸인 놀이터에서는
자유를 외치는 아이들의 목청이 소란스럽다.
분주하던 기침도 머뭇거려서
짧은 외출도 닫아걸고 라디오는 오프를 시켜 놓고
순환하는 선풍기 바람 일으켜 작가의 질문 먼저 넘겨다본다.
채식주의자’에서 ‘몽고반점’으로...
오월의 존귀한 잎들이 타닥타닥 ‘나무 불꽃’으로 옮겨 붙은 거야.
한 시점이었다.
‘몽고반점’ 지날 때 화들거리고 두근거림이 온 것은.
질문하는 언어들이 세밀하고도 강렬해져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지.
높고 단단한 콘크리트벽을 넘은 볕이
멀리 있는 건물들로 산으로 옮겨 앉은 즈음
곁에 있던 고요가 흔들리며 말을 불러 오는 순간
빈속의 커피가 뒤엉켜 다양한 시선의 질문들을 시작 했어.
. . . 견딜 수 있는가?
“꿈을 꾸었어...” 그 이전의 ‘영혜’가 그랬던 것처럼
“막을 수 없었을까”
“돌이킬 수 없었을까”
겨울 봄 지나도록 냉 온기에 짓눌려 있던 이불을 세탁기에 밀어 넣어
“꿈” 이전의 ‘꿈’으로 돌려놓고
부담이 될 듯 안 될 듯한 다채로운 밥상을 차례 낸다.
2016년 5월 29일 - 舞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