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인형에 날개를 달자
[산울림 노래] 꼬마 인형에 날개를 달자 | 다운받기
언제였지? 아마 내가 국민학교(초등학교가 아닌!)를 다닐 때였으니까, 일천구백팔십몇년 쯤 되었을거다. 아침방송에서 뮤직비디오 비슷하게 노래와 영상을 내보내곤 했는데, 그때 일주일 동안 김창완의 '꼬마 인형에 날개를 달자'가 나왔다.
왜 그렇게 내 머리속에 깊게 기억이 남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흥얼거리면 언제나 가사가 내 입에서 오락가락 할만큼 친숙한 노래다.
mp3가 활성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노래를 찾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따로 CD나 테입을 구입한 것은 아니다. 마치 나만 아는 노래인양,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노래라고 생각하며, 흥얼흥얼.
오늘 갑자기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싶어졌다. 역시나, 꼬마인형은 있었다.
병아리 물을 먹고 하늘을 바라보니 나무위로 다리건너 꼬마인형 날아가네 산골짜기 외딴집에 할아버지 기침소리 어흠어흠
꼬마인형 내려가서 똑똑똑 두드리니 너는 어디서 왔니 참 귀엽게 생겼구나
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처음 들어보는 소리인걸
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
꼬마 인형은 "외로우니 친구가 되어달라"고 이야기한다고 나는 믿고 있었다. 그렇다. 분명히 외롭다고 이야기 하는 데 무슨말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말이야.
꼬마인형에 날개를 달자 새싹처럼 푸른 날개 시장 바구니에 삐쭉빼쭉 배추처럼 푸른 날개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날개를 달아 준다는 것이다. 그냥도 날아갈 수 있는데, 왜 날개를 달아준다는 것일까? 도대체 날개란 무엇일까?
꼬마인형 날아가네 양지바른 산등성이 살며시 내려앉아 소 우는 소릴 냈네 낮잠 자던 목동놀라 벌떡 일어나 봤더니 배추같은 날개 달고 꼬마인형 웃고있네
어쨌든, 다시 날아간다. 이제 다른 친구를 찾아서. 그저 그 앞에서 웃으며 서 있는다.
너는 어디서 왔니 이상하게 생겼구나 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네 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외로~
이 친구도 마찬가지로 알아 들을 수가 없다고 한다. 아무리 외롭다고 해 봐야 무슨 소용일까. 알아주는 이 하나 없으니.
꼬마인형에 날개를 달자 새싹처럼 푸른 날개 시장 바구니에 삐쭉빼쭉 배추처럼 푸른 날개
우리는 누구를 위해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누구를 위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떤 '나 죽어. 제발 도와줘'라고 말했다면 과연 나는 달려갈 수 있을까? 그가 외로운지 나는 알아챌 수 있을까. 외롭다고 내 앞에서 그렇게 목소리 높여 이야기해도 나는 혹시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고개를 내젓지 않을까?
무관심과는 조금 다른 것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친구의 발등을 밟고 있는 상태. 왜 친구가 얼굴을 찌푸릴까 하는 의문. 어쩌면, 친구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한발자국 물러나서 그저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 그러고보니 나는 '모모'의 이미지를 이야기하고 있구나.
꼬마 인형에서 모모까지. 노래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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