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색다른 의사인 사무엘 하네만에 대해 얘기해 줄게.
그 의사는 참 이상한 치료 방법을 이야기했어. 예를 들면 보통은 더운 날엔 찬 냉면을 먹어야 더위를 이긴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는 더운
날엔 뜨거운 삼계탕을 먹어야 더위를 이길 수 있다고 했지.
이런 방법을 원인과 비슷한 방법으로 치료한다고 해서 `동종치료'라고 해. 그런데 이것은 하네만이 처음 생각했던 것은 아냐. 옛날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도 이야기했고, 아빠가 좋아하는 의사 파라켈수스도 독을 푸는데 독을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지. 하네만은 이때까지 잊고 있었던
치료법을 다시 말하고 멋있게 정리한 의사야.
하네만을 말하기 전에 너무 똑똑해 일찍 죽었던 천재 연금술사를 먼저 얘기해야겠다.
“연금술사라구요?”
그래. 그는 어릴 때부터 얼마나 똑똑했던지 동네에서도 소문났대요. 열세 살이 되기도 전에 벌써 약사가 되기 위해 공부했고, 그때부터 이름
앞에는 항상 천재라는 두 글자가 붙어 다녔어. 열여섯 살이 되는 해에 말이다. 드디어 아무도 만들지 못했던 금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어.
그러나 이걸 어쩌나. 그 소문이 바로 연금술사를 불행으로 이끄는 첫 단추였단다.
당시 독일은 몇 개의 큰 나라와 작은 나라인 공국으로 쪼개져 있었어. 그가 마음먹은 대로 금을 만든다는 소문을 듣고는 왕과 공국의
우두머리들은 모두 그를 데려가려고 안달했어. 그러자 그가 살던 나라에서는 아무도 데려가지 못하게 아예 연금술사를 납치해 성에다 가두어 버렸단다.
자신도 연금술사였던 우두머리는 그에게 “당장 금을 만들지 않으면 죽여버리겠어.”라고 협박했어. 연금술사는 하루 종일 성에 갇혀 금을 만드는 일을
하였는데, 요즘 사용하는 안전한 성냥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만들었지만 결국 금을 만들지는 못했어.
“그럼 어떡해요?”
그 대신에 마이센이란 작은 마을에서 유럽을 통틀어 가장 먼저 하얀 도자기인 백자를 만들었지. 당시 도자기는 `동양에서 온 하얀 금'이라고
불리며 엄청나게 비쌌대.
그 연금술사는 도자기를 많이 만들어 바치라는 우두머리의 명령에 흙을 빗는 사람, 모양을 뜨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등으로 일을 나누는
분업을 생각해냈단다. 그러나 불쌍하게도 서른일곱이란 젊은 나이에 연금술에 사용하는 수은 때문에 안타깝게도 죽고 말았어.
오늘의 주인공인 하네만의 아버지는 그 연금술사가 만든 마이센의 도자기 공장에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일꾼이었어. 그래서 하네만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죽은 연금술사 이야기를 듣고 자랐단다.
지금은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마이센 도자기이지만 도자기 공장을 만든 사람이 그렇게 어렵게 살았으니 그 공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둔 하네만의
가족이야 오죽 어렵고 가난했겠니?
그의 집안은 너무 가난해 밥 먹을 때보다 굶을 때가 많았대. 그러나 아버지는 연금술사만큼 똑똑한 아들의 재능을 캐내려고 노력해 학교를
다니지 못할 때는 아버지가 가르쳐 주었단다. 아버지는 일하러 갈 때마다 마치 연금술사가 당했던 것처럼 어린 하네만을 방에 혼자 놓아두고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었대.
“그럼 어떻게 의사가 되었어요?”
그는 스스로 공부하여 열 살이 채 안 되었을 때 무려 일곱 나라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대.
“돈이 없이는 훌륭한 연금술사도, 의사도 될 수 없어!”
그는 그때부터 또래나 어른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쳐 스스로 돈을 벌어 공부했어. 그래도 공부할 돈이 모자라자 아버지는 엉뚱하게도 윗사람들에게
하네만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단다. 하여튼 아버지 덕분에 그는 열다섯 살 때 왕자들이 다니는 귀족학교에 들어가 공부할 수
있었어.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뛰어나 장학금으로 공부할 수 있었어. 스무 살에는 아버지를 도와주고자 완전히 독립해 스스로
생활비를 벌면서 공부했단다. 그는 잠시 운동 하는 것을 빼고는 모든 시간을 공부와 일만 했기 때문에 친구가 없어 외톨이였지. 하네만은 오스트리아
황녀의 주치의와 함께 아픈 사람을 보면서 공부하기도 했고, 지금의 루마니아 지역의 오스트리아 총독을 자문해주기도 했단다.
마침내 하네만은 스무네 살 때 의과대학을 졸업했는데, 그의 치료를 반대하는 의사들은 그가 제대로 의과대학을 다니지 않았다며 욕하기도
했어.
“드디어 의사가 되었어요?”
그래, 하네만이 의사가 되고 보니 당시 치료하는 방법은 너무 잔인했어. 주로 아픈 사람의 피를 이유 없이 뽑거나, 무조건 도려내는 말도 안
되는 치료를 하고 있었지. 그는 이런 황당한 치료에 실망해 다섯 해에 걸쳐 다른 이름난 의사들이 하던 치료가 틀렸다고 공격했어.
어느 날, 오스트리아 황제가 열이 높고, 배가 남산 만하게 되었어. 주치의는 하루에 네 차례 피를 뽑았는데, 치료를 받고 그만 황제가 죽고
말았어.
“너무 피를 뽑아 황제가 죽은 거야. 당장 피를 뽑는 치료를 못하게 만들어야 해!”
그러자 하네만은 많은 의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아 작은 시골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조그만 병에도 도시의 큰 병원으로 떠나버리고, 간혹 오는 사람들은 가난해 치료비조차 낼 형편이 되지 못했어. 하네만의
가족들은 허름한 단칸방에 살며 비누를 살 돈이 없어 날 감자로 빨래해야 했단다.
그는 의사 일보다는 프랑스 말이나 독일 말 같은 외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었고, 책을 쓰거나 번역해야 먹고 살 수
있었어.
그러다 마흔 여섯 살 때 하네만의 삶을 바꾸는 큰 사건이 일어난단다.
번역하던 책에 `약이 위장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병에 효과가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몇 해 전에 그 병에 걸려본 하네만으로서는 말이
되지 않았어. 그래서 확인하고 싶은 생각에 단숨에 가루약을 먹어버렸어.
그랬더니 심장도 펄떡이고, 손발이 차가워지더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어. 하네만의 머리에서 갑자기 번개처럼 치는 생각이 떠올랐어.
“이건 내가 병에 걸렸을 때랑 똑 같구나.”
그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 기쁨에 넘쳐 이렇게 적었대.
“치료하려면 병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약을 쓰면 낫는다.”
하네만은 이를 동종요법이라고 부르며, 자신과 가족에게 다시 먹여봤단다.
“몇 번으로 알 수 있어요?”
하네만은 무려 열한 명의 아들딸이 있었어. 그러다 보니 가족만으로 열세 번이나 되는 실험할 수 있었단다. 하하∼.
그는 약을 더욱 묽게 만들면 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단다.
그 뒤 여러 나라를 휩쓸고 갔던 전염병과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쳐들어갔을 때 괴롭혔던 다른 전염병을 치료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어.
나폴레옹마저도 자신의 살갗에 기생하는 벌레를 하네만의 방법으로 치료했다고 하니 얼마나 유명해졌겠니?
그러던 어느 날 뇌졸중을 앓던 높은 사람이 하네만을 찾아왔는데 치료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죽어버리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어. 약사들과
의사들은 이때다 싶어 하네만을 고소했단다.
그래서 또다시 떠돌이 신세가 되었지. 참 어렵게 살았어.
그러던 하네만이 여든이 다 되었을 때 프랑스에서 젊은 여인이 치료받으러 왔단다. 하네만은 쉰 살 가까이 차이나는 이 여인과 다시 결혼해
파리로 가서 동종요법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기회를 맞게 돼. 그는 아홉 해 뒤에 죽을 때까지 프랑스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지.
그래서 지금은 독일보다 영국이나 프랑스에 동종요법이 더욱 알려져 있어. 그러나 묽게 만든 동종요법의 약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단다.
윌리엄 4세의 왕비가 동종요법 치료를 받았을 때, 왕이 몰래 왕실 주치의에게 물어보았대.
“왕비가 먹어도 안전한지 처방을 철저히 조사해 달라.”
주치의가 이렇게 말했어.
“제게 넘겨진 처방을 보면 이미 왕비께서는 약들을 일곱 해 넘게 드셨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오랫동안 드셨다 해도 밥 한 톨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하∼.
지금 동종요법은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인도, 남미와 아프리카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어.
하네만의 무덤에는 자신이 가장 원했던 글이 적혀 있단다.
“나는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