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기행문은 제가 등록해서 다니고 있는 '동북한인교회(현재는 '대련연합교회')에서
지난 7월 초 교인들과 함께 간 백두산 여행기(단동, 집안, 통화 포함)입니다.
쫌? 길지만? 나름 유익하고 진지하게, 좋은 정보를 담는다고 담아서 썼습니다.
백두산..꼭 가볼만한 곳이니 사진자료도 참고하시고, 글도 감상하세요.
여행다녀와서 교회까페에 끄적거려 놓은 것을 얼마전에 상세하게 재정리한 것이에요.
기행문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서 일부러 현재시제를 쓰고,에...또
교회에서 단체여행을 간 것이니 만큼 가끔 '종교용어?'가 있더라도
은혜?받으시면서 읽어주셈......우리교회 교인분들도 자주 등장하니
그려려니 해주세요..자..그럼!! 백두산 여행시작~~!!!
■7월11일-셋째날 - 여정 :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
드디어 천지가 개벽하는 날이다. 그 험난한 여정을 뚫고 우여곡절 끝에 왔으니 천지를 보고 싶은 생각이 몇 배는 더 강해졌다. 맛없는 화평식당에서 대충 아침 끼니를 때운 우리는 백두산 입구를 향해 출발했다. 천지까지 오르는 데는 4개의 길이 있다. 방향을 따서 동ㆍ서ㆍ남ㆍ북파가 그것. 동파만 유일하게 북한쪽에서 오르는 길이라고 한다.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북파를 택했다.
다행히 날씨는 좋은데 백두산 정상은 어떨지...그게 제일 궁금하다.
화평식당 가이드 말로는 이런 날씨에는 100% 천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화평식당 가이드가 한 말 중에서 거짓말이 아닌 것도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천만다행한 일이다. 일인당 입장료 100원, 보험료5원, 버스비 68원을 지불한 후 매표소를 지나 백두산 셔틀버스를 타니 백두산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온다. 백두산을 중국을 통해 와야하고, 멀쩡한 이름 두고 장백산이라고 불려지는 것이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이 백두산만 개방한다면 우리는 덜 자존심 상하고, 북한은 돈도 많이 벌텐데, 그놈의 정치이념이 뭔지, 대자연만 아깝다. 문득 ‘동북공정’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2002년부터 연구에 들어간 것으로 기원전부터 7세기까지 존재했던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편입하려는 작업이다. 현재도 우리나라와 중국, 양국간에 예민한 문제라고 알고 있다. 올10월부터는 백두산도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에서 직접 관할하고 백두산 주변에 있는 한국 상인들도 모두 내쫓는다고 한다. 우리가 여행첫날 단동근처에서 지나친 호산장성(虎山長城)역시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중국이 만리장성의 일부라고 우기는 곳이다. 호산장성은 명나라 명성화 5년(1469년) 에 세워졌다고 중국 정부는 밝히고 있는데 호산장성은 고구려 보장왕 7년(648) 당나라와의 전쟁에서 사용했던 박작성이라고 한다. 호산장성의 박물관에 들어가면 평양까지 만리장성이 연결되어 있는 지도가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호산장성은 다 허물어진 성터를 다시 오늘의 모습으로 재건한 것은 겨우 10여년전이라고 동네 주민은 말한다.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그 허무맹랑함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닌 듯하다.
온천장 앞에서 하차. 일정상 우리는 온천은 하지 못한다. 그러나 겉모습을 보아하니 그다지 온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백두산의 웅장한 명성에 비해 주변 시설은 너무 열악한 듯 보였다.
드디어 민족의 성산 백두산에 입산. 일단 1차 코스는 장백폭포(비룡폭포)가기. 천지 앞까지 짚차를 타고 가기를 원하는 일행이 7명이 있었는데 일단 장백폭포까지는 동행했다. 장백폭포까지 나무계단으로 만들어진 비탈길을 오르면서 혹시 호랑이라도 볼 수 있을까 숲속을 예의주시하면서 갔다. 야생화들이 앙증맞은 게 참 예쁘다.
한 40분쯤 가니 드디어 장백폭포가 장관을 드러냈다. 탁 트인 경관과 쏟아져 내리는 폭포가 탄성을 자아낸다. 우리 일행들은 폭포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그 고생 끝에 백두산에 오긴 온 것이다. 장백폭포는 꼭 우리들의 노고를 치하해 주듯이 줄기차게 쏟아져내렸다.
어쨌든 목표는 천지다. 천지로 향하기 위해서는 장백폭포 옆을 지나야 하는데 폭포입장료 25원을 또 내야한다. 세상에.... 천지에 오르기 위해서 장백폭포 입장료 25원을 지불하고 999개단으로 향하였다. 백두산 천지에 오르려면 이 999계단을 올라가야만 한다. 백두산을 오기 전에는 왜 자연을 훼손하면서 계단형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불만이었는데 백두산의 산세를 보아하니 계단없이 오르기에는 많이 험했다. 물론 낙석에서 안전을 지키겠다고 만들어 놓은 터널형 계단은 좀 그랬다. 백두산의 장엄함에 절대 흠이 될 만한 투박하고 정성없는 터널형 계단은 경치도 해칠뿐더러 등산하는 이에게도 갑갑했다. 지금은 우리 산도 아닌데 어쩌겠는가. 숨을 헐떡거리며 낑낑대며 오를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한시간 쯤 힘들게 계단을 오르니 천지가 가까웠다고 가이드가 알려준다. 산 정상에 넓은 들판이 있는 백두산 정상은 무지 이국적이었다. 꼭 영화 ‘반지의 제왕’같은 곳에 나오는 산 같았다.
아, 드디어 2박3일 동안, 심할 땐 12시간씩 차를 타며 고생 끝에 온 천지가 눈앞에 보였다. 이 곳에 안개가 껴서 천지를 자주 볼 수 없다는 그곳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맑은 날씨에 천지가 선명했다. 천지는 우리들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벌써 신덕화 집사님은 수영팬티를 가장한 팬티를 입으시고 그 얼음물 같이 찬 천지물에서 개구리처럼 수영을 하고 계신다. 천지가 좀 오염되는? 느낌은 들었지만 신 집사님의 감개무량을 그 누가 모를까. 튜브라도 던져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일행들이 서서히 도착. 다들 천지에 감탄하면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 각도, 저 각도, 각도가 나올 수 있는 모든 곳을 탐색하여 사진을 촬영했다.
천지물에 발을 담그며 사진을 찍는 목사님과 몇몇 청년들이 보인다. 순간 천지에 가면 애국가를 불러야한다는 어떤 분의 말씀이 떠올랐지만, 자연중의 자연, 백두산 천지는 그 어떤 민족의 것도 아닌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창조하신 작품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감히 애국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아름다운 천지를 보게 해주신 하나님께 잠시 감사 기도를 드렸다. 어렸을적부터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백두산과 천지를 나는 오늘 본 것이다. 정말 인생은 두고 볼일이다.
우리 일행들은 한참을 천지 앞에서 보냈다.
천지를 어느 정도 구경한 나는 천지 앞쪽에서 본 20원짜리 ‘신라면’ 사발면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다. 천지에까지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했는데 라면부터 꼬치, 한복입고 사진찍기 등 장사진을 이룬다. 결국 천지를 내려가면서 목사님을 시작으로 라면 집이 우리 덕분에 불이 났다. 천지를 실컷 보고 먹어서 그런지 천지보다 그 라면 맛이 더 기억에 남는 듯한 어이없는 생각은 나만 그런가?
역사적 과업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으로 하산했다. 내려오면서 온천에 삶은 계란반숙을 목사님이 사주셔서 몇몇 사람들과 나눠먹었다. 짚차 일행과 만나기로 한 온천장 앞에 도착하니 예정시간보다 30분정도 늦었다. 오전 8시부터 등산했으니 3시간 반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짚차 일행들도 방금전에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면서 즉석에서 나온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으로 보니 그곳에서 본 천지도 과연 절경이다. 애국가에서 ‘백두산’ 가사 나올 때 배경화면으로 나오는 딱 그 장면...‘다음에 백두산 또 오면 꼭 짚차 타고 올라가야지!!’
<통화로 출발>
다들 천지를 봤다고 뿌듯해 한다. 점심식사는 또 화평식당. 역시 맛 없었고 바가지 씌우려고 잔머리를 굴렸지만 백두산 천지를 보고 온 자로서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며 적절히 값을 조절한 후 조용히 값을 치뤘다. 화를 내면 머릿속에 넣고 온 천지가 사라질 거 같아서 끝까지 가이드비도 속여서 받아먹으려는 화평식당 가이드에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친절히 대하고 이도백하에서 통화로 출발했다. 이제는 통화에서 잠만 자고 대련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통화도착>
8시쯤 통화에 도착한 우리는 저녁식사부터 해결했다. 서탑 식당이라고 답사중에도 이미 시식한 곳이라 맛에는 자신 있었는데, 왠지 같은 식당이 맛은 다르다. 또 예약한 숙소는 일부러 예약한 방보다 비싼 방을 여러 개 비워놓고는 방이 없단다. 중국은 어딜 가든지 혹시 내가 속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어야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더 드는 것 같다. 뻔한 거짓말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직원을 보니 분통이 터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싸워봤자 답이 없으니 순순히 값을 치르고 잠을 청할 시간. 에구머니나!!!! 이 더운 여름날씨에 이곳 숙소엔 에어콘이 없었다. 답사팀들의 예상치 못한 실수다. 잠 못 이루는 일행들 몇몇이 방밖에 나와 있고, 일부 사람들은 밖으로 산책 나갔다. 억지로 선풍기 몇 대 구해보지만 택도 없다. 다행히 여기서도 천지 본 덕을 보는 것인지, 별 탈?없이 하룻밤을 지냈다. 3박4일 여행길에 마지막 밤이 그렇게 에어콘 없이 갔다.
첫댓글 내가본 천지랑 좀 틀리네요~ 그냥 호수같은 느낌~ㅎ 근데 부럽다~ㅋ
저도 갔을때 꼭 동네 호수에 온거 같긴했어요..ㅋ 너무 가깝고 잘보여서리..ㅎㅎ 그래도 라면맛은 일품이었음...ㅎㅎ
읽으면서 감동스럽고...또 감동스럽네요. 그러면서도 가슴이 너무나 아파요. 저는 꼭 이북을 통해서 금강산이랑 백두산 가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백두산 여행은 잠시 뒤로 미루어야 할 거 같아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재밋게 잘읽었습니다. 중국여행을 베이징이나 시안을 가보고 싶엇는데 백두산부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