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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동안 지속되었던 냉전 체제가 막을 내림으로써 국제 사회에는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으로써 정치적 이념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또한 국가간 교역이 증대되고 상호 의존 관계가 심화됨에 따라 자본, 노동, 기술 등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계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불어 국가 단위가 아닌 새로운 국제 정치 행위자들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으며, 교통 ‧ 통신 기술의 발달, 특히 인터넷은 전 세계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처럼 오늘날의 국제 사회는 정치 ‧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탈냉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세계 무역 기구(WTO)체제와 경제 블록화에 따른 경쟁의 격화, 사회 ‧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지구촌 공동체의 형성과 같은 변화를 겪고 있다. 고등학교 정치 지학사 180쪽 |
(2) 냉전 체제의 종식 이후 이념적 갈등은 줄어들었지만, 인종 ‧ 민족 ‧ 종교적 갈등과 분쟁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주변 국가들과 상호 방위 조약이나 집단 안전 보장 기구를 만들기도 하였으며, 국제법이나 국제 기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해묵은 갈등에서부터 보스니아와 코소보에서의 민족 분쟁, 체첸과 동티모르 등지에서의 독립 투쟁등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으로 인한 폭력과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종 ‧ 민족 간 분쟁의 배경에는 자민족 중심주의와 절대적 문화관등이 작용하기 때문에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는 보복의 악순환을 낳을 뿐이며, 나아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따라서 분쟁 당사자들은 상호 존중과 이해, 양보를 통해 인종 ‧ 민족 ‧ 종교 간의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분쟁의 해결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도 필요하다. 분쟁 당사자를 협상으로 이끌어 원만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유엔 등의 국제 기구가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고등학교 정치 지학사 184쪽 |
(3) 문명에 바탕을 둔 지구촌 질서에서 과학 기술, 특히 정보 통신의 발달로 인한 정보화 사회에서는 어느 문명도 고립되어 존재할 수 없다. 문명은 서로 만난다. 문명이 만난다고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을 말했다면 뮐러는 문명의 공존을 주장한다. 냉전 이데올로기의 종식으로 새로운 갈등의 축을 찾게 될 때, 이처럼 문명이란 것이 갈등의 메커니즘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은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다. 문명의 공존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다양한 문명권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희망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다양성의 존재를 인정하고자 하는 탈근대성의 성향과 다르지 않다. 탈근대성은 분열과 차이를 인정하고 통일과 일관성이 유연성과 흐름으로 대체되는 사회적 변형을 보여주려고 하는 데서 나온 개념이다. 박창호, 근대성의 극복과 문명 공존 , 52 ~ 53쪽 |
(4) 9 ‧ 11테러가 발생한 지 오늘로 6년이 된다. 세계와 역사는 9 ‧ 11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져 버렸다. 9 ‧ 11이후를 보는 시각을 대표하는 것이 미국 학자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다. “종교를 근간으로 한 문명권의 대립과 충돌이 앞으로 올 역사의 법칙이며, 그 전선은 서구 문명과 유교 문명 및 이슬람 문명 사이에 그어진다.” 냉전 종식 후의 21세기 세계정치를 보는 시각으로 헌팅턴이 1993년에 내놓았던 문명충돌론은 9 ‧ 11을 예언이라도 한 듯하다. 2007. 09. 10 한국일보 중에서 |
2. 생각해보고 써보기
※ 제시문 (1)를 읽고 제시문 (4)에 나타난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 미래사회의 세계정치 흐름을 판단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 제시문 (2)를 참고로 제시문 (3)의 ‛문명의 공존’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간략히 써봅시다.
3. 읽기 자료
(1) 새뮤얼 허팅턴 < 문명의 충돌 >
•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세계의 문명을 서구 기독교 문명, 그리스 정교 문명, 라틴 아메리카 문명, 힌두 문명, 이슬람 문명, 아프리카 문명, 유교 문명, 일본 문명 등으로 나누었다. 이는 주로 종교적 차이를 중심으로 나눈 것이고 크게는 서구 문명과 비서구 문명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명의 구분은 냉전 이후 분쟁과 갈등의 원인 을 설명하거나 세계 질서의 흐름을 가늠하는 틀로 주목받고 있다.
⇔ 문명이란 그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동일한 언어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문화적 양식, 생활습관이나 제도가 유사한 권역 을 일컫는 말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같은 문명에 속한 사람들은 서로 동질감을 느끼고 동일한 종교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 중 하나이다. 간단히 말하면 문명이란 동일 한 문화권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에는 여러 문명이 존재하지만 문명간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경계가 모호해 구분이 쉽지 않고 그 구분 역시 학자들마다 다르다.
• 냉전 당시만 해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 대립이 세계 질서의 흐름을 좌 우하여 미국과 소련의 충돌, 여러 차례 벌어진 전쟁들이 이 틀 속에서 이해되었다. 하 지만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냉전이 해체되는 속에서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분쟁과 갈등은 여전하였다.
헌팅턴은 93년 발표한 <문명의 충돌>에서 종교를 근간으로 한 문명권의 대립과 충돌이 앞으로 올 역사의 법칙이며 서구 문명과 비서구 문명 특히 서구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문명의 대립이 극심해질 것이라 전망하였다. 이 주장의 바탕에 헌팅턴은 문명간의 조화나 융화가 쉽지 않고 현실적으로 대립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이 문명충돌론은 9 ‧ 11 테러 후 이 사태를 예언이라도 한 듯 인식되었고 더욱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 많은 학자들의 반박이 있었고 독일의 정치학자 하랄트 뮐러는 <문명의 공존>을 통해 문명충돌론을 정면으로 반박하였다. 그는 문명 충돌론이 오히려 문명의 대립을 부추기 는 이론이며 선과 악의 이분법적 도식에 맞춰 이데올로기를 문명으로 대체시켜 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하였다. 뮐러는 문명간 상호의존과 조화가 가능하다고 보았 고, 헌팅턴의 문화 충돌론에 대해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문명과 비서구 문명간의 대립을 강조해 패권주의의 욕심을 버리지 않는 미국 정부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이라 비판하였다. 이 때문에 문화충돌론을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이라 부르기도 한다.
(2) 오리엔탈리즘
•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용어는 에드워드 사이드가 쓴 <오리엔탈리즘>이 사용되면서 널리 퍼졌다. 그는 19세기 서양 제국주의의 관념적 토대를 오리엔탈리즘으로 설명하여 서양 자신의 관점에서 동양을 상상하고 규정하면서 서양과 정반대의 이미지 틀을 입혔다. 문명화된 서양과 달리 동양은 정체되어 있고 그것이 문명간 우열과 등급의 근원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함으로써 동양이 서양에 비해 후진적이며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문명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가진 것이다. 오리엔탈리즘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이 자연법칙이라고 주장했던 사회진화론과 결합되어 제국주의 팽창의 뿌리가 되었다. 열등한 인종들에 대한 계몽과 계도가 필요하다는 편견은 식민지 지배의 정당성 논리로 연결되었고, 그 과정에서 19세기 서양 기독교의 공세적 선교가 한 몫을 담당하였다.
• 오리엔탈리즘이 남긴 유산의 하나는 강제된 열등을 스스로 체화하려 했던 일부 동양 사회의 뒤틀린 세계관이다. 동양사회 내부에서도 서구 문명적 시각에 기초하여 우열과 층위가 만들어지고 침략과 지배를 위한 공세적 행위가 나타났다. 일본 제국주의가 동아시아를 지배하려 했던 것도 그러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은 없는가?
뒤늦게 산업화 대열에 합류한 우리의 인식도 19세기 서양인의 그것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우리보다 열등하다고 여기는 인종과 사회를 얕잡아 보고 경멸하는 태도를 숨기려하지 않는다. 제3세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의 토착문화나 역사에 대해 이해하려는 자세보다 군림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받는다.
우리나라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순혈주의적 편견도 마찬가지로 비판받는다. 서양 ‧ 백인 ‧ 영어 등에 대해서는 왠지 주눅이 드는 반면, 그 외 지역의 인종이나 문화에 대해선 은근히 멸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이후 한국 교회의 공세적 선교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 기업이건 선교건 또는 관광이건 봉사건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기중심의 배타적 논리를 펴는 것은 오만에 가깝다.
세계화 시대에 다른 문화와의 공존은 시대적 양식이다. 공존은 있는 그대로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가능하다.
4. 논쟁하기
(1) 이슬람 문명과 서구 문명은 공존하기 힘들다.
< 찬성 >
문명은 역사, 언어, 문화, 전통, 종교의 차이가 명확하며 가치관이나 사고방식도 다르고 그 차이점은 오랜 시기에 걸쳐 형성되어 온 근본적인 차이며 문명 간의 충돌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서로 다른 문명 간의 핵심에는 종교가 있다. 특히 기독교 중심의 서구 문명권과 이슬람 문명권은 유일신 숭배에 강한 목적론적 역사관을 갖고 있어 충돌 을 피할 수 없다.
< 반대 >
오랜 역사 속에서 모든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다. 물론 문화적, 종 교적 차이가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갈등은 대개 정치, 경제적 이유에 의해 촉발되며 종교적 차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문명은 상호 공존 할 수 있으며 실제로 공존한다.
(2) 냉전 후 국제 사회의 분쟁과 갈등은 문명 간의 대립에 기인했다.
< 찬성 >
냉전 이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여러 분쟁과 갈등은 문명의 대립, 특히 종교적 차이 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보스니아 내전, 유고 내전, 걸프전 등 대다수 분쟁의 사례가 문명 대립 때문에 발생했다. 영토 분쟁, 민족 분쟁, 이데올로기 분쟁의 대립이 사라진 후 종족, 문화, 인종의 차이점은 자치와 독립을 촉진하여 충돌과 갈등을 일으키고 민족 국가에 대한 정체감 약화의 공백을 종교가 메우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근본주의 종교 운동의 확산이 갈등을 고조시키고 또한 서구 문명은 서구적 가치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경제력과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서구 문명과 비서구 문명 간의 대립이 확산되고 있다.
< 반대 >
90년대 이후 벌어진 국제 분쟁은 문명간의 대결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 분쟁과 영토 갈 등에 더 큰 원인이 있다. 걸프전도 석유를 둘러싼 경제적 이권 때문에 발생한 것이며 9∙11테러나 이라크 전쟁도 석유 자원 쟁탈전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극히 일부 세력이며 이슬람을 대표할 수 없고 대다수 이슬람인 들은 친서구적이고 평화와 다양성을 사랑한다. 또한 냉전 이후 벌어진 여러 내전은 구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민족 간의 대립과 이를 조장하는 강대국의 개입에 주된 원인이 있다.
(3) 현대의 세계 질서는 이데올로기나 경제가 아닌 문명의 잣대로 설명될 수 있다.
< 찬성 >
세계화의 진전으로 개별 국가의 개념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의 움직임은 국가의 경계선을 넘어 문명을 연합하는 정체성이나 결속의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문명 간의 경계선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화 속에 각 국가들은 공통되거나 유사한 문화를 가진 나라끼리 동맹을 맺거나 협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반대 >
문명을 통해 세계 질서를 파악하는 것은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데올로기 대립이 사라진 후 경제적 이익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 현대 사회는 매우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제적 이권으로 인해 세계 질서가 편성되는가 하며 인종이나 민족 갈등이 세계 질서를 좌우하기도 한다.
(4) 미래 사회에서는 문명의 충돌이 더욱 격화될 것이다.
< 찬성 >
정보기술의 발달로 세계가 보다 작아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 간의 교류가 급증하고 이 는 문명 간의 차이점이나 같은 문명에의 유사성에 대해 더욱 각성하게 될 것이다. 이런 문명의식의 고조는 차이점의 부각과 동시에 증오심이 조장될 가능성 또한 높다. 이슬람문명은 내부 질서를 통합할 핵심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안정성이 다른 문명국과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중국과 인도가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문명적 정체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이것이 서구 문명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할 것이라는 점 역시 문명 충돌의 격화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 반대 >
문명에 바탕을 둔 지구촌 질서에서 과학 기술, 특히 정보 통신의 발달은 어느 문명도 고립되어 존재할 수 없게 한다. 문명은 서로 만나며 경계선이 모호해질 정도로 융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서구 문명이 지닌 긍정적인 가치관 즉, 인권과 남녀평등, 민주주의, 합리주의, 자유무역과 복지 등은 어떤 문명 속에서도 수용할 가치가 높은 것이다. 소수 근본주의자들이 테러를 통한 분쟁을 자극할지 모르지만 이슬람권을 포함한 세계가 테러에 대해 동일한 대응 원칙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문명 간의 충돌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나 이슬람 문명을 이슬람 근본주의와 동일시할 것이 아니라 다른 문명을 이해하고 공존하려는 노력을 펼쳐야할 것이다.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제국주의적 태도는 종식되어야 한다. 다양한 문명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는 다양성의 가치를 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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