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경북 봉화를 거쳐 군위를 다녀왔다. 남들처럼 여름휴가는 갈 틈이 없다. 작년부터 준비하던 대규모 사업을 수주하느라 X빠지게 일하고, 지금부터는 수주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각종 행동지침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봉화를 들른 이유는 언젠가 말했는지 모르겠다만 장인어른이 봉화에 있는 석포중학교의 교장이거든. 내년 2월이 정년이라 지금 한번 안가보면 두고두고 마음이 쓰일 것 같아서 다녀왔다. 토요일 11시에 마누라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앉아서 봉화가는 길을 짚어줬다. 마누라나 나나 모두 길눈이 어둡거든. 봉화에 가니 마침 장인어른의 누나 셋과 그들의 사위, 손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22명이 어울렸다. 장인어른이 기거하는 20여평 규모의 중학교의 관사도 비좁아서 일부는 봉고차에서 자기도 했다. 물론 우리들은 직계 딸, 사위의 지위로 큰방을 차지하고 잤다. 지금까지는 집사람이 운전하고, 내가 매달려 다니던 것을 아무렇지 않게 보던 장인어른이 엄청 놀리는거 있지?
봉화가 과연 골짜기이긴 하더라. 일반인에게 캠핑장소 등으로 개방된 곳은 일부이기는 하나 골골이 승용차, 텐트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석포사람들만 잘 아는 계곡은 또다른 별천지 같더라. 설악동만큼은 안되더라도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지 않는 곳이라 엄청나게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도 있고...특히 보통사람들이 잘 모르는 건데, 휴가철 동해안의 모든 숙박업소가 만원이고 바가지를 씌우는데, 봉화의 석포에서 민박하거나 숙소를 잡고 승용차로 동해를 넘어가면 아주 좋다고 하더라. 동해안의 해수욕장은 석포에서 승용차로 40분거리.
봉화에서 이틀밤을 지내고 군위에서 하룻밤을 잤다. 이틀을 봉화에서 잔 이유는 월요일에 장인어른이 봉화읍내에 출장갈 일이 있는데,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장인이 차를 태워달라고 해서...화요일 10시에 집을 나와서는 중앙고속도로를 경유, 서울로 왔다. 오는 도중 그간 궁금했던 하회마을을 다녀왔다. 남선생이야 자주 다녀왔을터이고, 다른 동무들도 다녀왔는지 모르겠다만 소감을 잠시 적어본다. 디카로 사진을 몇방 찍었는데 메모리를 안가져와서 오늘은 올릴 수가 없네.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개판오분전이고, 아무런 느낌도 없다는 것이네. 용인의 민속촌보다 못하다는 느낌이었다. 당초 하회하면 막연히 연상하던 '양반, 오래된 마을, 유서깊은 곳, 물이 굽어도는 마을, 탈춤' 등은 과자 부스러기처럼 남아있고 돈만 좆는다는 느낌이었다. 양반들입네 하는 집안들은 모두 빗장문을 걸어 잠그고, 대문을 개방한 집들도 방문은 커다란 자물통으로 채워놓았고, 온 동네를 도배한 '민박', 곳곳에 호객을 위한 커다란 축음기 소리,뽕짝, 오래된 기와집에서 느끼고 싶은 고전미는 간데 없고, 시멘트 블록집에 황토를 덧칠한 집들이 수두룩하게 보이더라. 단지 마을을 둘러싼 노송들과 강건너편의 병풍같은 절벽은 시원하게 보이더라. 특히 마음에 안드는 것은 마을에 위치한 교회와 넘치는 음식점들, 이것들은 마을과 독립된 곳에서 서비스하면 좋을텐데...그리고 어디나 있는 음료수, 빙과에 대한 바가지 씌우기. 기념품 가게에 서양애 모양을 한 인형은 왜 있니?
이런 문화유산을 가지기도 어려운데, 잠시 돈에 눈이 멀어서 팽개쳐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너무 욕만했나? 아뭏든 안갔더라면 이런 욕도 안하고 눈도 안버렸을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